전세 대출이 복지 성격도 있는 건 아는데요.

이게 사실 제일 나쁜 대출이에요.

매트릭스 파란약 같은 느낌입니다.

왜냐면 차주의 능력과 신용도도 별로 안보고,

그냥 보증보험 들고 전세금 대비 %로만 때려서 대출을 내주는겁니다.

집 사거나 마통 받을때 까다롭게 따지던 LTV 40%, DTI, DSR 이런거 따지지도 않고

그냥 5억 맥스로 80% 까지... 은행은 어차피 보험있으니 까다롭게 담보 심사 이런것도 잘 안하고.(정부에서도 이건 태클안걸고...)

그냥 계약서만 내면 줍니다.

저도 처음 받아볼때 좀 황당했던게, 이게 사실상 신용대출이라는거에요.

물론 저도 어릴때 대출 받아서 싼 이자로 전세 살아봤거든요.

그래서 초년생들한테야 도움이 되죠.

근데 사실 본인 현실적인 능력에서는 눈 돌리고, 자기 능력보다 좋은 거주에 취하게 해주는 거죠.

집주인들 까다로운 심사 다 받아가면서 허접한 집 겨우 사가지고 들어가는데...

세입자들은 낭낭하게 전세대출 몇억씩 받아서 삐까뻔쩍한 집 전세를 쉽게 갈 수 있어요.

원래는 그 현금과 그 능력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인데, 그걸 계속 누리다보니 빼앗기기 싫어지는거죠.

전세 대출 제한하면 집값 하락할 수 있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전세대출에도 심사는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제대로된 현실을 보고, 제대로된 꿈을 꾸죠.

신혼때 대출 2억인가 받고 3억 전세로 지은지 1년도 안된 경기도 역세권 대단지 신축 아파트 들어가본적이 있는데.

살면서도 내가 1억 가지고, 한달 이자 겨우 50내면서 이런 집에 살수 있다니 믿기지 않다는 생각만 계속 했었어요.

단지 정원엔 분수대가 있었고, 커뮤니티에는 멋진 헬스장이 있고, 지하주차장엔 클래식이 흐르고, 엘레베이터는 금이라도 바른듯 반짝 거렸고요.

밤마다 집앞 공원에서 러닝을 했습니다.

그걸 누리고나니 서울의  낡은 아파트, 빌라 이런건 전혀 가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다행히도 집은 신축이지 라는 생각으로 신축 아파트를 샀습니다.

근데 빨간약을 먹고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지 않고 거기에 취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