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00%는 아니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네요. 계약 당시에는 그냥 뭔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은 했지만 전세 계약이 처음이라 이런 식의 계약도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갔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지인 중에 공인중개사 분이 있어서 자세히 여쭤봤는데 자기가 봤을때 이건 정상적인 계약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냥 진행하면 나중에 문제 생길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석연치 않기만 했던 부분이 점점 확신에 가까운 느낌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석연치 않았던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잔금일에 집주인이 A에서 B로 바뀌는 계약. 계약은 B와 한 상태. 즉, 계약 당시 B에게는 소유권이 없었음.

여기까지는 만약 A와 B의 매매계약이 일반적인 계약이고 소유권 이전이 제대로 된다면 큰 문제 없을 수 있으나 이상한 점은

A와 B의 계약서 작성일 = B와 저의 계약서 작성일

B가 A에게 지급하는 잔금일 = 제가 B에게 지급하는 잔금일

매매가액과 전세가액 차이는 500만원 정도. (그것도 처음 받은 매매계약서에는 전세가액과 매매가액이 동일했고 1주 뒤에 매매가액이 변경됐다면서 500만원 높아진 매매계약서로 다시 바꿔줬습니다.)

-> 즉, B는 거의 돈 한푼 안 들이고(소유권이전비용 정도) 집을 구매. 대출도 필요 없음.

처음에 저 혼자 이걸 봤을 때는 이런 식으로 집을 살 수도 있구나. 갭투자 방식 중 하나인가? 했었는데 지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 집은 전혀 투자가치가 없는 집이라고 합니다. (빌라) 

시세가 오를 만한 집도 아니고 이런 집을 투자 목적으로 구매할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계약 당시 B가 하는 말이 자기는 계속 임대를 놓을 생각이라고 합니다.

투자가치도 없고 전세가도 점점 내려갈만한 집을 뭣하러?

2. 너무 높은 매매가와 전세가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동일한 것도 문제인데 그 가격도 너무 높다고 하더군요. 저는 앱에 올라오는 집이 다 저런 수준이길래 원래 그 정도 가격인줄 알았는데 주변 실거래가 정보를 보니 훨씬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3. A는 제가 전세로 입주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음.

매매계약이 실제로 있었는지 확인차 A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전세로 들어온다는 걸 모르는 뉘앙스로 말을 하더군요. 그런데 매매계약은 실제로 있었고 가격도 맞다고 합니다.

대충 이 정도가 있는데 지금 보면 제가 참 바보같고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대출 불가시 계약금 반환 특약도 넣고 보증보험 가입에도 적극 협조한다는 특약도 있어서 안전하겠지 하고 덜컥 계약을 했습니다.

이미 계약서를 쓰려고 시간을 내고 다 같이 모인 상황에서 좀 석연치 않은 상황이 있다고 하나 하나 다 짚고 넘어가면서 계약을 안 하기도 참 힘든 상황이더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 특약에도 헛점은 얼마든지 있는 건데... (예를 들어 대출 불가시 반환 특약도 특정 금액을 명시해놓은게 아니라서 일부라도 대출이 나오면 그걸 트집잡아 계약금 반환을 안 해줄 수도 있고, 보증보험 가입 특약도 안 될 경우에 계약 해지 조건이 아니라 그냥 적극 협조한다는 말 뿐이고...)

부동산에서 보증보험 가능한 매물이라고 말은 했는데 매매가 전세가가 거의 동일해서 감정서를 받고 그걸로 보증보험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감정서가 나오는 건 잔금일 다음 주라고 합니다... 그 때가서 보증보험 신청했는데 가입 불가할 경우 대략 난감...

지인 분께서는 일단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면 그나마 괜찮은데 그게 안되면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일단 은행에 대출이랑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먼저 문의해보라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직 잔금은 지급 안 했다는 점...

저도 최대한 알아본다고 알아보고 갔는데 알면서도 당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석연치 않았던 부분이 몇 있었지만 전부 설명드리면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여기까지로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