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당선된 이재명 의원이 한달전쯤 "저소득층에서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여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일자 이재명 의원은 "월 소득 200만원 미만 10명 가운데 6명이 尹 뽑았다"는 기사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실제 이러한 모습은 2012년 대선때도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동아일보에서 발표한 월 소득대별 대선 후보 지지율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200만원 이하 : 박근혜 56.1%, 문재인 27.6%

* 201~300만원 : 박근혜 40.1%, 문재인 47.6%

* 301~400만원 : 박근혜 43.5%, 문재인 47.3%

* 401~500만원 : 박근혜 39.4%, 문재인 50.6%

* 501만원 이상 : 박근혜 40.8%, 문재인 46.4%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도 매일경제에서 비슷한 경향의 내용을 발표합니다.

* 200만원 이하 : 윤석열 61.3%, 이재명 35.9%

* 201~300만원 : 윤석열 57.2%, 이재명 38.3%

* 301~400만원 : 윤석열 49.0%, 이재명 45.7%

* 401~500만원 : 윤석열 44.4%, 이재명 52.2%

* 501~600만원 : 윤석열 51.0%, 이재명 46.5%

* 601~700만원 : 윤석열 32.6%, 이재명 61.7%

* 700만원 이상 : 윤석열 47.9%, 이재명 49.6%

대체로 소득이 적을수록 보수쪽 후보를 지지하고, 소득이 많을수록 진보쪽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의원의 발언은 이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서울의 지역별 득표율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됩니다.

소위 부촌으로 불리는 지역일수록 보수 후보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마침 SBS가 7만여명에 달하는 대선 출구조사 심층조사 데이터를 통해 검증을 해봤는데요, 한 가지 특이사항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주택 소유 여부에 따른 지지율 차이인데요. 무주택자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높았던 반면, 1주택자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높았고,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더욱 높았다는 것입니다.

즉, 저소득층이 보수쪽 후보를 지지한 경향은 사실이나 주택 보유자들 역시 보수쪽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은퇴를 해서 소득은 적으나 부동산을 보유한 노년층이 보수쪽 후보를 많이 지지한다는 내용과 연결이 됩니다.

이재명 후보가 "저소득층에서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고 한 언급은 팩트이나, 만일 "저소득층=빈곤층"이라고 생각하고 한 언급이라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주택 보유자를 빈곤층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표면적인 데이터만 볼 경우 현실에 대해 잘못 파악하거나 왜곡된 사실을 전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종종 이야기해왔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사도 그중 하나입니다.

2017년 6월, 김현미 전 장관은 취임사에서 집값의 상승 이유를 "다주택자들의 투기" 때문이라고 규정하면서 그 근거로 2016년 5월 대비 2017년 5월 서울 주택 거래 현황에서 5주택 이상 보유자의 매수 건수가 강남4구에서 무려 +53%가 증가했으며 용산, 성동, 은평, 마포도 크게 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내용만 보면 2016년 5월부터 2017년 5월까지의 서울 집값 상승은 5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 매집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를 "거래 증가율"이 아닌 "거래 건수"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강남4구에서 5주택 이상 보유자의 매수 건수가 전년 대비 +53% 늘어난건 맞지만 건수로는 64건에서 98건으로 늘어났을 뿐으로, 이는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한 수준이었습니다. 3주택 이상 보유자의 매수 건수로 범위를 넓혀봐도 197건에서 292건으로 늘어났는데 이 역시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매수 건수는 3,261건으로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4%에 달했습니니다.

김현미 전 장관 취임 당시 2017년 5월 서울 집값 상승의 이유는 거래 비중이 7%에 불과한 3주택 이상 보유자 때문이었을까요, 거래 비중이 84%에 달하는 무주택자와 1주택 보유자 때문이었을까요. 김현미 전 장관은 집값 상승의 이유를 엉뚱한데서 찾은 셈입니다. 엉뚱한데서 원인을 찾았으니 대책도 핀트와 방향이 잘못 잡힌 셈이였습니다.

시간을 다시 돌려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난 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 회견에서 "폭등한 집값과 전세값을 안정시켰다. 수요 공급을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복지 강화에 노력했다. 징벌적 부동산 세제, 대출 규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월초에 제가 서울에서 가장 세대수가 많은 20개 단지 전용면적 84㎡의 평균 실거래가를 뽑아본 결과, 강남/서초를 제외하고는 올해 1분기부터 이미 집값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던 것이 확인된 바, 사실 현재의 집값/전세값 안정화가 온전히 윤석열 정부의 치적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실 윤석열 정부 초기는 이명박 정부 초기와 매우 흡사한 점이 많습니다.

서울 부동산이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장기 상승한 상황을 맞이한 이명박 정부.

서울 부동산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장기 상승한 상황을 맞이한 윤석열 정부.

급증한 유동성과 이전 정부에서 실시한 규제의 부작용으로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권을 이양받은 상황이 매우 흡사합니다. 특히 주택구입부담지수는 두 정부 초기 모두 사상 최대를 갱신했을 정도로 집값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급등한 상황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부동산 가격의 최대 하방 압력인 "집값 부담"이 역대급이었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집값 하락이 윤석열 정부의 치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있습니다.

바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정책입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와 윤석열 정부 초기가 흡사하다고 말씀드린 이유중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여부는 시장의 매물 증감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1주택자가 무주택자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고 볼 때, 시장의 매물 증감은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금까지 보여준 사례는 상당히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2006년과 2018년은 다주택자 양도세가 중과된 해입니다.

2005년과 2017년에 각각 8.31 대책과 8.2 대책으로 그 이듬해에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자 시장에 유통 매물이 크게 감소하였고 이는 2006년과 2018년에 폭등을 일으켰습니다.

2009년과 2022년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유예된 해입니다.

2009년 5월 이명박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게 되는데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장기간 상승한 높은 가격 부담으로 상승 동력을 잃어가던 서울 부동산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계기로 매물이 크게 늘어나면서 2009년 하락 전환했고 2013년까지 하락장을 걷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게 되는데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장기간 상승한 높은 가격 부담으로 상승 동력을 잃어가던 서울 부동산은 이미 매물이 늘어가고 있었습니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계기로 매물이 더욱 늘어나면서 시장이 하락장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흡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입니다.

다주택자 양도세가 중과된 2006년과 2018년에 시장이 폭등했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유예된 2009년과 2022년에 시장은 하락했습니다. 이쯤 되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여부는 "매수/매도 신호"로 봐도 무방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즉, 다주택자 양도세가 중과되면 매수 신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거나 폐지되면 매도 신호가 되는 셈입니다.

규제책으로 여겨지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장을 폭등시켰고, 부양책으로 여겨지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시증을 하락시켰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합니다. 정책 당국자들도 이런 내용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출처] 데이터 이면의 데이터, 사실 이면의 사실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feat. 소득별 대선후보 지지율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samtos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