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빌라왕 전세 보증금 반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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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빌라왕 전세 보증금 반환 후기 ⁷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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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22-12-20 12:43 조회 : 2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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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장황하고 깁니다.

22년 9월 만기의 전세 임차 중이었습니다

7월에 신축 분양 입주 예정이라 6개월 전인 3월에 임대인에게 연락했습니다, 7월 즈음 미리 집을 빼고 싶다고...

집 주인도 동의했고, 기존 전세금보다 5% 인상해서 주변 부동산에 매물 내놔달라기에 그러마 했습니다

마침 연락된 김에 며칠 전부터 고장난 보일러 얘기를 하니 수리 후 청구하라기에 서비스 센터 직원을 불러 보일러를 수리했습니다

공임과 부품 포함 약 7만원 정도가 지출되었고, 영수증을 문자로 보내주니 당일 입금해주었습니다

전세 매물을 내놓고 주변 부동산과 얘기해보니 공시가가 낮아져 5% 인상한 금액은 어려울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동네에 전세 매물이 귀하니 기존과 같은 금액이라면 문제 없다고 합니다

제 전세금은 1억 4천이었고, 5% 인상 시 1억 4천 750인데 한 달 즈음 경과했을 때 1억 4천 5백에 임차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저는 급히 임대인에게 연락했습니다만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 회신도 없습니다

문자 기록을 보니 저에게 보일러 수리비 임금 후 매물 내놔달라고 회신한 이후로 문자를 확인하지 않았는지 약 한 달 간 1 표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때 즈음 임대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망 기사는 10월에 났고, 사망 추정 시점은 제가 확인하지 못 했습니다)

이 날이 금요일이었는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합니다

계약을 원하는 새 임차인은 당장이라도 계약금을 입금할테니 집 주인 계좌를 달라고 독촉 중이고, 부동산에서는 서두르라고 보챕니다

토요일 날이 밝자 마자 아이를 어머니 댁에 맡기고, 인천에서 와이프와 함께 임대인의 등기 상 주소지인 연천으로 찾아갔습니다

집에는 노모가 계셨는데 장애가 있으신지 말을 잘 하지 못 하시더군요 (거동은 멀쩡하시나 입술을 반 이상 다물고 말씀하셔서 발음이 새고 뭉개져 알아 듣기가 힘들었어요)

아들은 집에 없다, 모른다는 말씀만 반복하시기에 우리는 빚쟁이가 아니다 아드님 소유 집에 사는 세입자고 기존 조건보다 좋은 조건으로 새로 임차하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연락이 안 되서 찾아왔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반복된 대화에 진전이 없어서 마을 탐문을 시작했습니다

경로당도 가보고, 마을 어귀에 있는 작은 슈퍼도 가보고...

슈퍼 주인 할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대한민국 하늘 아래 김O성이 집 없는 곳이 없다고...

이 때 깡통 전세 빌라 사기임을 확신했습니다

임대차 계약 후 3개월 만에 집도 한 번 보지 않고, 갑작스레 소유주가 바뀐 점, 수백 채나 되는 집을 자랑하고 다녔다는 소문 등...

의심이 확신이 되고, 마음이 더 급해져서 얼른 귀가 후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보증보험 관련 서류들과 등기부등본을 챙기고,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내용증명은 어머니가 받으셨는지 한 번에 도달함)

재 계약 의사가 없고, 7월에 나간다, 5% 인상해서 매물을 내놔달라는 대화가 오고 간 문자 내역도 캡처해 출력해뒀습니다

이후 피 말리는 시간이 흐르고, 저는 우선 7월에 신축 분양 아파트에 입주를 했습니다

임차인이었던 배우자는 대항력 유지를 위해 전출하지 않았고, 만기인 2개월 후 9월에 임차권등기 신청까지 마쳤습니다 (5만원 미만의 비용 소요)

10월 초 임차권등기설정 결정문이 나왔고, 이 때도 천만다행으로 한 번에 모친 앞으로 송달됐습니다

그리고 약 1주일 후 뉴스 기사를 접합니다, 41세 빌라왕 김모씨 사망이라고...

와이프와 기사 보면서 저거 설마 우리 집주인 아니겠지? 설마... 나이가 다르잖아 죽은 사람은 41세고 집주인은 43세야, 아니야 80년 생이고 아직 생일 안 지났으면 만으로는 41세가 맞아, 에이 그래도 설마... 등등

그 후로 관련 서류를 준비해 보증이행청구를 진행하고, 11월 초 HUG의 현장답사를 끝으로 보증금 전액을 돌려 받았습니다

물론 신축 입주 때 돌려 받지 못 한 전세금 만큼 더 대출 받느라 불필요한 이자 지출이 있었고, 전세대출 기간이 늘어나고 금리가 높아져 추가 지출이 발생해 약 120만원 가량의 손해는 있었으나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큰 경험했다, 지인 중에 혹시 비슷한 사례 있으면 이 경험으로 도와주자 정도로 생각하고 잊고 지냈는데 오늘 HUG에서 카카오 메세지가 왔네요

[Web발신]

안녕하십니까? 주택도시보증공사입니다.

임대인(김**) 사망에 따른 보증채무 이행청구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 이하 생략

요새 이게 이슈가 되서 보증보험 가입자 전체 메세지 송신인가 셒다가 혹시나 검색해보니 기사가 있고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되어 있더군요

저장해둔 신분증 사진과 카카오 스토리 사진을 보니 동일인물입니다

순간 참...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에 씁쓸하네요, 천벌인가 싶기도 하고, 사람이 죽었는데 이런 생각하는 것도 몹쓸 짓인 것 같고... 특히 제대로 구제 받지 못 해 고통 받을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더욱 안타깝고요

마침 저는 사망 전 또는 사망 신고 전 퇴거가 이루어졌고, 만기가 도달했으며, 보증이행이 진행됐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못 한 수많은 피해자들은 지리멸렬한 다툼을 이어가게 될 것이고, 그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전세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신축 입주 후 디딤돌을 받았는데 3개월 이내 전입하지 않으면 대출환수 된다는 압박, 전입하자니 대항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안내, 모든 게 마무리 된 후 신축 등기 후 생애최초 취등록세 감면 받았더니 3개월 내 전입 안 해서 감면금 반환할 수도 있다는 세무서 등 저만 해도 밤잠 못 이루고 보낸 날이 반 년 이상인데...

향후 어찌될지 불투명한 현재 피해자들은 그 고통이 짐작도 안 갑니다

모쪼록 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고 제도의 헛점이 드러난 만큼 더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법이 정비되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