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한 기말고사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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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한 기말고사 성적표 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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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024-10-29 15:52 조회 :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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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생 은퇴시기다보니 유튜브에 '은퇴'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큐 많이 나옵니다. 캠핑 즐기는 행복한 은퇴자와 나이들어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케이스를 비교해놓고 그러니까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공허한 끝맺음을 맺는 방식입니다.

사람이란게 일단 월급들어오고 있으면 훗날 생각은 안하게됩니다. 하지만 결국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옵니다. 대부분의 은퇴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오거든요. 현금흐름이 딱 끊긴 상태에서 계산기 두들겨보면 대충 비슷한 결론이 나옵니다.

'아 60되면 죽어야되는구나.'

모호했던 불안이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이때부터 참 열심히들 사십니다.

그래도 아둥바둥 재취업해 밥벌이 하시는 분은 성공하신 분입니다. 급한 마음에 퇴직금으로 자산투자나 사업 뛰어드는 분들 많습니다. 근데 사회생활 왕성하고 현금흐름 좋았을때도 안하던걸 버스 떠나간 후에 다급히 쫒아간다고 술술 풀릴리가 있겠습니까. 돈까먹고 나면 젊었을땐 무시하던 경비직이 신의 직장이 됩니다.

여기서 건강에 덜컥 문제생기거나 자식이 손벌리면 노후생활 나락가는겁니다. 운없거나 특별한 케이스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유있게 노후를 즐기는 분들이 이레귤러입니다. 다수는 아둥바둥 하지 않으면 현상유지조차 안됩니다. 심지어 바둥댄다고 희망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좋은 기말고사 성적표를 받으려면 어케 해야 하느냐, 이건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숨겨진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 좋은 직장가서 고연봉 받고 열심히 시드모아 자산/금융 스노우볼링 굴려 은퇴시점에 맞춰 생애소득 유지되게 만들어놓으면 되는겁니다. 간단하죠?

이 간단한걸 해낸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왜냐하면 저 코스를 밟으려면 최소 삼사십년 동안 눈돌리지 말고 힘들게 살아야 하거든요.

반면 고개만 돌리면 천국이 있습니다. 학벌이 인생 결정해주는거 아닙니다 놉시다. 고연봉이 인생 결정해주는거 아닙니다 취업한 나에게 외제차 선물합시다. 인생 한번인데 시드 모으기전에 명품과 해외여행부터 지릅시다.

이런식으로 챙길거 챙기다보면 중간고사 성적표가 옵니다. 대충 사십 초중반쯤이면 저 코스를 헉헉대고 밟아온 사람들과 즐길거 즐긴 사람들의 차이가 도저히 극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벌어집니다. 대화주제가 달라지고 교우관계 범위가 바뀝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직은 월급 따박따박 나오거든요.

그러다 갑작스럽게 은퇴하게되고 '아 60되면 죽어야되는구나.' 성적표를 받아듭니다. 결혼 늦게 하신 분들은 애들 이제 대학갈 때이기도 한데요.

경제가 안좋다 나라 망한다 출산율이 나빠 미래는 암울하다 머 다 맞는 말이라 칩시다. 부동산 30년뒤엔 아무도 사줄사람 없어 다 ㄸ값될거다 머 다 맞는 말이라 칩시다.

그런다고 성적표 안오는거 아닙니다. 올거 다 옵니다.

형태가 지금과 좀 다를지는 몰라도 누구는 행복한 은퇴를, 누구는 60에 ㅈ되는 성적표가 10년, 20년, 30년뒤에도 똑같이 나옵니다. 전자는 소수, 후자가 다수일거라는 것도 변하지 않을테고요.

웃긴건 나라망한다 비분강개하는 깨여있는 분들일수록 그래서 어찌할건데라는 질문에는 나몰라라 합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살림살이 나아지나요.

심지어 다른 사람들 망해라 저주까지 합니다. ㄷ지려면 혼자 ㄷ지던가, 왜 열심히 살겠다는 사람한테까지 재를 뿌리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기사 죽어가던 국장에 재명세로 확인사살 하는거 보니 그게 목적인 것 같기는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