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간결해서 눈에 쏙쏙 들어오네요.

<김요한 목사>

[오죽하면]

1. '오죽하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겠는가!

윤석열 지지자들에게서 자주 듣는 주장이다.

2. 이 말을 풀어쓰면,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정부 예산안조차 삭감을 하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국정을 운영할 수 없어 오죽하면 비상계엄을 선포했겠는가, 란 뜻이다.

3.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무리" 혹은 '오죽 ~해도' 그러나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제법 많다.

가령,

내가 누군가의 물건을 아무리/오죽 갖고 싶어도, 그러나 그 물건에 손을 대면 범죄다.

또 내가 어떤 이성이 아무리/오죽 마음에 든다 해도, 그러나 함부로 언어적-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면 역시 범죄에 불과하다.

즉 우리가 살면서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4. 마찬가지로, 제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것 같은 대통령이라 해도, 그러나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시나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면 임의로 계엄을 선포해서는 안 되며, 설령 비상계엄을 선포했어도 그러나 국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일체의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윤석열이 '오죽' 민주당이 미웠다고 해도, 그래서 계엄을 선포했다고 해도, 그러나 민주당을 포함하여 국회는 손을 댔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헌법>에 명시된 조항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그 헌법의 '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은 것이다.

그래서 그의 행위는 헌법 위반이고 범죄인 것이다.

5.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헌법의 선을 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윤석열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통령 관저 주변에 차량벽을 세우고 철조망을 쳐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자기가 만든 '선'은 절대로 함부로 못 들어오게 한다.

자신이 곧 국가이고, 자신이 곧 법이라는 과대망상증 환자에게서만 볼 수 있을 법한 증상이라 하겠다.

6. 자, 이번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오죽하면'의 의미를 살펴보자.

앞서 말했듯이, 윤석열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성토하는 대표적 안주거리는 '탄핵남발'과 '예산 삭감'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뒤집어서 한번 이렇게 생각해보자.

'오죽하면 민주당이 그렇게 많은 탄핵을 하고, 예산을 삭감했을까?'

7. 여러분의 기억의 테이프를 뒤로 돌려보면, 윤석열 정권에서 내각 혹은 주요 국가기관장에 임명된 자들을 상대로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정상적으로 통과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상당수 인사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법, 결격 사유가 다소 드러났다. 

그 결과 민주당과 야당은 '임명 부적격' 의견을 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윤석열은 자신이 점지한 인물들을 내각과 주요 기관에 막무가내로 앉혔다.

윤석열 정권 2년 6개월 내내 이런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이후, 이렇게 임명된 사람들은 국가의 공익적 목표를 위해 일하는 대신 윤석열 정권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참다못한 민주당과 야당이 탄핵이라는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던 측면이 강하다.

쉽게 말해, 오죽하면 탄핵을 시켜야 했겠는가, 란 뜻이다.

8. 정부 예산을 삭감했다는 주장도 이와 유사하다.

이 문제 역시 '오죽하면' 민주당이 예산을 삭감했겠는가, 가 핵심이다.

많은 국민이 오해하는 것이, 민주당이 정부의 정상적인 예산을 막무가내로 삭감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국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예산은 윤석열 정권 들어 줄곧 삭감되었다.

다만, 민주당이 예산에 칼을 대 부분은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특수 활동비'에 집중된다.

주지하듯, '특활비'는 영수증 첨부 없이 임의로 쓸 수 있는 돈이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시절 '검찰 특활비'를 갖고서 검찰을 장악하여 기어코 정권을 움켜쥔 자다.

그리고 지난 2년 6개월 동안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통령 특활비를, 영수증도 없이 사용했다.

과연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영수증이 없으니 알 수 없다.

따라서 '오죽하면' 민주당이 특활비를 삭감했겠는가!

이렇게 '오죽하면'을 어떤 맥락에 쓰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https://www.facebook.com/share/p/176CpQAb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