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상세하게 작성하고자 하였기에 상당히 길어졌습니다.
그냥 다녀온 기록으로 이러한 상황을 지났구나 라는 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금액은 머지 기준으로 100만 정도 있었습니다.
지인들에게 한 번 거하게 사려고 50 정도 충전해놨다가 해당 가맹점이 사라져버렸고,
8월 이후로 (카드 쓸 일이 사라지는 시기에) 그때부터 활용하려고 조금씩 충전해놨던게 100 정도까지 갔네요.

20% 이상의 할인률에 처음에는 의심도 갔지만,
대형마트들의 입점, 그리고 어플의 편의성과 깔끔함도 상당히 괜찮았고,
무엇보다 매출 규모를 키워서 상장이나 인수인계를 하는 타 기업들을 보며 불신을 낮추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창 바빠서 신경을 못 쓰던 도중 일이 터져버렸네요.
바빠서 처분은 생각도 못하고 이 일만 끝나면 액수를 줄여야지 하는데,
일이 끝나고 나니 브랜드가 10개 정도 밖에 안 남아 있고 코드 발급도 안 되는 상황까지 왔더군요.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여태까지 이익본 거와 손해난 머지머니의 현금 할인률을 계산해 보니 대략 -50만 정도였는데,
내 욕심이 일부 원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일에 방해가 되는 것이 싫어서 신경을 안 쓰고 있었습니다.

남아 있는 로컬 자영업자 분들에게 터는 분들도 있던데 이건 진짜 기가 막히더군요.
코로나로 죽어가는 자영업자들이 머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이유로 폭탄던지기를 하는 꼬라지라니...


그러다가 예상보다 빠르게 어제 오후(12일)에 일이 종료되어서 재포를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한 글들이 있더군요.
현장에 방문한 사람 몇 명은 이상한 각서를 받고 환불을 일부 해주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몇몇 댓글에 있는 내용.
고의가 아니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소수에게는 돈을 돌려준다는 내용은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법에서 처벌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고의가 있냐 없냐인건 명백한 팩트니까요.

이때 시간은 밤 10시였고 내비로 30분 정도가 찍히길래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일단 가서 직접 그들을 보고 최종결론을 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갔는데 그들이 대응도 잘하고 침착하고 믿음직하다, 그러면 머지를 믿을 수 있을 거구요,
반대로 그들이 대응도 개판이고 어떻게든지 무마만 하려 한다, 그러면 일부에게 돈을 돌려줄 확률이 높았습니다.
이러한 결론을 내고 출발하고 10시 30분 쯤 도착했습니다.

건물 근처에는 경찰차 여러 대가 있었고, 여기저기 종이(합의서)를 적는 사람들,
해당 건물 1층 입구에서 한탄하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어디로 가야 되냐고 물어보니 뵙는 분들(다른 피해자분들)마다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시더군요.

3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2개의 층을 계단으로 올라 5층에 도착하니 완전 시장바닥이었습니다.
실내 가운데 홀에만 있던 사람만 세도 100명은 넘었을 겁니다.

은행같은 질서를 바라진 않았지만 적어도 직원들이 순서를 유도는 해주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습니다. 직원들 대다수는 그냥 특정실에 옹기종기 모여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순서를 알아보니 1) 합의서 작성 2) 번호표와 함께 제출 3) 대기 혹은 집에 가기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합의서부터 구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위층에서 가져다 주신다던데 10분을 넘게 있어도 주는 직원은 보이지도 않고 배부받는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직원으로 추정되는 분이 종이를 들고 내려오시더니 나눠주는데 뭔가 살짝 이상했습니다.
종이를 많이 복사해온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한 장 씩 막 가져가니
질서를 잡는 게 아니라 종이를 뒤로 숨기고 이러면 못 줍니다 못 줍니다만 반복하시더군요.

'합의서 줘요.' '이러시면 못 드립니다'가 반복되던 중 답답했는지 한 여자 분이 큰 목소리로
제가 나눠줄테니 종이 줘요! 라고 하며 외치고는 해당 종이를 뺏어서 한 장씩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좀 어벙한 직원인가 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 생각은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합의서를 작성하고 번호표를 제출하려 하는데 이번에는 번호표가 없더군요.
번호표를 어디서 구했냐고 주변 분에게 여쭤보니 안 쪽 실에 있는 직원이 나눠준다고 했습니다.


안 쪽으로 가보니 분위기가 험악하게 대치 중이더군요.
왜 대치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연결해보니 어처구니없는 상황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원 : 이렇게 몰리시면 저희가 일을 못해요. 나가서 순서대로 들어와주세요.
번호표있는사람 : 여기 번호표 있으니까 접수해줘요.
번호표없는사람 : 번호표를 줘요. 번호표가 없는데 나중에 어떻게 순서대로 들어옵니까.

직원 : 이렇게 몰리시면 저희가 일을 못해요. 나가서 순서대로 들어와주세요.
번호표있는사람 : 여기 번호표 있으니까 접수해줘요.
번호표없는사람 : 번호표를 줘요. 번호표가 없는데 나중에 어떻게 순서대로 들어옵니까.


이렇게 무한 반복이었습니다. 약간 짜증이 나더군요.
사람들도 왜 이렇게 몰렸는지는 직원들도 알았을 건데 일부러 유도하고 있다는 티가 났습니다.
몰린 건 번호표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섞여 있는 게 원인인데 번호표 배부를 요청하는 말에 대해선 철저히 무시로 일관하더군요.

번호표 달라 -> ...... -> 번호표 여기 있다. 접수해 달라 -> 이렇게 몰려 있으면 일을 못해요. 나가서 순서대로 들어오세요.
-> 번호표 없는 사람들이 있다. 번호표를 밖에서 배부해달라 -> ...... -> 번호표는 나가서 나눠주시고 여기서 접수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 이렇게 몰려 있으면 일을 못해요. 나가서 순서대로 들어오세요.

심지어 어떤 분이 여직원을 가리키며 손에 있는 번호표 종이 밖에서 나눠달라구요! 라고 강하게 외치자, 따라오라고 하며
해당 실을 나가 중앙 홀로 나가더니(당연히 저도 뒤를 따라감), 갑자기 방향을 돌려 조용히 그 실로 다시 돌아가더군요.

저를 비롯해서 뒤따라가던 사람들은 황당.... 그리고 이윽고 다시 돌려오는 소리.
'이렇게 몰려 있으면 일을 못해요. 나가서 순서대로 들어오세요.'

그리고 번호표를 들이밀며 환불 요청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답도 매번 같았습니다.
'저희는 환불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내일 담당자께서 해주실 거니 접수만 하고 가세요'

저는 그때 느꼈습니다. 아.... 얘네들은 일을 처리할 생각이 없구나.
이건 둘 중 하나인데 어떤 쪽으로 해석해도 결론은 하나로 나온다.

5명이 모여(당시 직원이 5명) 일을 배분해서 하지 못하고 저렇게 모여만 있다면 일처리 능력이 ㅄ인 집단이라 믿을 수 없을 것이고,
5명이 일부러 저러고 있다면 저건 일을 해결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거다. 어떻게든지 이 자리에서 처리해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까 합의서를 나눠주던 광경이 오버랩되더군요. 사실 그깟 종이 수백장 복사하는게 뭐가 힘들까요?
복사기에 넣어놓고 누르고 챙겨오면 되는 거죠, 그런데 굳이 20장 내외로 복사하고 사람들이 몰려들면 안 주려고 한다는 건
합의서를 주는 것조차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는 행동으로밖에 해석되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며 11시가 좀 지날 무렵, 어떻게 보면 이번 사태에서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행운이 오게 됩니다.
직원들이 계속 복잡해서 일처리를 못하겠다고 하고 있자 몇몇 분이 나서서 피해자 대표를 뽑아 안에는 그들만 가자고 하더군요.

다른 피해자 분들에게는 권한 위임을 요청하고, 본인들이 저쪽과 이야기를 하고 저쪽의 조건을 전달할테니
해당 조건에 대한 결정은 각 피해자 스스로 하시되 일단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자는 큰 틀을 만들고 합의가 되었습니다.


이건 제 사견이지만 아마 여기서 그 직원들이 제일 짜증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여태까지 복잡하고 질서가 안 잡혔다는 이유로 아무 것도 안 하고 질질 끌었는데 순식간에 테이블이 제대로 마련된 거죠.

그리고 피해자 대표분이 해당 직원들의 신상 명세를 파악한 뒤,
(그들은 자신들이 정직원 혹은 어떤 직함 누구라고 정확하게 말하질 못하더군요. 기껏 한다는 말이 관계자였습니다)
결정권자인 대표와 연결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대표가 전화통화도 안 한다면 이건 해결의지가 없다는 걸로 봐야 된다고요.

결국 더이상 머지 직원들이 할 말이 없어졌고, 머지 대표와 피해자 대표가 통화를 하며 조건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조건까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처음 조건은,

'이미 200명 정도가 환불을 받았다. 합의서를 써놓고 가시면 내일 환불 처리해드리겠다' 였습니다.

여기에 대한 반박은,
-초반에 온 사람들 거의 다 아직도 여기에 있다. 그 200명이 도대체 누구냐.

'일부를 준 건 사실이다. 믿어달라.'

-그럼 계좌를 까봐라. 이체 내역이 있으면 믿어주겠다.


기업의 계좌를 공개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인하여 첫 번째 제시 조건은 결국 대다수 사람들이 무시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쯤 되면 신뢰는 바닥을 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때 직원들이 갑자기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은 직원일 뿐이고 퇴근을 해야 하니 길을 비켜달라고 합니다.

뽐뿌에 직원들을 막은 걸로 엄청나게 비판이 많은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사장이 잘못한 것에 대해 직원들을 매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 그것은 직원들이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했을 때라고 봅니다.
전 지금도 하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게 직원들이 만약 자신들의 행정적 역할에만 충실했다면,
들어오는 사람들한테 합의서를 적절하게 배부하고 번호표를 배부하고 초반에 몇몇 사람에게 입금을 해주는 모습을 보였다면
다들 직원들을 믿고 돌아갔을 거라 생각합니다.(사실 실내에 사람들도 많아 덥고 짜증나고 엄청나게 피곤한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랬다면 직원들이 퇴근하는 것을 막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도 갈렸겠고,
입금해주는 모습을 보며 믿음을 갖고 대다수 사람들이 떠나는 순간.....


하지만 여태까지 그들이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어떻게 보면 방해공작에 가까운 행동들이었습니다.
-합의서 안 나눠줌(펜도 하나 없었음)
-번호표 배부 안 함
-5명이서 모여서 혼란스러워 아무 것도 못한다고 고개만 젓고 있음
-입금 안 함(권한이 없다고 함)
-자신들이 피곤해서 퇴근해야하지만 다른 직원은 부를 수 없음
-무서워서 경찰은 불러서 자신들을 보호해야 하지만 촬영을 하는 기자들은 출입을 거부함
-사장한테 연락이 안 된다더니 다 정리하고 협상테이블을 만들자 갑자기 연락처가 튀어나와 연락이 됨

이게 끝이었고, 여기에다가 대표로 있던 한 남자 분이 그들의 노트북 메신저에서
내일 오피스 폐쇄라는 내용을 봤다며 크게 분개하고 욕을 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이걸 단순히 행정적인 직원 역할로 봐야 하는지 조금 의문이긴 합니다.


결국 분노한 사람들이 직원들한테 당신들이 할 일은
지금 퇴근을 하는 게 아니라 사장과 통화 연결을 지속하는 것이라 말하고 다시 이야기가 들어갑니다.

또다시 나온 조건은,

'기업의 통장에 잔액이 환불에 충분할 정도로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겠음'
-그게 얼만데?
'2억'
-.....

'그리고 지금 환불이 불가능함'
-왜?
'새벽이라 환불이 안 됨'
-이체하는 사람이 근무는 집에서 한다면서 갑자기 송금은 은행에 뛰어가서 함?
라는 반박이 오가고, 돈을 주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과 기업이 지금 2억 가지고 있는 게 자랑이냐,
인터넷뱅킹은 어디다 버렸냐 무슨 새벽이라 안되냐 라는 말과 함께 기각. 다시 이야기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 이후로 피해자 대표분이 쁘락치가 아니냐 라는 단톡방의 몇몇 사람의 추측과
위의 오피스 폐쇄 내용을 본 대표 분이 사장한테 욕을 한 바가지 하는 등 잠시 혼란이 있었지만,
다행히 침착하신 피해자 대표 분은 끊임없이 논리적으로 사장을 압박했고 결국 새로운 조건을 가져오게 됩니다.
(사실 이 중간중간에도 여러 조건들이 추가되고 터져나왔습니다만 다 기억이 안 나네요)

-환불 이체한 계좌 내역 오픈.
-잔액이 있는 통장 오픈
-믿을 수 있도록 접수된 사람들 순서대로 환불 진행
-지금 온 사람들은 접수하면서 진행
-다만 약간 시간이 걸리므로 조금만 기다려달라


약 10분 후, 수십 명의 사람들이 환불을 받았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제야 환불접수를 받은 사항을 머지 측이 기록하기 시작하였고
그때 시간이 대략 2시가 조금 넘은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좌 환불 이체한 내역을 오픈했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제 기억으론 십수명이었다고 합니다. 있는 사람은 500명이 넘는데 꼴랑....)

저는 출근으로 인하여 더이상 있지 못할 것 같아 접수만 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 왔구요,
집에는 왔지만 잠이 오지 않아 단톡방과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와중 4시가 조금 넘어서 입금이 되었네요.
50 가까이 환불받았습니다. (머지머니 양의 0.48)


솔직히 새벽에 이게 뭔 난리였는지,
중간에 그만두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응대 태도에 짜증이 나서 오기로 더 버텼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다른 분들에 비하면 긴 시간도 아니네요.(왕복 + 머무른 시간 합해서 5시간 좀 넘은 정도?)

그리고 이 글을 기회삼아 침착하게 피해자 대표 역할을 하셨던 그 대표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