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희 부부는 공용카드를 사용중입니다. 별도의 용돈은 없고요. 아내 명의로 만든 가족카드로 제가 필요한 것을 삽니다. 커피, 담배, 식사, 주유, 책, 필요한 물품들이나 취미생활에 쓰는 돈 등을 가족카드로 사용합니다. 물론 고가의 제품은 아내와 상의 후에 결정을 하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아주 오래 전에 만든 한도 2,000짜리 하나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에 다른 카드들이 많이 있었는데 올해 3월에 모든 대출과 빚을 전부 갚으면서 카드도 하나 카드 한 장 빼고 전부 해지했습니다. 그래서 25년에 이사갈 아파트 중도금 대출(?) 하나 빼고는 빚이 전혀 없는 상태이구요. 아내는 돈을 안쓰고 목돈이 생기면 일단 적금, 예금부터 합니다. 

아내와 저는 급하게 1~2,000 단위의 병원비 같은 것이 생기지 않는 이상 절대로 할부는 하지 말자, 주의구요. 매달 자동으로 나가는 돈, 보험료, 관리비, 통신비 등을 제외한 카드값은 선결제를 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살던 어느 날, 돈 관리는 아내가 해서 저는 신경을 안쓰고 있었는데, 제가 쓴 (가족)카드 값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더라구요. 그래서 보니까 제가 안 써도 될 곳에 돈을 엄청나게 많이 쓴 걸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아내와 저는 직장이 같아서 출퇴근을 같이 하는데, 퇴근할 때 아내가 집에서 밥을 해준다고 해도 저는 귀찮으니까 밖에서 먹자, 혹은 뭘 시켜먹자, 이렇게 나간 돈, 그리고 비싼 커피값, 안 사도 될 것들을 지른 금액들이 상당했습니다. 아내는 그래도 남편 기죽을까봐 그 부분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구요. 혼자 속앓이를 했다고 생각하니 무척 미안했습니다. 아내가 이런 부분에 대해 상의하고 싶어도 제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아서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엄청나게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카드값을 줄여보자고 생각해서 일단 안 써도 될 돈들을 아껴보기로 했습니다. 식사는 집에서, 커피는 집에서 캡슐커피를 타서 가던가, 아니면 학교에서 파는 저렴한 커피, 아니면 편의점 커피를 이용(편의점 커피가 생각보다 가성비가 좋더라구요). 저는 아침에 출근할 때 꼭 학교 앞 편의점에 들러서 박카스를 한 병 마시는데 어차피 수업이 있는 날 포함해서 일주일에 2~3일만 출근을 해서 박카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 살아보니 얼마 전에 아내가 카드값이 확 줄어서 너무 좋다고 하더라구요.(ㅠ.ㅜ)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용돈을 20만원씩 받고 되도록이면 이 돈을 아껴서 살고 정 필요하면 가족카드를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쓸 신용카드 공부를 좀 했는데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먼저 제 카드로 월 30만원이 나갑니다. 제 보험료, 유튜브 프리미엄 합치니까 딱 30정도 됩니다. 제 취미가 컴퓨터, 만년필 수집 같은 것이었는데 이미 이쪽으로는 미련없이 질러서(와이프한테 미안한...ㅠㅠ) 고정적인 지출은 30만원입니다. 

한달동안 돈을 아낀다며 제 소비성향을 잘 살펴봤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것이 편의점/커피였습니다. 교통은 시골이라 자차로 다닙니다. 주유비는 공용카드로 쓰니 그런 걸 제외하면 편의점/커피가 가장 많이 소비가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일단 제게 맞는 카드들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발급/해지를 반복하면서 연회비도 좀 많이 손해를 봤는데,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1. 하나카드는 제 소비성향에 비추어봤을 때 원더프리카드가 가장 좋았습니다. 하나카드와 하나은행은 거래를 십 년을 넘게 했습니다. 제가 힘들 때 정말 많이 도와준 은행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카드 한 장은 유지해야하는데 하나카드가 혜택이 좋은 카드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이 원더프리였습니다. 

2. 현대카드는 애플페이때문에 발급받았는데 애플페이를 생각보다 많이 쓰지 않았습니다. 카카오페이나 다른 페이도 불편함이 없었고 무엇보다 요즘에는 컨택리스(?) 카드들이 많아서 딱히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현대카드는 만들었다가 해지했습니다.

3. 잠깐 마일리지에 미쳐서 나도 마일리지 모아봐야겠다, 이런 생각에 삼성 앤마일리지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눈꼽만큼이나마 마일리지가 쌓이는 것이 재밌긴 했는데, 이게 차라리 현금이나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제 소비금액으로는 마일리지 적립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해지했구요. 

4. KB 국민카드는 캐시백 이벤트 때문에 만들었는데 아주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국민카드는 그냥 놔둘지, 나중에 해지할지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5. 제가 본 바에 의하면 신한카드가 혜택이나 종류가 가장 많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내와 함께 쓰는 공용카드가 딥드림플래티늄플러스인데요. 그래서 저도 신한카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디자인이 이뻐서 모베러웍스? 버전의 딥드림 카드를 만들었는데, 공용카드도 딥드림이라 중복되는 것 같아 망설였지만 그 디자인이...40대 후반이 쓰긴 좀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딥드림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만들고 나니 심플+ 카드도 좋아보이는데 일단 딥드림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6. 저는 처음부터 월 실적을 40만원 이상의 카드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주기적으로 월 30만원이 나가는데, 40만원 실적과 혜택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 약간의 혜택을 더 받으려고 10만원을 매달 억지로 더 쓰고 싶지는 않았구요. 월 30만원 실적 안에서 가장 적합한 카드를 고르는 것이 맞겠다 싶었습니다. 많이 써봐야 30~50만원인데, 어쨌든 혜택은 받겠지만 제대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월 60만원 정도는 써야겠구나 싶었습니다. 기왕 그럴거면 전월실적이 없는 카드나 있어도 30만원 이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카드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7. 그래서 딥드림으로 할인을 받고 그렇지 않은 항목은 원더프리로 조절을 해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선택했습니다. 물론 더 좋은 효율을 갖는 카드들이 많겠지만, 그리고 제가 월 지출이 많다면 다른 카드들을 고려해보겠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돈이 생기는 족족 일부분은 소액적금을 들어서 아내 생일 선물 사줄 돈도 모으고 있구요. 그동안 제가 경제관념이 너무 없이 살았던 것 같아서 나이 먹고도 창피했네요. 

신용카드 알아보면서 공부 많이 했고, 지금은 취미가 신용카드 정보 살펴보는 거, 소소하게 포인트 모으는거, 저금하고 알뜰하게 사는 방법 알아보는 것들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곳에서 많은 도움을 얻게 될 것 같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남은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