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체험학습 다녀오는 길에 친구들과 다이소 들렀어요. 다이소깡 제출합니다.
"

10대 청소년들이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다이소깡(다이소에서 구매한 물건을 개봉해 소개하는 활동)' 영상에 열광하고 있다.
영상을 찍기 위해 신제품을 탐색하거나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을 구매해 유행에 편승하려는 청소년 모두가 다이소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목욕 바구니, 밀대 등 가성비 좋은 생활용품이 필요한 때 방문하던 다이소가 청소년들의 새로운 놀이터로 자리잡은 셈이다.
용돈으로 구매 가능한 박리다매 먹거리, 아이돌 팬 문화, 유행하는 캐릭터 등 관심사에 즉각 대응한 다이소 입점 문구·팬시류는 청소년들을 사로잡은 비밀병기가 됐다.

다이소 과자류 코너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다.
주머니 가벼운 10대도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이소는 모든 제품을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가지 균일가로만 판매한다.
제조 원가를 이 6가지 가격에 맞춰 대량 매입하고, 판매촉진비 등 중간 유통채널에 들어가는 비용도 최소화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다이소가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팔아 가격대가 저렴해진 것은 아니다.
다이소는 '유통기한을 엄수해 판매한다'는 고지를 과자류 진열대에 써 붙여 판매하고 있다.
다만 편의점과 마트에서 파는 동일 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한 대신 중량이 적은 제품이 많다.
제과업체가 균일가에 가격을 맞춰야만 입점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이소용으로 중량을 줄인 상품을 만들어 납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제과업계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분위기라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을 가진 다이소 과자류 인기는 더 높아졌다.
오리온이 지난해 12월부터 초코송이 등 1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고 롯데웰푸드도 이달부터 빼빼로를 포함해 몽쉘, 가나, 크런키 등 초콜릿이 포함된 제품에다 빠다코코낫과 마가렛트 등 다른 과자 제품까지 모두 26종의 가격을 높였다.
원래 다이소에서 과자류는 주력 상품이 아니라 고객을 불러들이는 미끼상품이었으나, 경기 불황으로 10대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품목으로 올라섰다.

다이소 과자류의 또 다른 강점은 차별화된 품목이다.
다이소는 2010년대부터 해외 수입 과자, 젤리 등으로 식품 상품군을 확대해왔다.
이에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보기 드문 상품을 다이소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심지어 판매하는 품목이 유행에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SNS에서 큰 인기를 끌어 두배 가격에 되팔기까지 성행했던 '두바이 초콜릿'의 경우 다이소가 2000원이라는 가격에 출시하면서 한때 유통 업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최근 해외 유명 유튜버가 만들어 편의점에서 품귀현상을 빚은 '피스터블 초콜릿'도 다이소에서 신상품으로 내놨다.
편의점에서는 8000원이지만 다이소에서는 5000원에 판매하고 있어 온라인 매장에서 예약을 걸어놓지 않으면 구매가 불가능할 정도다.

10대들이 과자만큼 관심을 갖는 다이소 품목은 문구·팬시류다.
특히 10대들을 사로잡은 것은 다이소의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제품이다.
연예인의 폴라로이드 사진이나 다이어리에 붙여 장식할 수 있는 포토 카드 보호 필름, 마스킹테이프, 스티커가 주를 이룬다.

이는 맛집에 갔을 때 음식과 연예인 포토 카드가 함께 나오게 찍는 '예절샷'이 유행하는 아이돌 팬 문화를 충분히 이해했기에 가능한 상품 전개다.
다이소의 폴꾸 기획은 2021년 아이돌 문화에 박식한 한 다이소 매장 담당자가 포토 카드를 넣기 위한 '6공 바인더 파일', 'OPP 포장지' 등을 모아 전용 매대를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원래 폴꾸 전용 상품으로 나왔던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카드와 사이즈가 맞아 이를 이용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당시 시중에 판매되던 용품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에, 10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 내용을 문구·팬시를 담당하던 다이소 상품기획자(MD)가 듣고,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아이돌 문화를 조사했다.
10대들이 어떤 용품을 많이 사용하는지 등을 분석한 결과 포토카드를 정리할 수 있는 앨범, 카드를 보관할 수 있는 탑로더와 슬리브가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후 소품 편집숍부터 프랜차이즈 팬시 매장을 돌며 관련 제품을 사는 10대 여학생들을 관찰했고, 시장성이 있다고 파악해 2022년 폴꾸용품 11종을 선보였다.

폴꾸용품은 제품 출시와 동시에 품절이 되는 등 인기가 뜨거웠다.
다이소는 여기에 시크한 무드를 좋아하는 최근 10대들의 흥미를 고려해 '하이틴 콘셉트'로 용품을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아이돌 증명사진이나 인생네컷까지 들어갈 수 있는 앨범도 출시했다.
포토 카드의 손상을 방지하는 '포카 커버'와 모은 포토 카드를 정리할 수 있는 바인더는 다이소 '초딩 대란템'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수출까지 되고 있다.

캐릭터 상품도 인기다.
2019년 다람쥐 캐릭터 인형으로 시작해 다이소의 스테디셀러가 된 ‘볼이 빵빵한 친구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유명 라이선스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으로 당시 출시 열흘 만에 전체 수량이 완판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토끼, 햄스터, 쿼카 등으로 캐릭터를 끊임없이 확대하면서 처음의 인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중이다.

다이소는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라이선스 캐릭터 상품도 판매한다.
대표적인 상품이 디즈니 캐릭터 상품이다.
디즈니 캐릭터 라이선스를 가진 업체와 손잡고 내놓은 디즈니 인형, 식기류, 문구류 시리즈는 현재 관련 상품이 800종이 넘을 정도로 늘어났다.

현재 다이소 관련 디지털 콘텐츠들은 청소년 사이에서 하나의 놀거리로 발전해 과자, 문구·팬시류 등 10대들이 주로 찾는 품목군의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다이소에서 산 제품을 소개하는 다이소깡 영상은 십만 단위 조회 수를 보장한다.
'초등학생은 다이소 가서 뭘 살까?'라는 제목의 초등학생 다이소 쇼핑 브이로그는 유튜브 조회 수 25만회, 여러 가지 사 왔다며 찍은 58초짜리 다이소깡 쇼츠는 조회 수 54만회를 기록했다.
'다이소 가면 이건 꼭 사세요'라는 제목의 제품 소개 영상은 조회 수 309만회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