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소비 부진이 이어지며 국내 주류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사케(日本酒·일본식 청주)' 수입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일본 문화와 음식 등에 대한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높은 주질과 다양성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사케 수입액은 4월 기준 1069만달러(약 15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895만달러)과 비교해 19.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홈술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20년 1174만달러 수준이던 사케 수입액은 이후 매년 수입액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수입 주류가 부진한 지난해에도 성장을 이어가며 사상 최대 수입액인 2635만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처음으로 30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량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올해 4월까지 국내로 들어온 사케 중량은 2385t으로 전년 동기(1949t)와 비교해 22.6% 증가했다.
2020년 2379t이던 수입량은 이듬해 3000t, 2022년에는 4000t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5684t까지 늘어나며 4년 새 2.5배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6000t 이상 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케 수입이 늘면서 수입업체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국내 최대 사케 수입업체인 니혼슈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14.7% 늘어난 2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1억원으로 7.6% 증가했다.
니혼슈코리아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은 '닷사이' 등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닷사이 매출은 2020년 대비 약 5배가량 성장했다.
매년 30~40%씩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사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는 일본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과 경험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을 찾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현지에서 경험한 일본 음식과 술을 국내에 돌아와서도 다시 찾는 재소비 방식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우리 관광객은 882만명으로 전년 대비 26.7%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2% 늘어난 251만명이 찾아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케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된 점도 사케 수요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니혼슈코리아 관계자는 "사케 전문점이 증가하고 스마트오더를 통한 온라인 판매 등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이전보다 사케를 접하기 쉬운 환경이 마련됐다"며 "여기에 사케의 종류와 제조 과정, 맛 등에 대한 정보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산하며 고급술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케가 주점이나 레스토랑 등 유흥시장에서 소비되는 비중이 높은 주종이라는 점도 관련 업체들이 수입을 늘리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류는 유흥시장에서 판매될 때 마진율이 더 높다.
수입사 입장에서 높은 가정시장 비중은 전체 매출 확대 차원에는 도움이 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마진 탓에 수익성 차원에선 높은 유흥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
최근 사케의 인기에 힘입어 수입사들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사케 영업과 마케팅 활동에 나서는 것도 마진율이 높은 유흥채널 비중이 높다는 배경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다.

일본식 이자카야나 일식 오마카세(요리사가 알아서 내주는 코스 요리) 등에서 최적의 페어링과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일본 주종만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사케의 음용 빈도 확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 맥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일본 맥주와 사케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국내 주류시장 내 사케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절대적인 규모 면에서 주요 주종과 차이가 있는 만큼 성장의 여지가 충분하고, 점차 다양해지는 취향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수요 확대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음식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내 외식업계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요 확대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다만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대중적인 히트 상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케의 인기가 높아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전체의 시장에선 비중이 낮은 마이너한 주종"이라며 "외연 확대를 위해선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는 제품이 나와야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마자케(生酒·생사케) 등 고유의 맛을 지키려면 반드시 냉장 유통이 필요한 주종의 특성상 다른 주종과 치열한 냉장고 쇼케이스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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