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조종사들이 통상임금에 비행수당을 포함하기 위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통상임금 규정 변경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20년 만에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한 임금체계 개편을 매듭지으면서 항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비행시간에 따라 받는 비행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하는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소송 신청을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로펌 선임 절차에도 착수했다.

노조 관계자는 "조종사 임금체계는 일반직과 달라 비행수당 부분을 사측과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해 소송을 준비하게 됐다"며 "현 집행부 임기가 완료되는 8월 말 전에는 소송을 제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종사 노조는 그동안 비행시간에 따라 지급되는 비행수당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도 사측을 상대로 임금 소송을 냈지만 2020년 대법원은 비행수당이 비행시간에 따라 지급 여부와 규모가 달라진다는 점에 비춰 고정성이 없다며 통상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26시간의 월 소정근로시간 역시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통상임금 요건에서 고정성을 폐지,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판결하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조종사 노조는 비행수당 역시 고정성 요건이 해소된 만큼 통상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비용 부담이 커지는 셈이어서 조종사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측은 "현재 조종사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대한항공 노조의 소송 결과에 따라 후속 대응을 진행할 방침을 세웠다.
최근 지배구조가 바뀐 티웨이항공 등 LCC 조종사 노조 역시 대법원 판례와 대형항공사(FSC) 사례를 바탕으로 임금 협상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도 소속 노조의 법률 지원 등을 준비하고 하반기엔 연맹 차원에서도 대응할 방침이다.
연맹 관계자는 "항공사별로 세부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각 노조의 대응 방침에 따라 지원한다는 계획"이라며 "통상임금 문제가 무리 없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계열 LCC인 진에어는 상여 200%를 통상임금에 산입하는 안을 검토 중이며 연내 적용할 계획이다.
진에어의 경우 이미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을 적용하고 있어 통상임금 부분만 개편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에 편입된 아시아나항공은 226시간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이 역시 단축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고 밝혔으나 2027년 이후 대한항공과 동일한 임금체계를 따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상여 850%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월 소정근로시간을 기존 226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조정하는 등 임금체계를 개편했다.
노조 측은 이번 개편으로 직원들의 실질임금이 7%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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