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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에게는 맞서 싸워야 할 상대가 있다.
바로 괴물 리더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독재자 괴물 모습을 한 인물은 이 세상에 퍼져 있는 신화, 토속신앙, 전설, 심지어 악몽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특징은 어디서나 본질적으로 같다.
보편적 혜택의 수혜자로, 탐욕스럽게 자기 권리만 갈구한다"고 말했다.
그 정체는 불분명하거나 감춰져 있을 때가 많다.
영웅과 괴물 리더가 동일 인물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에는 여기에 부합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어벤져스를 견제하던 미국 국무장관에서 대통령까지 오른 로스(해리슨 포드)다.
극 초반 화합을 강조하며 인도양에서 발견된 새로운 자원 아다만티움을 세계 각국이 나눠 가지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암살 미수 사건 등으로 각 나라 수장들이 더는 미국 정부를 믿지 않게 되면서 외교 갈등의 주범으로 몰락한다.
따지고 보면 로스가 자초한 일이다.
개인적 욕망에 눈이 먼 나머지 악당에게 세뇌돼버렸다.
끝내 이성을 잃고 '레드 헐크'로 변신해 백악관을 초토화한다.
국내 관객에게는 낯익은 전개일 수 있다.
근거 없는 소문만 믿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대통령이 철창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세뇌는 특정 종교단체나 집단에서만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틀렸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서서히 잠입해 들어온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건 이미 정신이 변해있고, 변한 뒤의 상태를 의심하지 않아서다.
그렇게 존재성과 인격의 변화를 겪는 대상이 한 나라의 리더라면 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강력한 민주주의 체제라도 정치·경제적 안건들은 힘없는 다수가 아니라 힘 있는 소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또 다른 리더인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공감이 이끄는 조직'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로부터 방패를 물려받은 윌슨(앤서니 마키)은 초인적인 힘은 없으나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
동료들이 기존의 제약이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도록 북돋는다.
레드 헐크로 변신한 로스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죄인으로서 여생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도 한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뉴노멀 시대에 일방적이고 편협한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살아남기 어렵다.
그동안 세계 조직을 지배해온 남성적 리더십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감 능력을 조직 환경에 적절히 녹여내 유연하고 부드럽게 위기를 돌파하는 조직만이 급변하는 세계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바버라 켈러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2012년 저서 '리더십의 종말'에서 예견한 대로다.
"민주적 리더들의 운명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이데올로기와 제도적 견제 등 구조적인 여건들, 정보의 확산과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주는 새로운 기술, 그리고 더 많은 권리의식과 대담함을 갖게 된 팔로어(Follower)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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