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헌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정책과장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생성형 AI와 경쟁'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정책보고서는 급성장 중인 AI 시장에서 혁신은 저해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경쟁질서 확립을 위한 정책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발간됐다./뉴시스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해 후발주자 진입이 쉽지 않고, 이로 인해 경쟁·소비자 이익 저해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생성형 AI와 경쟁'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생성형 AI 시장은 2022년 챗GPT(ChatGPT) 등장 이후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경제적 효율성과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키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시장에서는 국내·외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다수의 스타트업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술 경쟁, 자본·인재·고객 유치, 인접 시장 수직통합, 사업자간 파트너십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리서치(Precedence Research)는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3년 약 176억달러에서 2030년 약 2556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정책보고서는 '생성형 AI' 국내 시장을 분석, 경쟁·소비자 쟁점을 점검해 향후 추진 과제를 제시한 공정위의 첫 보고서다.

공정위는 생성형 AI 시장은 구조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생성형 AI 개발에는 대규모 자본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 이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네트워크 효과 등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시장지배력을 가진 소수 사업자가 등장하고 있다.

AI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해외 사업자는 구글, 메타, Open AI,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사업자에는 네이버, 카카오, LG, KT, NC소프트, 업스테이지 등이다.

보고서는 "필수 인프라를 이미 확보한 빅테크 위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사업자보다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에 있다"며 "선도적 사업자는 초기 시장에서 자신의 제품 및 서비스 인지도 제고, 선제적 투자 등을 통해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생성형 AI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당한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가격, 물량 등 거래조건에 관해 지배력을 남용하거나 거래상대방에게 상품 구매를 강요하는 등 결합판매가 강제될 경우 경쟁 저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사업자들이 고객을 확보·유지하기 위해 제공하는 이익이 부당하거나 과다한 경우, 거래관계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배타조건부 거래를 강제하는 경우도 경쟁이 저해될 우려도 있다.

기업 결합에서는 AI 시장에서 자금력이 풍부한 수직통합 사업자가 스타트업 등에 상당한 규모로 투자하거나 사업자 간 파트너십 체결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사업자의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인수 등이 관련시장 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데이터를 수집할 때 실질적 동의를 받지 않는 행위가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공정위는 국내 AI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경쟁제한 우려가 나타나는 행위 등에 대해 면밀히 감시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데이터 수집·활용과 관련한 AI 사업자의 행위가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우려와 관련해서는 내년 중 공정거래법·소비자법 규율 가능성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며 "기존 기업결합과 유사한 효과를 가지는 파트너십 등 새로운 형태의 기업결합에 대한 제도개선 필요성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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