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비상 걸린 산업계
10% 오를 때 대기업 이익 0.29%P↓
중간재 수입 가공업체 ‘팔수록 손해’
석유화학·철강·항공·식품사 직격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한 중소기업은 이미 곡소리를 내고 있고, 재계에선 이 이상 환율이 오르면 버티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기업엔 호재라는 공식은 옛말이다.
과거에는 달러 가치가 올랐을 때 외국에 제품을 팔면 원화 환산 수익이 늘어나므로 이득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엔 대기업의 수출 양상이 가격 경쟁에서 기술력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환율 상승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도심 일대 주요 기업체 건물들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들은 내년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4%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의 대(對)미국 투자가 늘어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업계는 현지 생산 체제 구축으로 해외 생산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환율의 영향이 전보다 감소했고, 미국에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반도체·배터리 업계는 부담이 대폭 커졌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환율이 10%로 오를 때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석유화학, 철강, 항공, 식품 등 원료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피해가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순외화부채는 약 28억달러로,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280억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분기 사업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세후 이익이 142억원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출 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 일본의 엔화 가치도 하락세에 놓여 있어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은 수출 대상국의 달러 환율 상승은 오히려 한국 수출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킨다고 분석했다.

사진=뉴시스

중소기업에게 원화 가치 하락은 치명적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대다수가 중간재인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대기업이나 해외로 판매해 수익을 내고 있어 환율 적정선(1200원)을 넘어가면 ‘팔아도 손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9월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 분석 연구’에 따르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에서 환리스크(환차손익)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25% 수준이다.
또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수출 호조의 내수 경제 환원 고리가 약해지면서 중소기업의 환율 상승의 피해는 더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으로 대기업 수출이 늘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도 매출이 느는 순환 구조가 있었는데, 최근 몇 년간 지속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대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진 상황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환율 상승으로 인한 중간재 수입 비용 상승분을 대기업 납품가에 반영하기 더욱 힘들어진 것이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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