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으로부터 자리 안내를 받고 있다. /임영무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문은혜·이성락·김태환·황준익·이한림·이중삼·공미나·장혜승·최의종·이선영·우지수·이라진·조소현·문화영·김해인·황지향·정다운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이중삼 기자] 어수선하게 시작한 을사년(乙巳年)도 어느새 한 달이 다 돼갑니다. 하나같이 우울한 소식들만 들려오면서 답답함을 토로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엿새간의 설 연휴가 지난 뒤에는 밝은 소식이 하나둘씩 전해지길 바라봅니다.

이번 주 경제계 시계는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대 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과 만남을 가져 '野치' 논란이 뜨겁게 일었습니다. 야당 대표가 은행장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데다, 일각에서는 대선 유력 야당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 금융권 이용·압박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반 동안 진행되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사회를 지켰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지난 23일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영풍 측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했습니다.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배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에이피알의 '황금알'인 홈 뷰티 디바이스(기기) 사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판매량이 급증하며 실적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 편중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야당 대표 소집 '이례적'…무슨 얘기 오갔나

지난 20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14층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했다. (맨 왼쪽부터 차례대로) 간담회에 참석한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임영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대 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을 만났다면서요.

-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은행권 현장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대표와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무슨 얘기들이 오고 갔나요.

-이 대표와 은행장들은 금융권의 경쟁력 강화와 이를 위한 규제 개선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크게 기업 활동을 구체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개선점에 대해 국제경쟁력 제고 방안,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위한 규제 개선, 금융의 기업지원 활성화 방안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논의했는데요. 은행권은 국제 진출 확대를 위해 디지털 관련 규제 개선을 요청했습니다. 또 국제 진출과 관련해 '금융 외교'가 중요하기에 관련해서 개선책을 논의했습니다.

-내용만 보면 좋은 취지의 자리인 것 같은데,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야당 대표가 은행장들을 소환하는 일이 매우 이례적이고, 금융업계의 일에 너무 깊숙이 개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입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상생금융' 정책과 더불어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하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민병덕 의원 대표 발의로 가산금리에서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와 법정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일부 개정안'을 추진 중인데요.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제도화해 은행 수익 추구와 사회적 책임 간 균형을 제고한다는 취지입니다. 가산금리가 인하되면 소비자들이 좀 더 낮은 이자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대표가 직접 은행장들에게 가산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가산금리가 인하되면 좋은 것 아닌가요?

-은행 입장에서는 결국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권 전체에 약 3조원의 비용을 가산금리 산정에서 제외하게 됩니다. 그만큼 은행권의 이자수익이 감소하게 되죠. 이와 더불어 은행들은 '상생금융' 정책에 발맞추면서 지난해 2조1000억원에 달하는 민생 금융 지원방안을 시행했습니다. 올해도 △연체 전 차주에 대한 맞춤형 채무조정 △폐업자 저금리·장기 분할상환 프로그램 △상생 보증·대출 △은행권 컨설팅 프로그램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상생금융을 통해 연간 25만명의 소상공인에 대해 7000억원의 이자 부담을 줄일 예정입니다.

-차기 대권주자가 말하는 것이니 외면하기도 어렵겠네요.

-맞습니다. 이 때문에 이 대표 측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자신의 대권과 정치 행보를 위해 은행을 이용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 비판의 수위가 높았는데요. 아직 야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벌써부터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생과 경제를 챙기겠다며 기껏 한다는 일이 6대 시중 은행장들을 불러 모아서 군기 잡는 대통령 행세이다"고 말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은행장을 소집한 점을 언급하며 '정치권의 은행 가산 금리 가격 개입이 정당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은행 가산 금리에 대해 정부도 그렇고, 정치권도 그렇고 강하게 개입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서 "정치권의 고위직이 금융기관을 직접 만나서 요청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정치 행위를 금융에다가 넣기 시작하면 금융이 제대로 발전할 수 없고, 필요할 때 민간 기업에 혈액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하며 이 대표를 간접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은행이 특정 언론사에게 광고를 집행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면서요.

-네. 이 대표는 은행장들에게 부정선거 의혹과 중국인 간첩 체포설 등을 보도한 한 매체의 광고비를 집행한 것과 관련해 광고 집행 상황을 물었습니다. 실제 민주당 한 의원실은 시중 은행에 해당 매체에 대한 광고 집행 자료를 요구한 상태이기도 한데요. 잘못된 내용을 보도하는 소위 '황색 언론'에 광고비를 집행하면 안 된다는 뉘앙스가 내포돼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발끈했는데요. 어떤 종류의 언론이라도 광고를 끊도록 만드는 '광고 협박'은 저널리즘에 대한 공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입장은 어떤가요.

-논란을 의식했는지 이 대표는 이번 간담회의 취지가 '무언가를 강요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대표는 "일부에서 얘기한 것처럼 여러분에게 뭘 강요해서 얻고자하거나 무엇인가를 강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며 "(서민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들어보고 활동하는 데 정치권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듣는 자리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말씀해 달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은행 가산금리 인하 관련 내용을 이날 아예 언급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의 혼란이 금융업계로도 번지고 있다는 인상이 강한데요. 아무쪼록 빠른 시일 내에 정국이 안정화되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랍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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