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 기업,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 행보
‘로켓배송’ 중국 자본에 맞설 최후의 경쟁력 될까

내수 부진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중국 자본이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을 비롯한 주요 중국 기업들은 플랫폼 투자, 합작법인 설립, 오프라인 유통망 확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며, 알려진 투자액만 1조8000억 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중장기적으로 중국 자본의 공세에 맞설 최후의 방어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초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물류센터 구축 등 약 1조4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으며, 국내 명품 플랫폼 ‘에이블리’에 1000억 원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신세계의 지마켓과 합작법인 설립을 선언하며 이커머스 시장 확대를 본격화했다.

합작법인의 지분 구조는 신세계가 보유한 지마켓 지분 80%를 현물 출자하고, 알리익스프레스가 3000억 원을 투자해 양사가 각각 50%씩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중국 안타스포츠는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지분을 500억 원에 인수하며 패션 분야로도 영역을 넓혔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중국 자본의 공세는 거세다.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미니소’는 서울 혜화점을 비롯해 다수의 매장을 열고 있으며, 주요 백화점 입점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은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을 틈타 투자 위축을 겪고 있는 알짜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이커머스 자본은 이미 동남아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확보했다.
일본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상위 4개 기업인 쇼피(48%), 라자다(16.4%), 틱톡샵(14.2%), 토코피디아(14.2%)는 모두 중국 자본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다.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무려 92%에 달한다.

텐센트는 쇼피의 초기 투자자로 현재 지분 18.4%를 보유 중이며, 알리바바는 라자다를 2016년에 인수했다.
틱톡은 동남아 시장에 틱톡샵을 도입해 쇼핑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토코피디아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쿠팡은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익일배송 및 새벽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쿠팡은 2026년까지 3조 원을 추가 투자해 물류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물류센터 운영이 적은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의 차별화 요소로, 쿠팡의 물류 경쟁력은 중국 자본에 맞설 핵심 카드로 평가받는다.

네이버도 올해 인공지능(AI) 기반의 검색 및 추천 시스템을 도입한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앱을 런칭하며 국내 유통망 확대에 나선다.
롯데쇼핑은 영국 ‘오카도’와 협력해 부산에 새벽배송 물류센터를 설립 중이며, 내년부터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 본격 진입할 예정이다.

중국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내 유통업계의 지속적인 서비스 혁신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알리바바그룹과 같은 중국 자본이 보유한 막대한 현금(약 100조 원)은 국내 유통업체들에 큰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자본이 직매입 원칙 대신 플랫폼 운영 방식을 고수하며 물류 관련 인력을 최소화할 경우 국내 물류 관련 일자리가 감소할 위험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네이버가 선제적으로 물류와 쇼핑 서비스를 강화한다면 중국 자본의 침투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산 저가 제품 유통이 대대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국내 업체들의 체계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한국 시장 진출은 단기적 흐름이 아니라 장기적 도전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유통업체들은 물류, 서비스, 상품의 질을 높이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책적 지원과 업계의 협력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중국 자본의 공세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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