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검토하지만 세금 인하 등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의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대미 투자) 검토는 계속할 것"이라며 "비즈니스라는 게 필요한 투자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기업도 '트럼프 시기에 얼마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다가가지 않고 내 장사에 얼마나 좋은지, 나쁜지 이야기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생산 시설을 좀 더 원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국이 내놓을 인센티브 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이 (세금을) 내리겠다고 하는데 아직 뭐가 나온 게 없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 계획을 짜거나 무언가를 반영할 수 있는데 지금은 나온 게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인센티브에 대해서 "꼭 돈만 갖고 따지는 게 아닐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인센티브가 있을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이 같이해서 서로 좋은 것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더 싼 것을 사고 싶고, 내 것을 더 많이 파는 그런 관계만 있으면 상당히 삭막한 관계"라며 "(한국과 미국이) 서로 시너지를 얻는 빅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한국도 지금 같은 트렌드 파도에 잘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누그러질 것을 기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 회장은 보조금 폐지 등과 관련해 "내가 이야기할 것은 아닌데 (방미 기간 중에 만난 미국) 정계 인사 중 한 분이 '그것은 계속 집행이 잘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고 약속해서 미국이 좋은 건데 그걸 왜 안 해 주냐'고 했다"며 "실제 그것(보조금 지급)도 자기네 실리를 따져서 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무조건 '준다, 안 준다'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리뷰할 것으로 보고 그것(리뷰 결과)이 나와야 한다"며 "최소 4월쯤 무엇인가를 발표한다고 하니까 좀 기다려보자"고 설명했다.

비싼 인건비 등 때문에 미국이 투자처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에는 "지금 그런 단계의 이야기는 없다"며 "상황은 산업 분야마다 다 다르다"고 답했다.
아울러 "미국이 불리한 것도 있지만 유리한 것도 있다"며 "솔직히 인공지능(AI) 분야 등은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미국에 투자하는 게 지금 훨씬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에 미국 인텔 공장 인수 타진까지 하면서 압박한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압박을 한다? 나는 그렇게 안 보인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19~20일 26명으로 꾸려진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끌고 방미해서 미국 백악관, 재무부 고위 당직자, 의회 주요 의원, 주지자 등을 만났다.
대한상의는 조선, 에너지, 원자력, 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등 6개 분야를 준비했다.

최 회장은 이번 사절단의 성과에 대해 "가능하면 그들(미국 측)이 흥미로워할 얘기를 한다는 게 계획이었고 그런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같이 해서 서로 좋은 이야기가 있어야 되는 것을 준비했고 (미국 측이) 6개 분야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국과 협상에 나설 한국 정부에 전할 당부 사항에 대해 "잘 전해드리도록 하겠다.
협상은 잘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