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통상이 최근 2차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94% 이상을 확보하며 자진 상장폐지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신성통상 본사. 우측 상단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우지수 기자·신성통상

[더팩트 | 문은혜 기자] '탑텐' 등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성통상이 최근 2차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94% 이상을 확보하며 자진 상장폐지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성통상이 소액주주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 시행 전에 상장폐지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너 2세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성통상 오너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 회사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지난 9일까지 진행한 2차 공개매수를 통해 총 1534만8498주(10.68%)의 신성통상 주식을 매수했다.

이에 따라 신성통상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기존 83.87%에서 94.55%로 늘어났다.

신성통상은 현재 자진 상장폐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앞서 지난해 6월에도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매수가액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도 못 미치는 2300원으로 제시한 탓에 목표 물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1년 만에 다시 진행한 이번 2차 공개매수에서는 1차 대비 약 78% 높은 4100원을 매수가액으로 제시했다.

2차 매수에도 신성통상은 자진 상장폐지 요건인 95%는 달성하지 못했다. 다만 추가로 확보해야 할 지분이 0.45%에 불과한 만큼 장내 매수 등을 통해 조건을 갖출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곧 시행될 예정인 만큼 신성통상이 서둘러 상장폐지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나 소액주주들의 경영 활동 관여 등 외부 변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성통상이 상장폐지에 나선 배경에는 소액주주들과 배당 갈등이 있다. 신성통상은 2012년부터 10년 넘게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면서 3000억원대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기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소액주주들의 이같은 반발에 신성통상은 결국 지난 2023년 주당 50원의 배당을 실시했으나 배당성향이 당기순이익의 8.6%에 불과해 또 다시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비상장사인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배당성향 49%에 달하는 대규모 배당을 단행한 것과 비교되면서 오너 일가만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업계는 신성통상이 이번에 상장폐지에 성공해 오너 개인회사로 전환될 경우 그간 쌓아온 유보금은 오너 일가의 승계를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성통상이 2세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상법 개정이라는 변수가 생기기 전에 상장폐지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성통상 주식을 공개매수한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염태순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현재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 가나안은 염태순 회장의 장남인 염상원 이사가 지분 82.43%를 보유하고 있고, 에이션패션 지분의 46.5%도 가나안이 갖고 있다. 사실상 오너 2세인 염상원씨가 신성통상을 지배하는 구조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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