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하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커피를 통해 언어를 새롭게 구사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발전하는 까닭이다.
커피는 우리를 사유로 이끌고 존재에 대한 깊은 가치에 눈을 뜨게 도와준다.
커피를 들고 거닐다가 밤하늘의 별을 향해 잔을 들어 올리며 마크 트웨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가 하와이 코나 커피에 보낸 찬사 덕분에 코나 커피가 세상의 사랑을 받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의 제스처이다.
그는 핼리 혜성이 지구에 다가올 때 태어나 76년 만에 다시 지구를 스쳐 멀어질 때 숨을 거뒀다.
커피 애호가들은 그가 혜성을 타고 지구에 와 커피를 음미하고 우주로 다시 돌아가 영원한 별이 되었다고 상상한다.
마치 헤밍웨이가 쿠바 커피를 즐기며 문학적 영감을 얻었듯이, 커피가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힘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은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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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본연의 가치, 생두에 담긴 인류애에 눈을 뜨게 하는 데 교육이 기여해야 한다. ‘파란만장한 커피사’ 제공 |
‘노인과 바다’는 커피 문화에도 큰 획을 그었다.
청새치, 상어와의 잇단 싸움에서 파멸될지언정 지지 않겠다며 버텨낸 산티아고는 집으로 돌아와 기절하듯 쓰러졌다.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소년 마놀린이 깡통을 들고 카페 라 테라사(La terraza)로 뛰어가 커피를 듬뿍 담아오는 장면은 헤밍웨이가 문학 작품에서 제시한 ‘테이크 아웃 커피의 아이디어’였다.
커피 애호가들은 ‘해리포터의 커피’라고 하면 카페라테를 떠올린다.
조앤 롤링이 미혼모로 어렵게 살아가며 에든버러에 있는 엘리펀트 하우스 카페에서 육필 원고를 쓸 때의 일화 때문이다.
우유를 따로 달라고 해 아기에게 먼저 먹인 뒤 남은 우유를 커피에 넣어 마셨다.
그의 카페라테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모성과 창의성이 녹아든 영감의 원천이었다.
이 스코틀랜드의 특별한 카페라테가 결국 전 세계를 매료시킨 마법 세계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남양주시청이 진행한 평생학습프로그램을 통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시민 129명이 자발적으로 ‘남양주 평생 바리스타협의회’를 결성해 활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공세 속에 어렵게 살아가는 작은 지역 카페의 자활을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상정하고, 지역 연대를 통해 풀어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8주의 바리스타 교육과정이 이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는 설문 결과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들의 답변과는 상당히 달랐다.
소규모 카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현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36%가 “산지에서 양질의 커피 생두를 확보할 수 있는 공공 공급 채널 마련”을 가장 많이 꼽았다.
나머지는 “유통 과정 투명화 및 간결화를 통한 원두 가격 안정”(30.6%), “커피 자영업자를 위한 홍보 및 마케팅 지원”(26.4%), “커피 시장 트렌드 및 최신 정보 제공”(4.2%), “소규모 카페에서 이용 가능한 커피 기프티콘 도입”(2.8%) 등의 순이었다.
가장 최근 마신 커피의 유형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아메리카노(45.8%), 드립 커피(23.6%), 카페라테(16.7%), 캡슐커피(8.3%), 에스프레소(5.6%) 등으로 인스턴트 커피라는 답변은 아예 나오지 않았다.
당신에게 좋은 커피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출처가 정확하고 신선한 제철 커피”와 “공정무역·친환경 커피”라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다.
접근이 편하다거나 브랜드를 보고 고른다는 등 흔히 나오는 답변들과는 아주 달랐다.
바리스타 교육이 기술 습득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가치가 깃들지 않는 커피로는 삶을 바꿀 수 없다.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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