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생을 위한 양보” vs 국힘 “정국 전환용 꼼수”
기본소득 공약 재검토 시사, 미·일 애정 강조 등
‘실용주의 노선’ 이재명, ‘말 바꾸기’ 논란 증폭
與 “野, ‘삭감 예산안’ 단독 처리부터 사과해야”
李 입장 변화엔 “국민 속이려는 립서비스” 맹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기존 발언과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말바꾸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 대표는 31일 자신의 대표적인 총선 공약인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걸림돌이 된다면 이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기본소득’ 입장에서도 후퇴한 이 대표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은 민생지원금에서도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민생을 위한 양보”라며 민생쪽에 방점을 찍지만,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선거용’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이 대표가 명실상부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만큼 그의 발언을 둘러싼 진정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전국민 25만원)민생지원금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정부나 여당이 민생지원금 (예산) 때문에 추경을 못 하겠다고 한다면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효율적인 민생지원 정책이 나오면 (민생회복지원금 예산이 포함되지 않아도) 상관이 없으니 추경을 편성해달라”며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할 경우 차등지원을 하든 선별지원을 하든 다 괜찮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지난해 ‘삭감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것부터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추경을 입에 올리려면 작년 말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뉴시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민주당의 진의가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정국 전환용 꼼수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속이기 위한 립서비스”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 그는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닌가.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발전의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친성장·친기업적 발언이 중도층과 보수층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동안 이 대표 성향이 반미·반일, 친중·친북에 치우쳐있다는 비판을 의식한듯 외교 분야에서도 ‘말 바꾸기’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대선 때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했던 이 대표는 지난달 미 상공회의소 인사들과 만나선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정말 특별하다”며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의 큰 도움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라가 미국”이라며 “대한민국과 미국은 혈맹을 넘어서 경제적, 총체적 동맹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0일 미국 워싱턴 DC 근교에서 여객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즉각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사고로 희생된 모든 분께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며 “어려울 때 함께 하는 것이 동맹이다.
민주당은 미국 국민과 연대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를 요구하며 단식투쟁까지 불사했던 이 대표는 최근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해 애정이 매우 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던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구하고, 위성정당에 반대했다가 위성정당을 창당한 사례 등을 들며 “과거 언행을 보면 말과 행동이 다른 식언정치에 불과했다”며 조기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 제스처’라고 깎아 내렸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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