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의 주재로 이뤄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한 시간 만에 소득 없이 일단락되면서 정부가 제출 예고한 10조원 규모 추경안, 본회의 일정 논의는 양측의 이견만 확인했다.
3월 임시국회가 다음 달 3일 회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본회의 일정에 대해서는 양 원내대표가 다시 만나 논의를 나누기로 했다.

31일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 일정과 관련해 "그 부분은 여야 협의가 안 돼서 이날 오후 4시에 만나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시작한 회동은 정부가 제출을 예고한 10조원 규모 추경안, 본회의 일정 등을 주제로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10조원 규모 추경안 합의는 예상대로 어떠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추경안에 대해 "알맹이 하나 없는 쭉정이"라며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에 규모도 턱없이 부족하고 그것도 여야가 취지에 동의하면 그때 가서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추경 편성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안은 여야 쟁점이 없고 시급히 처리해야 할 예산만을 담았다"며 "이 추경을 시급히 통과한 다음에 여당과 야당이 요구하는 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분간의 모두발언 후 비공개 회동으로 전환됐지만, 추경안과 관련해선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원 소비쿠폰 등 35조원의 추경안을, 여당은 15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음 달 3일 회기 종료를 앞둔 3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 일정에 대해서도 여야 간 의견이 대립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추경안, 산불피해, 헌정질서 유린, 민감국가 등 큰 문제들이 있어 다음 달 1일부터 상시 본회의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며 "1일에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고 2~4일 국회 현안 질의를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일정 합의가 어렵기 때문에 당의 입장에서 이날 오후 3시에 국회 운영위를 열어 본회의 일정을 잡고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다음 달 3일 임시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를 열고 4월 임시국회를 기약하자는 입장이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감 국가는 이미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했고, 추경은 전체 회의가 아니라 상임위에서 다룬 후 예결위를 거쳐서 본회의로 와야 한다"며 "4월 임시국회 일정을 합의하면서 필요하다면 긴급 현안 질의를 하루 정도 할 수 있겠다고 의장에게 말했다"고 했다.

한편 여야는 회동 내내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하는 일체 행위를 중단하시고 헌정질서 수호에 적극 협력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내각 총탄핵, 줄탄핵, 쌍탄핵 같은 얘기가 나오는데 이성을 상실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실현된다면 내란이자 국가 전복"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마 헌법재판관 임명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후보자 추천 철회를 요구했다.

또 박 원내대표가 모두발언 중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윤석열'이라고 지칭하자 권 원내대표는 "듣기가 아주 거북하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범죄 피고인 이재명 대표에 대해 이재명이라고 불러도 아무 소리를 안 하겠냐"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