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별세한 한국전 프랑스 참전 용사 고(故) 자크 그리졸레(96) 씨의 장례식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엄수됐다.

앵발리드는 프랑스에서 군사적 업적을 남긴 이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자 군사문화시설이다.
앵발리드에는 군사박물관, 상이군경을 위한 국립병원이 있고 나폴레옹 1세의 유해도 안장돼 있다.
또한 역사적 인물과 군사적 영웅들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곳이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자크 그리졸레씨의 장례식. 연합뉴스

고인은 1928년에 태어나 20대 초반이던 1951년과 1953년 한국전쟁에 두 차례 파병돼 ‘단장의 능선’ 전투 등 최전선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고인은 프랑스의 인도차이나 전쟁, 알제리 독립전쟁에도 참전해 프랑스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훈장을 받았다.

고인은 최근 최고 권위인 레지옹 도뇌르 그랑크루아(대십자장)로 훈장 등급이 승격되기도 했다.
한국전쟁 프랑스 참전 용사 중 그랑크루아 등급 수훈자는 한국전쟁 당시 미 제2사단 23연대에 배속돼 프랑스 대대를 이끌었던 랄프 몽클라르 장군에 이어 처음이다.

이날 장례식엔 고인의 유족과 지인을 포함해 유엔 프랑스대대 참전용사 협회 회원들, 문승현 주프랑스 한국 대사, 송안식 한인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프랑수아 르쿠앙트르 프랑스 상훈국장은 추도사에서 고인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고인이 보여준 용기와 헌신, 희생은 그의 뒤를 따르는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며 “그는 이런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유족과 지인들은 고인의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기렸다.

고인의 아들 크리스토프 씨는 장례식에 참석한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며 “아버지는 한국을 정말 깊이 사랑하셨고 한국에 대해 특별한 추억을 간직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6년 부친을 모시고 한국을 방문한 일화를 들려주며 “당시 한국인들에게 받은 환대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친구처럼 환영받았고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며 “아버지는 자신이 처음 본 황폐하고 아무것도 없던 한국이 멋진 나라가 됐다고 감탄하셨다”고 말했다.

그리졸레 씨는 사후 부산에 있는 유엔 기념공원에 안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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