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19일(현지시간) 1단계 휴전에 들어가며 하마스에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 3명이 471일 만에 풀려났다.
이스라엘에서 수감 중이던 팔레스타인인 90명도 풀려났다.

이날 AP 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접경지역을 습격해 납치한 여성 3명을 석방했다.
노바 음악 페스티벌에서 납치된 로미 고넨(24)과 팔레스타인 국경 인근 크파르아자 키부츠에서 납치된 영국 이중국적자 에밀리 다마리(28), 루마니아 이중국적자 도론 스테인브레처(31)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가자시티 서부 알사라야 광장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인질을 넘겨받아 자국으로 이송했다.

휴전 발효를 앞두고 하마스의 인질 석방 명단 발표가 지연되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해 가자지구에서 최소 8명이 숨졌다.
하마스는 1단계 휴전이 발효되면 이스라엘 인질 중 33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대가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737명을 석방하기로 했다.
남은 30명은 매주 토요일 순차적으로 풀려난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합의 전 가자지구에 인질 94명이 남아있고, 이 중 34명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2단계에서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남은 모든 인질을 송환하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3단계에서는 영구 휴전과 가자지구 재건이 이뤄진다.

휴전 합의 이후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의 교도소에 수감됐던 팔레스타인인 90명도 풀려났다.
여성 69명과 10대 소년 21명 등이다.
AP통신은 석방자 명단에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고위 간부이자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원을 지낸 칼리다 자라르(63), 하마스 내 서열 3위인 정치국 부국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1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살레 아루리의 여동생 달랄 카세브(52), 2001년 이스라엘 장관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인 아마드 사다트 PFLP 사무총장의 아내 아블라 압델라술(68)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들이 지옥을 겪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들은 어둠에서 빛으로, 구속에서 자유로 빠져나오고 있다"고 환영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은 "오늘은 기쁨과 위로의 날이자, 함께 회복하고 치유하는 어려운 여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극우 성향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과 그가 속한 정당 ‘유대인의 힘’ 소속 의원들은 이날 휴전에 반발해 줄줄이 사퇴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휴전 합의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중재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대해 지지를 계속하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끝에 휴전 합의에 이르렀다며 "이 지역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했다"고 자평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대선 승리 축하 집회에서 "우리는 대통령이 되지 않고도 그들(바이든 행정부)이 4년간 이룬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했다"며 "휴전은 우리의 역사적 승리의 결과로만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오늘 세 명의 인질이 석방된 건 그들과 그 가족이 몇 달씩 겪은 고통 끝에 마침내 얻은 기쁜 소식"이라면서도 "이번 휴전 협정을 환영해야 하지만,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 있는 이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지금의 추진력을 활용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모든 당사자에게 휴전 협상 준수를 촉구하며 "평화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