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접견’ 이유 들어 회피
尹, 오늘 탄핵심판 직접 출석
尹 출석불응·檢 이첩 논의 앞두고
공수처 “대면 조사 시급하다” 판단
尹측 “헌재 변론준비 차질” 반발
“尹 총기사용 검토 지시” 진술 확보
警, 체포방해교사 추가 입건 검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0일 윤석열 대통령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공수처는 재강제구인 등을 포함한 형사절차를 진행해 추가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는 상황에서 조속히 남은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공수처에 사건 이첩 논의를 시작하자는 공문을 보내며 공수처 측에 신속한 수사 마무리를 독촉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나설 계획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된 서울구치소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0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경호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은 이날 오후 3시쯤 정부과천청사를 출발, 윤 대통령이 수용된 서울구치소에서 오후 9시까지 약 6시간 동안 윤 대통령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오후 9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심야 조사는 인권보호수사규칙상 피의자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공수처는 “피의자의 지속적인 조사 거부로 구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피의자에 대해 재강제구인 등을 포함한 형사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대면조사가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오전 10시 조사에 출석하지 않자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구속 이후 두 차례 출석 요구를 했으나 모두 불응했다”며 “현재 대면 조사가 시급한 상황임을 고려, 강제구인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공수처 강제구인 시도를 ‘변호사 접견’으로 회피했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오후 변호인들이 대통령을 접견할 때, 공수처 직원들이 불법으로 강제 구인을 하기 위해서 구치소에 들어왔다”며 “변호인들이 내일 탄핵심판 변론준비 등을 위해 9시30분 경까지 대통령을 계속 접견했고 공수처 직원들은 그시간 무렵까지 대기하다가 철수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이날 공수처 강제구인 시도 탓에 탄핵심판 준비에 장애를 빚었다고 반발했다.
석 변호사는 “내일(21일)은 헌법재판소가 지정한 탄핵심판 변론기일인데 이런 식이면 내일 재판 준비도 심대한 장애를 빚는다”라며 “공수처가 탄핵심판절차에서 윤 대통령에 보장돼야 할 방어권·자기변론권을 마구 침해하고 제약한다.
상식과 이성으로 판단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경호처에 막힌 안가 압수수색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 내외부 폐쇄회로(CC)TV 등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취재진이 안전가옥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 대리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공수처 강제구인 무산 직후 “21일 윤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한은 이달 28일이며 법원에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해 허가되면 2월 7일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한 차례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구속기간 연장 시 최장 20일간 피의자를 구속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공수처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공수처는 체포적부심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수사 자료를 제출한 16∼17일과 17∼19일 등 총 4일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해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자료를 법원에 보내고 받은 날을 빼고 계산해 4일이 늘어난다고 봤다”며 “물론 이는 공수처의 판단이며 검찰과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 송부와 관련한 논의를 하자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는만큼, 이번 사건의 기소와 공소유지를 맡을 검찰에서 윤 대통령 조사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공수처와 검찰은 앞서 문상호 전 전보사령관을 구속하면서 각 10일씩 수사를 진행하자고 협의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첫 10일은 법정 구속기한이지만 나머지 10일은 100% 연장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며 “수사 상황에 따라 협의하자는 것이 검찰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수처가 체포적부심 소요 시간인 10시간32분을 시간이 아닌 ‘날’로 환산해 이틀을 불산입한 것을 두고서도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맞다”며 이견을 나타냈다.

구치소 나오는 공수처 차량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을 강제구인하기 위해 20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방문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탄 차량이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삼청동 안전가옥 폐쇄회로(CC)TV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대통령경호처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실, 경호처, 삼청동 대통령 안가 등에 대해 세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는 형사소송법상 110·111조 등 안보상 이유를 근거로 불허했다.
경찰은 임의제출 방식으로 CCTV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특수단은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 5일 전 대통령경호처 간부에게 총기 사용 검토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10일 경호처 부장단과의 오찬에서 “(체포영장 집행 때) 총을 쏠 수는 없느냐”고 물었고,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영장 집행에 대비해 기관단총 2정과 실탄 80발을 무기고에서 꺼내 대통령 관저 안으로 옮겨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경찰은 조국혁신당의 고발에 따라 윤 대통령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으며, 체포영장 집행 방해를 교사한 혐의로 추가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 변호사는 공수처의 윤 대통령 접견금지 조치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제한된 TV 방송 뉴스 시청 외에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면 현직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이라며 “공수처는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대통령에 가장 기초적인 인식조차도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우·유경민·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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