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협력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유럽의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와 보복 관세를 통한 출혈 경쟁은 최대한 피하면서도 유럽에 일방적으로 해가 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연설에서 미국에 대해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조기에 서로의 공통 관심사를 논의하고, 협상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대미관계에 있어) 실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고 가치를 지키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며 "그것이 유럽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유럽과 미국의 경제 체급과 무역 규모를 조명하면서 관세 전쟁은 양측 모두에 손해임을 상기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전 세계 어디에도 우리(EU와 미국)만큼 경제가 통합된 곳은 없다"면서 "양측간 교역규모는 1조5000억유로(약 2240조원)로 전 세계 무역의 3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럽 기업의 미국 내 고용인원이 350만명에 달하는 점과, 유럽이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의 50％ 이상이 미국산인 점 등 구체적 수치를 나열하면서 "양측에 (경제의) 많은 것들이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탈퇴를 예고한 파리기후협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파리협약은 여전히 모든 인류의 희망"이라며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과 미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 등 "기후변화는 여전히 최우선 글로벌 의제"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이 수출통제와 관세를 무기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바닥을 향한 경쟁'(race to the bottom)을 피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제3국과 협력 확대 등 대외관계 다각화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 한층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우리는 계속해서 (대중관계에 있어) 경제의 리스크를 줄여나갈 것"이라면서도 "중국과 건설적으로 협력해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EU-중국 수교 50주년임을 언급하며 "중국과 관계를 더욱 심화하고 가능할 경우 무역·투자 관계를 확대할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달 출범한 '폰데어라이엔 2기' 집행부의 첫 해외 행선지는 인도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인도의) 모디 총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이자 민주적 국가인 인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업그레이드하려 한다"고 예고했다.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
다만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연설 뒤 사회자의 관련 질의에 "어떠한 경우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지든 우리에게는 우크라이나가 독립 국가로 유지되며 자국 영토에 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