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거제 교제폭력’ 유가족이 판성문 감형제도 폐지와 교제폭력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 글을 올렸다.


2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의 유가족으로 소개한 A씨는 지난달 27일 ‘형사재판에서 교제폭력 피해자의 절차 권리 강화 및 상해치사죄 전면 개선 촉구에 관한 청원’을 시작했다.

‘거제 교제폭력사건’ 유가족이 지난해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교제폭력피해자보호법 발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뉴스1

동의기간은 29일까지로, 이달 오후 4시 현재 1만9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국회청원은 공개 이후 30일 이내 5만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하면 관련 위원회 회부와 심사가 진행된다.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은 지난해 4월 20대 B씨가 전 남자친구인 20대 C씨에게 폭행당해 숨진 사건으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A씨는 청원 글에서 “1심에서 가해자는 ‘진지한 반성의 모습’이 보인다고 감형받았고,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으나 저희는 피해자로서 아무런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성문 감형제도 폐지를 요청했다.

A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딸 사망 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번도 유가족에게 잘못을 빈 적이 없고, 판사에게만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가해자가 쓴 반성문의 필체는 가해자 필체도 아니었고, 심지어 반성문끼리도 필체가 다르다고 했다.

A씨는 “죽은 딸아이와 유가족보다 자신의 가족들에게 더 미안하다는 태도에 치가 떨렸다”며 “1심에서 판사가 이런 반성문을 읽고 가해자가 ‘진정한 반성’의 모습이 엿보인다고 감형해주었다는 점은 참담하고 이해가 안 된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A씨는 상해치사죄 폐지 등 법제 개선을 촉구했다.

A씨는 “가해자는 딸아이의 머리를 집중 폭행하고,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목을 조르고, 의식이 돌아오려 하면 다시 목을 조르는 일을 1시간 내내 반복했다”며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작은 체구의 여성을 폭행하고 목을 조르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도 검찰과 재판부는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타행위가 살인의 고의가 없는 행위로서 감형받는 것은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제폭력 피해자 권리 강화도 요구했다.


A씨는 “재판부가 가해자에게 여러 차례 말할 기회를 주었으나, 유가족은 ‘이미 탄원서가 많이 제출됐으니 그것으로 갈음하겠다’며 범죄피해로 인한 고통을 진술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저희 사건에 분노한 국민의 탄원서가 도리어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 가해자인 C씨는 B씨의 자취방에 침입해 자고 있던 B씨를 마구 때렸다.
B씨는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다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C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살인죄로 기소된 것이 아니고, 교제를 중단하려는 피해자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계획한 범죄 같아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와의 감정 대립 중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C씨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법정에서 죄책감을 느끼며 자기 행동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검찰과 C씨 측 모두 항소했고, 지난달 22일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다.


여성단체들은 “C씨는 B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헤어지고 싶어 하는 B씨에게 협박과 폭행을 일삼아 관계를 끊지 못하도록 했다.
이 범행을 어떻게 이해해야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풀이할 수 있느냐”며 “C씨를 살인죄로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거제 교제폭력 사망 사건 유가족이 올린 국회 청원 글. 국회전자청원 사이트 캡처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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