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고발장 접수 일주일 만에
‘尹 영장 기각 은폐’ 등 강제수사
법조계 “국론 분열 심각한 사안
檢, 빨리 매듭지으려 수사 속도”
“기계적 중립 위한 것” 해석도
明수사팀, 5일 강혜경 소환조사

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명태균 의혹’ 등 윤석열 정권을 둘러싼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국회 봉쇄, 체포조 운영 등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군·경찰 지휘 책임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긴 날, ‘영장 쇼핑’ 의혹을 받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오동운 공수처장 등에 대한 고발장 접수 일주일 만에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검찰이 ‘기계적 중립’을 맞추기 위해 현 정권에 유·불리한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수처 청사 모습. 뉴시스

“‘논란의 중심’ 공수처…수사로 분열 해소”

법조계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가 지난달 28일 공수처를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2일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검찰은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통신·압수수색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서울서부지법에 의도적으로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공수처의 영장 청구 내역 등을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이 오 공수처장 등 4명의 공수처 관계자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등으로 고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수사와 기소를 둘러싼 국론의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공수처의 ‘영장 쇼핑’ 의혹 수사를 서둘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나 내란죄에 대한 수사에 대한 국론 분열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공수처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논란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가능한 한 빨리 (공수처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이 공수처로부터 공문의 형태로 관련 기록을 임의제출 받지 않고 압수수색까지 나선 이유에 대해선 “공수처가 허위 공문서를 작성했다는 게 혐의 내용이기 때문에 공문을 받는 형태로 수사를 진행하면 (수사 결과를) 누구도 안 믿는다”며 “검찰이 책임지고 진실을 찾아낸다는 취지로 압수수색을 감행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경기 과천시 공수처 청사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략적 판단으로 양쪽 수사”

검찰이 현 정권을 향한 수사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략적 판단으로 공수처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 관련 수사를 진행한 만큼 수사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고려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제기한) 오 공수처장 등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수사할 때도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며 형평성을 맞춘 바 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5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 수사를 신속히 하라고 주문하자 해당 수사를 본격화하는 한편, 그 다음달 김정숙 여사의 ‘인도 외유성 출장’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재배당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 압수수색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문으로도 충분히 (수사기록을) 제출할 수 있는데, 왜 압수수색까지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명태균 의혹도 속도…내란 수사는 막바지

검찰은 정권이 개입한 또 다른 사건인 ‘명태균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정치 브로커인 명태균씨를 지난달 27∼28일 연이틀 조사한 데 이어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부소장으로 일한 강혜경씨를 5일 오후 2시에 소환조사하고, 6일 오전 10시엔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달 28일 국회 봉쇄·침투, 반국가세력 합동체포조 운영, 선거관리위원회 점거·체포 등 국헌문란 목적의 3대 핵심 폭동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군·경찰 지휘 책임자 9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이상현 1공수특전여단장(준장)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대령),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총경) 등 9명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김대우 국군 방첩사령부 방첩수사단장(준장), 윤승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치안감),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소장), 정보사령부의 고동희 계획처장(대령)과 김봉규 중앙신문단장(대령), 정성욱 100여단 2사업단장(대령)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당분간 특수본 체제를 유지한 채 잔여 수사와 공소유지를 진행할 방침이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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