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에 공개 면박 당하자
푸틴 정권 2인자, 젤렌스키에 “광대”
러 외무부 대변인은 ‘쓰레기’에 비유
“푸틴에게 이번 회담은 커다란 승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 면박을 당하자 러시아는 회심의 미소를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에서 나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2일 공개된 자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가 외교 정책을 급격히 바꾸고 있다”며 “이는 대체로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와 미국 간 관계에서 (그동안) 큰 피해가 있었고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가 유지된다면 이 길은 꽤 빠르고 성공적으로 진척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이뤄졌지만, 나흘 뒤인 이날 보도됐다고 AFP는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푸틴 정권의 2인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광대”로 칭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을 “인정사정없는 질책”으로 규정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쓰레기’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그 쓰레기 같은 인간을 때리지 않은 것은 기적적인 인내력”이라고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젤렌스키의 워싱턴 방문은 키이우 정권의 완전한 정치·외교적 실패”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크레믈궁의 의중을 잘 아는 소식통은 가디언에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즐겼으리란 것은 명백하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회담은 전쟁 시작 이후 그 어떤 군사작전보다 커다란 승리”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 설전 끝에 파국을 맞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거듭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례하다”, “고마워할 줄 모른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면서 회담은 성과 없이 조기에 종료됐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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