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차기 총리 미국에 보복관세 천명… 미국과 대립각
트럼프, “관세 부과→유예→오늘·내일 관세 부과” 말바꿔
경기침체 우려엔 “과도기 있다” 부정 영향 가능성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락가락 관세 정책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캐나다 차기 총리가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발 관세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무역 질서가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1 안에서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메릴랜드=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마크 카니 캐나다 자유당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선거에서 당선된 뒤 첫 연설에서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가계와 노동자와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가 성공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 정부는 정당하게 보복 조치를 했으며, 우리의 관세는 미국에의 충격은 극대화하고 캐나다에의 충격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나의 정부는 미국이 우리에게 존중을 보여줄 때까지 우리의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자유당 대표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뒤를 이어 차기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그는 또 “우리의 경제를 약화하려 시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며 “여러분도 알다시피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가 만드는 것, 우리가 파는 것, 우리가 생계를 유지하는 방식에 부당한 관세를 부과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와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연이어 지낸 카니 대표는 정치 신인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대응할 적임자로 급부상해 이날 당 대표 선거에서 85.9%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트뤼도 총리가 물러나지만, 캐나다 집권 여당은 무역 정책에 있어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캐나다 자유당 대표이자 차기 총리로 선출된 마크 카니가 9일 오타와에서 열린 자유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후 연설하고 있다. 카니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타와=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관세 부과를 놓고 계속해서 말을 바꾸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한 뒤, 다음 날인 5일 캐나다산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의 관세를 한 달간 유예했다.
이어 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목재와 유제품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해 미국을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캐나다가 이런 관세를 없애지 않으면 상호 관세를 통해 같은 비용을 청구하겠다”며 “이르면 오늘 (관세 부과를) 할 수도 있고, 월요일이나 화요일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발언이 나오기 전인 5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와 약 50분간 전화로 싸웠으며, 고성과 욕설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트뤼도 총리가 굴복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관세 카드로 압박한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불확실성을 더한다.
그는 10일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조치가 수시로 바뀌는 것과 관련해서 업계에 명확한 느낌을 줄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에 “그렇게 생각한다”라면서 “관세는 시간이 지나면 올라갈 수 있으며 그것은 아마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비판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오타와=AP연합뉴스

또 4월2일 상호 관세 이후에 후속적으로 또 변화가 있을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선 “일부 관세는 상황에 따라 아마도 올라갈 것”이라면서 “나는 그것이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미국 안팎에선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기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경기침체(recession)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에 대해 예상하는 것을 싫어한다”라면서도 “(이런 일에는) 과도기(transition)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이것(성과를 만드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라고 답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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