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전날 신세 한탄 문자메시지
경찰, 가족들 시신 하루 뒤 발견
초동 조치 미흡… 부실 수사 논란

수원 일가족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장이 수억원대 투자금과 빚을 돌려받지 못해 처지를 비관해 온 정황을 확인했다.

11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9일 새벽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40대 남성 A씨는 사건 전날 지인에게 돈을 돌려받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주변인 조사에서 A씨가 지인에게 투자를 겸해 3억∼4억원의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A씨가 아파트 최상층으로 올라가 창밖으로 몸을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전경.

사건 현장에서 지문 등을 통해 A씨가 아파트 주민임을 파악한 경찰은 10일 오전 11시쯤이 돼서야 A씨의 집 안방에서 40대 부인과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작은딸 시신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들 사인이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A씨가 가족들을 살해한 뒤 투신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이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A씨 신원을 확인하고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가족 시신을 하루 이상 지나서야 발견해 ‘부실 수사’ 지적을 받는다.
경찰은 CCTV에서 A씨 동선만 파악한 뒤 가족들이 드나드는 모습은 확인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주말마다 여행을 간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만 듣고, 숨진 아내에게 20여차례 전화를 건 뒤 더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들을 상대로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단순 변사 사건으로 판단했고 아동·장애인·치매노인 등의 실종사건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영장을 청구해야 본인 동의 없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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