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장한 뉴욕 ‘원월드트레이드센터’
디자인 발표 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

미국 뉴욕의 새 랜드마크인 ‘원월드트레이드센터’(One World Trade Center)를 설계한 미국인 건축가 데이비드 차일즈가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흔히 1WTC로 불리는 이 건물은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져 내린 이른바 ‘쌍둥이 빌딩’을 승계한다는 의미가 있다.

2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차일즈의 아들은 이날 “아버지께서 2024년 9월 치매 판정을 받고 투병하던 중 지난 26일 별세하셨다”고 언론에 확인했다.
차일즈가 생전에 속했던 건축 사무소는 성명에서 “우리는 항상 데이비드의 리더십, 영향력 그리고 우정에 감사할 것”이라며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미국 건축가 데이비드 차일즈(1941∼2025). 그는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 쌍둥이 빌딩을 승계한 건물 ‘원월드트레이드센터‘(1WTC)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AP연합뉴스

차일즈는 1941년 뉴저지주(州) 프린스턴에서 태어났다.
명문 예일대학교에서 건축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1971년 건축 사무소에 입사해 처음에는 수도 워싱턴에서 근무했다.
1984년 차일즈는 세계 건축의 중심 도시라고 할 뉴욕으로 옮겨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버지니아주 덜레스 국제공항 확장,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있는 미국 대사관 신축, 영국 런던의 신도시 카나리 워프 개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 확장 등이 그가 관여한 대표적 사업들이다.

2001년 9월11일 이슬람 극단주의자 오사마 빈 라덴(1957∼2011)이 이끄는 알카에다가 뉴욕에서 미 역사상 최악의 테러를 저질렀다.
공중에서 여객기들을 납치한 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 이른바 쌍둥이 빌딩과 충돌하도록 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3000명 가까운 미국인이 목숨을 잃고 쌍둥이 빌딩은 무너져 내렸다.

9·11 테러 이후 쌍둥이 빌딩이 있던 부지(그라운드제로)에 새로운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짓는 방안이 검토됐다.
일각에선 과거와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제기했으나, 테러로 가족이나 지인을 잃은 이들의 반발 가능성이 컸다.
결국 전혀 다른 형태의 건물을 설계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차일즈가 ‘1WTC’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의 수석 건축가를 맡았다.

미국 뉴욕의 새 랜드마크인 ‘원월드트레이드센터’(1WTC). 이 건물 100∼102층 전망대에 오르면 뉴욕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뉴욕 관광청 홈페이지

차일즈는 1WTC의 디자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대단히 전통적이면서도 단순하며 순수한 형태”이라며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정신을 기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또 9·11과 같은 비상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피와 구조가 더욱 수월하도록 계단 폭을 넓히고 소방관을 위한 별도의 전용 계단 및 엘리베이터까지 반영한 점 등을 설명하며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6년 4월 착공해 7년이 넘는 공사 끝에 2013년 7월 완공된 1WTC는 이듬해인 2014년 11월 문을 열었다.
높이가 541m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해당한다.
겉으로는 104층이라고 하지만 실제 층의 개수는 94개다.
이 건물 100∼102층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면 세계 최대 도시 뉴욕이 한 눈에 들어온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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