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빅토리아주에서 코알라 700마리를 공중에서 사격해 처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당국은 산불 후유증을 앓는 코알라들을 안락사하기 위한 조처라고 해명했으나, 일부 동물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호주 지역 당국이 빅토리아주 남서부에서 약 700마리의 코알라를 사살했다고 지난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국은 항공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코알라를 사격하는 방식으로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빅토리아주 정부에 따르면, 호주 버드 빔(Budj Bim) 국립공원에선 지난 3월 발생한 산불로 인해 2200헥타르(ha), 약 665만평의 산림이 파괴됐다.
이 산불로 코알라의 주요 먹이인 고무나무 숲도 파괴됐으며, 이대로 방치하면 해당 지역의 코알라는 역대 최대의 식량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 정부는 "동물이 더는 고통을 겪지 않도록 전례 없는 조처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사슴이나 돼지와 같은 외래 침입종을 통제하기 위해 공중 살처분이 사용되는 건 흔하다"면서도 "야생 동물의 복지를 목적으로 공중에서 살처분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제임스 토드 빅토리아주 에너지환경기후변화부(DEECA) 생물다양성책임자는 매체에 "이번 결정은 수의사, 야생동물 복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신중히 내렸다"고 강조했다.
현재 버드 빔 국립공원에는 약 2000~3000마리의 코알라 개체가 서식 중인데,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화상이나 부상 등으로 먹이를 구하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DEECA는 먼저 헬리콥터에서 쌍안경을 이용해 거리 약 30m 거리에서 2000여마리의 코알라를 개별 평가했다.
공원 내 코알라 대다수는 털이 타거나 그을리는 등 화상 흔적이 발견됐으며, 외부 자극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토드 책임자는 "험준한 지형, 화재 내 나무 붕괴 위험 등 때문에 지상 접근이 어려워 항공 살처분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절대 가볍게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동물 전문가들은 주 정부의 결정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호주 센트럴 퀸즐랜드대 소속 코알라 연구원 롤프 슐라글로스는 매체에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지상 기반 접근 방식이 더 바람직했을 것"이라며 항공 살처분의 정확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진짜 문제는 코알라의 서식지와 토종 식물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라며 "코알라가 너무 많이 번식했고, (코알라의 먹이인) 나무는 너무 적게 번식했다"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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