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한국 체육 단체 행정력의 민낯을 봤다.
”

체육계 전반이 갈 지(之) 자로 비틀거린다.
대한축구협회는 물론 대한배드민턴협회까지 예정된 회장 선거일에 투표를 실시하지 못했다.
각 협회가 꾸린 선거운영위원회가 문제로 지적되면서 선거가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진흙탕 싸움이다.
지난 14일 끝난 대한체육회장 선거도 우여곡절 끝에 실시됐다.
선거 전날까지 법원의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회장 후보와 선거인단이 선거 과정 불투명, 선거권 침해 등의 이유로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다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예정대로 진행됐고,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승리했다.


무엇이 달랐을까.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두 선거와 달리, 선거 과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진행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선거운영위원회 구성 과정부터 객관적인 제3자라고 할 수 있는 중앙선관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여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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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축구협회와 배드민턴협회는 자체적으로 운영위를 구성한다.
다만 법원은 두 단체 모두에 자체 운영위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선 축구협회는 운영위 명단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규정에 부합하게 구성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또 선거인단 대다수가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추첨 절차를 거쳤다는 점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미제출’을 이유로 규정(최대 194명)보다 21명이 적은 부분이 문제였다.


축구협회는 이 부분은 개선하기 위해 중앙선관위 위탁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16일 축구협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 측에서 위탁 선거 관리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오는 3월5일 최초 실시되는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관리 업무와 일정상 겹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제자리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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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협회는 더 어지럽다.
한국 체육 초유의 단체장 선거 후보 박탈 논란이 일었다.
운영위는 출마한 김택규 현 회장을 ‘결격자’로 보고 후보자 등록을 막았다.
김 회장은 서울동부지법에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무효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오히려 운영위에 있었다.
규정상 부적격자가 운영위에 포함됐고, 이 운영위원이 제1~3차 회의에서 심의 및 의사결정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운영위부터 재구성해야 한다.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정윤수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 체육 단체 행정력의 민낯을 봤다.
자체적으로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선거조차 온갖 불협화음과 잡음이 뒤섞이며,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을 근거가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선거를 진행했다.
아주 수준 낮은 체육단체의 행정력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으며 “선거운영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는 동시에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이름이 알려지고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책임감을 갖는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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