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ife time photo 제공

이대규(인천시체육회) 선수와의 인연은 깊다.
2022년 처음 알게 됐고, 이후 심리기술훈련(PST)을 진행하면서 정을 많이 쌓았다.
기억에 남는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이 선수는 당구 스누커 국내 랭킹 1위였고 우수한 경기력에 심리기술 전략까지 더해지면서 무서울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대회 성적도 우수했다.
나가는 대회마다 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를 지켜보는 필자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선수와의 인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이어졌다.
2024년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박사님, 이대규 선수를 다시 관리해주셨으면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인천스포츠과학센터 김도윤 센터장의 연락이었다.
필자는 이 선수가 잘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많이 놀랐다.
누구보다 심리기술훈련을 열심히 참여했고 이를 훈련과 경기에서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궁금증은 걱정으로 변했다.

사진=life time photo 제공

필자가 지도한 선수가 다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 선수를 빨리 만나서 상담을 진행해 보고 싶었다.
결국 일정을 조율해서 비대면(화상) 상담을 진행했다.
선수의 표정은 밝지 않았지만 라포 형성이 잘돼 있어서 원활하게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최근 나가는 대회마다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시합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이러한 생각은 집착과 부담감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시합 전 불안감이 높으면 연습량을 늘렸는데 이 부분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주변의 기대도 한몫했던 것 같아요. 한 번 안 되면 말렸고 두 번, 세 번 안 되면 늪으로 빠졌어요. 멘탈적인 문제였지만 다른 곳에서 문제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 선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점은 필자가 알던 선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오기까지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성적이 좋았던 시기에 당구를 더 많이 알게 됐던 것 같아요. 눈이 높아졌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당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지면서 생각이 많아졌고 공을 더 신중하게 치거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려 했던 것 같아요. 그냥 당구를 더 잘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 점점 더 힘듦과 어려움을 겪게 됐습니다.
” 이 선수는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 줬다.
정말 고마웠다.
당시 이 선수의 주호소 문제는 단 기간에 발생한 어려움이 아니었다.
자신감은 바닥을 들어냈고 많은 생각은 깊은 수면을 취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었다.

사진=이대규 선수 제공

최근 경기에서 대규 선수답게 경기를 한 적이 있었나요? “아니요. 상대가 잘하기보다는 저의 실수로 인해서 경기를 망치거나 패하는 경기가 많았어요.” 필자는 이 선수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속상한 마음이 더 커졌다.
개인 상담을 마치고 나서 필자의 머릿속은 상당히 복잡했다.
전국체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선수의 마음과 생각을 빠르게 회복시켜야 했다.
필자는 이 선수와의 라포 형성이 잘 되어 있고 이전 성공 경험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부담도 많이 됐다.
하지만 지도한 선수가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가만히 지켜만 볼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


이 선수와의 심리기술훈련은 총 8회기로 설정했다.
전국체전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매주 2회기씩 진행했고 1회기는 심리기술훈련을, 2회기는 개인 상담을 진행했다.
심리 측정 분석은 진행하지 않았다.
이 선수가 심리기술 전략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전략만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당구 선수들은 대부분 혼자 훈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선수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주고 사회적 지지를 전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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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기술훈련의 목표는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아니었다.
이 선수가 자신의 경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최대한 쉽게 생각하려고 했다.
이 선수는 실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경기 상황에서 높은 집중력만 유지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적으로 몰입(Flow) 상태까지 도달한다면 메달권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스포츠 선수들의 최고 기록과 경기력은 높은 집중력과 몰입 상태에서 발휘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선수가 스스로 집중력을 높이고 관리할 수 있도록 에너지 수준 관리 방법을 공유했다.
몰입의 조건과 특징에 대해서도 추가 설명했다.


자신감 강화 및 실수에 대한 대처 방법도 공유했다.
자신감은 부족한 자기효능감을 같이 찾은 뒤 이에 대한 성공 경험을 끊임없이 축적하고 과정 단서를 찾게 했다.
또 훈련(TR)할 때 시합과 동일한 환경에서 공을 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수에 대한 대처 방법은 실수극복루틴을 통해 현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를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면 집중력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빠른 숙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초긍정 마인드셋을 다지고 동작의 자동화를 경험케 하는 자기암시와 이미지 활용 방법을 공유하고 이를 적극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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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수는 심리기술훈련에 참여하는 태도가 상당히 우수했다.
매번 얼굴에서 진지함과 간절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교육 내용 중에 알고 있는 내용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동안 알고만 있었고 활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때문에 다시 기억하고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또 박사님과 이전에 좋았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더 믿고 신뢰하며 참여할 수 있었어요. 당시에는 표현을 안 했지만 마음속으로 칼을 많이 갈았어요. 전국체전에서 보란 듯이 증명하고 싶었어요.” 필자는 당시 이 선수의 교육 참여 태도를 보고 전국체전에서 의미 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개인 상담은 이 선수의 이야기를 최대한 들어주고 지지해 줬다.
위기도 있었다.
전국체전이 10일 남짓 남은 시기에 이 선수는 조급함과 공허함을 관리하지 못했다.
훈련에 대해 무료함을 느끼며 성취감을 쌓지 못했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
결과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히 높았다.
당시 필자는 이 선수에게 최소한의 훈련만 진행하고 정신건강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스포츠 선수들은 대부분 시합에 가까워지면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하며 힘들어한다.
이러한 상황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훈련보다 정신건강에 더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신이 건강하면 올바른 행동을 발휘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되고 이러한 과정은 스포츠 선수의 컨디션과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선수는 시합에 가까워지면 훈련량을 높이는 선수다.
하지만 필자의 조언을 듣고 이를 변화했다.
훈련을 하기 전에 훈련 목표와 내용을 설정한 뒤 이에 도달하면 훈련을 마무리하고 삶에 더 집중했다.
친한 지인을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차 마시기, 반신욕을 하거나 마사지 받기, 가벼운 쇼핑 또는 산책하기 등을 실천했다.
필자는 이 선수가 복잡한 감정을 나타내면 이런 말을 자주 했다.
“대규 선수는 성공 경험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이러한 감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요. 지금은 더 자신을 믿고 우직하게 걸어가야 합니다.
” 이 선수는 필자의 조언을 적극 수용했고 묵묵히 인내하며 전국체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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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의 결전지 통영으로 출발하기 전에는 이 선수와 멘탈 플랜을 설정했다.
시합 전에 이상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분 단위로 설정했고 다양한 시합 상황에서의 심리적 대처 방법을 치밀하게 설정했다.
예를 들면 이기고 있을 때, 지고 있을 때, 경기력이 좋을 때, 실수가 나왔을 때, 힘이 들어갈 때,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등의 상황에서 심리적인 준비와 대처 방법을 설정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이 선수가 멘탈 플랜을 설정할 때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해 준 것이다.
이 선수는 이미 전국체전에서 어떻게 싸워야 승리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심리적 핵심 포인트는 동일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멘탈 플랜을 갖고 경기를 하니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버틸 수 있었고 위기 상황에서는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선수는 이미 이겨놓고 시합에 참여했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
승리로 가는 마인드맵이 너무나도 명확했다.
1경기가 끝날 때마다 유선 상담을 진행했다.
멘탈 플랜에 대한 실천 수준과 수정 사항에 대해 협의했고 상대 선수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도 추가했다.
토너먼트에서는 이 선수의 마음과 생각의 힘을 빼는데 집중했다.
결과를 계속 내려놓고 싸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이대규 선수 제공

이 선수는 철두철미했다.
1경기가 끝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미리 설정된 멘탈 플랜대로 시간을 활용했고 다음날 경기를 준비할 때도 깊은 수면을 위해 따뜻한 차, 반신욕, 향초, 맞춤형 베개 등을 활용했다.
결국 이 선수는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남자 일반부 스누커와 잉글리시빌리야드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획득한다.
2관왕이다.
필자는 이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선수가 전국체전을 앞두고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선수를 심리 지원하면서 필자도 느낀 것이 많다.
심리기술훈련의 성과는 스포츠 심리전문가와 선수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선수가 필자를 믿어주고 신뢰하지 않았다면 필자는 이 선수를 효과적으로 도울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또 좋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포츠 선수의 성공 경험과 긍정적인 마인드셋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선수는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에서의 성공 경험을 통해 마음과 생각이 더 강해졌다.
필자는 이 선수의 마음과 생각이 강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서 너무나 좋다.
그것은 승리 공식 ‘멘탈 플랜’이 있기 때문이다.


글=이상우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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