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이렇게 갔으면 논란도 없지 않았을까. 퓨처스(2군) 사령탑에 음주운전 전력에 추신수 구단주 보좌역의 외삼촌인 박정태 감독을 선임했다가 논란을 빚은 SSG. 박 감독의 자진 사퇴로 공석이 된 퓨처스 사령탑에 구단 레전드 출신인 박정권 전 해설위원을 선임했다.

박정권

SSG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신임 감독의 선임을 알리며 “퓨처스팀의 단체훈련 시작과 캠프 등의 일정을 고려해 감독의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이전 감독 선임과정에서 폭넓게 확보한 구단 리스트 중에 유력 후보들을 중심으로 검토했다”면서 “신임 박 감독이 리더로서 역량을 갖추면서도 구단과 꾸준히 소통을 해온 점 그리고 팀의 육성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부분에 주목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박 신임 감독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퓨처스에서 선수와 타격 코치로서 구단의 육성 환경 및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특히 팀의 퓨처스 선수들에 대한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부분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SSG는 지난달 31일 신임 퓨처스 감독으로 박정태 전 롯데 코치를 선임했다.
2012년 롯데 타격 코치를 끝으로 오랜 기간 야인으로 있던 박 전 감독은 지난해 12월31일 SSG의 2군 감독으로 선임돼며 13년 만에 프로야구 판으로 복귀한 것이다.

박정태

그러나 선임 직후부터 박 전 감독의 음주우전 이력 때문에 논란이 크게 일었다.
박 전 감독은 지난 2019년 1월 주정차가 금지되는 횡단보도 위에 차를 세워두고 대리기사를 기다리다 그의 차량 때문에 진입이 어려워진 버스기사가 차량을 치워달라고 하자 언쟁이 붙었고, 버스에 올라타 폭언과 폭행, 운전대를 잡는 등의 난동을 부렸다.
한때 롯데를 상징했던 스타 출신인 그의 난동은 사회면을 채웠고, 결국 법원은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감독이 2019년 1월 사건을 포함해 세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여기에 박 전 감독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현역에서 은퇴한 뒤 SSG 구단주 보좌역 및 육성 총괄에 선임된 추신수(42)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은 논란을 더욱 키웠다.
박 전 감독의 2군 감독 선임을 놓고 추 보좌역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이 있었다.
SSG는 추 보좌역이 그 자리를 맡기 전부터 박 전 감독의 2군 감독 선임과 관련된 절차가 진행됐다며 항변했지만, 팬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박 전 감독이 SSG와 그 전신인 SK와 별다른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KBO리그 현장에서 떠난지 13년이 됐는데도 갑작스레 SSG의 2군 감독을 맡는 것은 추 보좌역과의 혈연이 연관되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컸다.

각종 논란에 박 전 감독은 퓨처스 감독직을 맡은 지 24일 만인 지난 24일 물러났다.
이달 중순쯤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달했고, 구단도 이를 받아들였다.

SSG는 다시 퓨처스 사령탑 선임 작업에 들어갔고, 검토 끝에 박정권 감독을 선임했다.
박정권 감독은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 전체 65번으로 쌍방울의 지명을 받은 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4년 SSG의 전신인 SK에 입단해 2019년까지 뛰다 은퇴한 ‘원클럽맨’ 출신이다.


정규시즌 통산 1308경기 출전, 통산 타율 0.273 178홈런 679타점을 기록했다.
다소 평범해보이지만, 가을만 되면 박정권 감독은 날아올랐다.
‘미스터 옥토버’, ‘가을사나이’의 대명사 같은 클러치 히터였다.
포스트시즌 62경기에서 타율 0.296 11홈런 40타점으로 활약하며 SK를 3번의 우승과 3번의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2010년에는 한국시리즈 MVP도 차지했다.


SSG는 박정권 감독이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대표적인 원클럽맨이자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선수시절 기본기와 근성의 플레이를 보여줬고, 팀 주장 및 퓨처스 코치를 맡았을 때도 리더로서 프로의식을 강조하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보여준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SSG는 박 감독이 보유한 특유의 친화력과 개방적인 마인드로 MZ 선수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유망주 성장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정권 퓨처스 감독은 “친정팀에 복귀해 팬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구단에게도 감사하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지속적인 강팀으로 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망 선수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1군 백업을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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