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칠십이신데

치매오신지 5년쯤 되었어요.

처음에는 경미해서 잘 몰랐는데

5년쯤 되니까 누가봐도 이상한 상태입니다.

제가 주의를 줘도 바로 까먹어요.

진짜 순식간에 잊어버려서

제가 만지지 마, 하고 돌아서면 

바로 만지는 식이에요

스킨ㅡ로션ㅡ영양크림 순서를 가르쳐줘도

즉시 잊어버려서 통에 번호를 써놨더니

어? 이게 무슨 숫자지? 하는 정도예요.

고기사놓고 또사고 또사서

냉동실에 고기가 잔뜩이고

아침먹었으니까 저녁까지 굶는 분

하루종일 하는 거라고는

드라마보시는 것밖에 없어요

맥락도 대사도 이해못하면서

그냥 멍하니 쳐다보세요

제가 나이 마흔이라

엄마랑 같이 하고싶은 것도 많고

이야기하고싶은 것도 너무 많은데

그게 전혀 안되요.

정답게 공들여서 얘기해도

돌아서면 까먹고

열심히 가르쳐줘도

돌아서면 까먹고

좋은 음식 먹어도 먹은 적 없다고 그러고

좋은 옷 사줘도 숨겨놓고 어디에 숨겼는지

까먹어요.

(비싼 레스토랑 모시고 갔는데 너무 좋아하셔서

담날 또모시고 갔더니 처음 먹어본다고 하세요

새로 사준 패딩은 숨겨놓고

20년도 넘게입은 패딩 솜 다 죽은 거 입고

덜덜 떨어요

한달치 일정을 커다란 종이에 달력으로 그려서

열심히 약도 붙여놓고 연고도 붙여놨는데

5분도 안되서 이게 뭐지? 하면서 접어버리고요)

돈주면서 이건 병원비야 했는데

몽땅 동생 주셨네요.

친구들이 엄마모시고 놀러도 다니고

엄마랑 쇼핑도 하고 

엄마들이 아직 젊게 일도 다니고 하는거보면

너무너무 부러워 미칠거 같아요

엄마는 점점 안좋아질텐데

오늘이 제일 상태좋은 날일텐데

이제 시간이 지나면 저까지 까먹고

제가 이렇게 잘해도 기억못하고

그저 동생만 애틋하실텐데

제 평생 짝사랑이 이렇게 끝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