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소에서 일한 지 이제 6개월 차다. 회사는 작고 아늑하지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바로 공용 화장실이다.

우리 사무실에는 화장실이 하나뿐인데, 남녀 구분 없이 함께 사용해야 한다. 처음에는 “뭐, 요즘 공용 화장실도 많잖아?”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막상 사용하다 보니 현실은 달랐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난 후 화장실에 들어가려는데, 앞에서 팀장님(여)이 나오는 순간 마주쳤다. 나는 애써 자연스럽게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복잡한 기분이었다. 들어가 보니 잔향이 남아 있었다. 당황한 나는 후다닥 볼일을 보고 나왔다.

가장 난감한 순간은 조용한 사무실에서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가 있을 때다. 벽이 얇아서 소리 하나하나가 들린다. 가끔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두 번 들리면, 그 사람이 볼일을 보다 망설였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끄러움에 나도 모르게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튼다.

어느 날,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누군가 문 앞에서 서성였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
“어… 오래 걸리세요?”
여직원의 목소리였다.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아… 금방 나갈게요.”
그 후로는 더욱 눈치가 보였다.

사무실 분위기는 좋지만, 화장실 문제만큼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차라리 칸막이를 하나 더 만들어서 남녀 구분을 하거나 최소한 소음 방지용 화장실 음악이라도 틀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걸 총무팀에 어떻게 건의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