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BioSpace 보도에 따르면 비어 바이오(Vir Biotechnology)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다수의 단일클론 항체 후보군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출처https://www.biospace.com/article/re... 



그러면서 2개의 항체 후보를 가능한 빨리 인체 시험을 하게 되어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In an effort to save time)' 위험 부담을 안고(at-risk) 몇 주 전에 우시 바이오(WuXi Biologics ) 및 바이오젠(Biogen)에게 비어 바이오의 후보군이 이전되었으며, 3~5개월 이내에 인간 임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비어 바이오는 기대한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능력이 2개의 별도 실험실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여기서, 에피토프(epitope)라 함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는 바이러스 특이성을 결정하는 특정한 입체분자구조가 존재하고 그것과 대응하는 항체와 반응합니다. 그 구조부위를 에피토프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항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달라붙는 특정 부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항체가 코로나19의 에피토프에 얼마나 강하게 결합하느냐가 항체의 치료 효능을 결정합니다. 



또한, 비어 바이오는 후보 항체의 Fc 영역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엔지니어링했습니다. 

1) 반감기를 연장시킨다. <== 항체의 반감기가 연장되면 생체 내에서 바이러스와 결합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항체 치료제의 효능이 좋아지겠죠. 

2) 동물모델에서 CD8+ T세포의 생성을 유도한다. <== 장기간 면역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치료제와 백신 두 가지 기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CD8+ T세포'는 그랜자임(granzyme)이나 퍼포린(perforin)과 같은 세포독성물질을 분비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 세포를 죽이는 세포입니다. 세포 표면에 CD8 단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포독성 T세포'라고도 합니다. 



비어 바이오는 코로나19(SARS-CoV-2), 사스(SARS-CoV-1) 및 기타 코로나바이러스 완치자로부터 추가적인 항체를 찾고 있습니다. 이로 짐작하건데 범용 항체(슈퍼 항체)를 개발하려는 것 같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비어 바이오는 독자적으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임상 시험하고 대량 생산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타제약사와 협력해야만 항체 치료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제약사들과 협력 체제를 구축했을까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자료가 있습니다. 





출처https://youtu.be/Ld5y-BvxmBk 



그런데 2019년 10월 11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비어 바이오의 후원자에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만든 펀드),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및 싱가포르의 테마섹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테마섹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셀트리온의 진단키트 및 항체 치료제에 관한 연구 자료는 테마섹에게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출처https://www.bloomberg.com/news/arti... 



뿐만 아니라 GlaxoSmithKline까지도 비어 바이오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올리고 있습니다.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한다네요. 

출처https://www.statnews.com/2020/04/06... 



어쨌든, 진행 과정만 보면 비어 바이오가 조금 앞선 듯 보이지만, 다른 제약사들과 협업해서 치료제를 완성해야 하므로 셀트리온처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경우에 비해서 여러 요인들로 인한 시간적인 지체가 생기게 될 겁니다. 



포브스 지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인 회사는 의외로 많습니다. 







출처https://www.forbes.com/sites/nathan... 



Kiniksa 제약사의 Mavrilimumab는 원래 타겟이 '거대 세포 동맥염(Giant cell arteritis; GCA)'으로 현재 임상 2상을 실시 중입니다. 그런데 이 물질을 최근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려고 추가적인 임상을 실시하려는 듯. 치료 효과가 나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복불복 게임이 아닐까 싶네요. 

출처https://www.kiniksa.com/our-pipelin... 



여기까지가 현재까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약사들 간의 전쟁 중에서 '비어 바이오' 중심으로 살펴본 내용입니다. 



또 그런데 말입니다. 빌 게이츠의 제안으로 4월 10일 오전 10시부터 25분간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두 사람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출처https://news.joins.com/article/2375... 



빌 게이츠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한국 대통령에게 뜬금포를 날렸을까요? 아닙니다. 분명히 속셈이 있었을 겁니다. 



4월 9일 16시 04분 국내보도에 따르면, 국내의 대표적 노벨상 수상자 후보로 꼽히는 김빛내리(51)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 공개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의 고정밀 진단시약과 치료제 개발에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출처https://news.joins.com/article/2375... 



여담으로, 김빛내리 교수 공동연구팀에게 노벨상이 쉽게 주어질까요?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가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한국을 얕보는 경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노벨상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노벨상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듯. (물론, 코로나19의 RNA 전사체 분석이라는 업적을 생각하면 노벨상이 당연하죠.) 



국내 기준으로 4월 9일 16시 04분은 빌 게이츠가 거주하는 워싱턴의 경우엔 00시 4분입니다. 수많은 인터뷰에서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극찬하고 있던 빌 게이츠가 아침에 일어나서 한국으로부터 "코로나19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하다"라는 뉴스를 그냥 흘려 버렸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자기 인지도를 이용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협력하자고 손을 내민 게 확실하다고 추정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빌 게이츠의 제안을 야멸차게 거절할까요?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데, 그럴 리 없습니다. 겉으로라도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먼저, 독일의 예를 볼까요? 



독일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직접 보고 싶다며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요청했지만, 여력이 안 된다고 판단한 정부가 일단 화상회의로 대체했습니다. 과연 여력이 안 되어서 대표단 파견하겠다는 독일의 요청을 거절했을까요? 그렇게 믿는 분은 정말 순진한 분입니다. 

출처https://www.yna.co.kr/view/AKR20200... 



또 다른 예입니다. 산？학？연？병 뿐만 아니라 정부도 참여하는 범정부적인 지원 체계 마련을 주문한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2,100억 원을 투자하고, 추경에 반영한 치료제 개발 투자와 신종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치료제와 백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면서 정부의 지원 계획을 설명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기관의 행정지원과 재원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추경에 반영한 치료제 개발 투자"입니다. 백신이 아니라 치료제라고 명시했죠. 이는 셀트리온의 치료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출처http://www.kocis.go.kr/koreanet/vie... 



그런데 여기에 정부 주도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관련해서 '삼바'가 제외되었습니다. 왜 삼바를 제외시켰던 걸까요? 심지어, 대통령과의 만남에도 삼바는 초대되지 않았습니다. 왜? 



어제(4월 10일) 삼바 공시에 따르면, 비어 바이오와 CMO 계약을 맺었습니다. 

출처http://dart.fss.or.kr/dsaf001/main.... 



이거 발표했다고 주가가 +16.82%나 폭등했던 삼바였죠. 기실, 비어 바이오는 삼바와 CMO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비어 바이오와 협력 중인 제약사 중에 바이오젠이 있거든요. 자기의 소중한 항체를 넘긴 바이오젠인데, 아무에게나 CMO를 맡길 수 있을까요? 어불성설입니다. 그래서 삼바가 CMO를 자동적으로 맡은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요! 



자, 이런 관계를 정부당국에서 전혀 몰랐을까요, 아니면 속속들이 다 알고 있을까요? 국정원의 해외정보 수집 능력이라면 당연히 속속들이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만약 정부 주도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업체로 삼바가 참여하게 된다면, 모든 정보가 해외 제약사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삼바가 배제된 듯. 



다시 빌 게이츠로 돌아가서, 그가 '코로나19 RNA 전사체, 세계 최초 분석'에 관한 한국발 기사를 접하고 왜 부랴부랴 문 대통령에 통화하자고 했던 걸까요? 



전사체라는 용어부터 당황스럽게 만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전사체(transcriptome)는 숙주세포 안에서 한 순간에 발현되는 RNA의 총합을 의미합니다. 전사체를 이용해서 조직에 따라 발현되는 유전자들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전사체 분석을 통해 정상 세포와 비정상 세포 간의 발현되는 RNA 차이를 분석함으로써, 질병과 관련한 유전자를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사체에 관한 정보가 없으면 조직에 따라 발현되는 유전자들의 정보를 얻을 수 없겠죠? 네, 그렇습니다! 



비어 바이오를 포함한 다른 외국 제약사들은 전사체에 관한 상세한 자료 없이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기 때문에 항체 후보군이 최적의 중화 능력을 지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서 선별한 항체 후보군이 상대적 중화 능력을 검증할 뿐이죠. 



자, 그렇다면 김빛내리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그들의 연구 업적을 알리기 위해서 셀(Cell)에 논문을 투고했습니다. 

출처https://www.cell.com/pb-assets/prod... 



이 논문에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고급 정보까지 고스란히 노출되었을까요? 굳이 다 노출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논문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했을 것으로 누구나 추정이 가능할 겁니다. 



그렇다면, 빌 게이츠가 후원한다는 비어 바이오를 포함한 외국 제약사의 입장은 전사체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니까 협력하자고 손을 내미는 겁니다.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전쟁을 벌이는 중인데, 그들이 상세한 정보를 달란다고 "다 가져라!"하면서 선뜻 내어줄까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황우석 교수에게 협력하자고 손을 내밀었던 피츠버그대 교수 제럴드 섀튼, 그가 원하던 정보를 다 가진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요? 난자 의혹 및 논문조작 사건이 줄줄이 터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튼 교수가 원하던 정보를 다 빼먹은 후에 한국의 배아복제 연구 풍토를 망가뜨리려는 의도로 몇몇 사람들과 짜고 일부러 터뜨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관련 자료http://monthly.chosun.com/client/ne... 



덧붙여서, 그때 국내 종편에 출연해서 황우석 교수를 엄청나게 비판했던 이형기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도 생각납니다. 왜 섀튼 교수와 동일한 대학에 몸담은 한국 출신의 교수가 황우석 비판에 앞장섰던 걸까요? 마치 일제시대의 친일파 교수를 보는 듯한 느낌을 그 당시에 가졌는데, 그 기억도 새록새록하네요. 



그렇다면 또 다시 아픈 과거를 반복해야 할까요? 비어 바이오를 포함한 외국 제약사들에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을까요? 빌 게이츠가 많은 기부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본질은 장사꾼입니다. 장사꾼으로서 빌 게이츠는 무자비합니다. IBM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벌었거든요. 결국 빌 게이츠의 꾀에 넘어간 'PC 종가' IBM이 PC사업을 포기하고 맙니다. 빌 게이츠가 기부하는 것은 장사꾼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측면이 강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시장은 코로나19가 조기 종식되지 않는 한, 엄청난 규모일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마비상태나 다름없거든요. 본격적으로 생겨나지도 않은 블루오션 시장에서 셀트리온은 어떨까요? 처음 셀트리온의 진단키트 및 항체 치료제 개발 소식을 접하고 거의 광분하다시피 했는데요. 셀트리온은 김빛내리 교수 공동연구팀이 허락한다는 전제 하에 그간 그분들이 연구했던 상세한 자료를 이용함으로써 코로나19에 대한 최고의 항체 치료제를 출시할 것으로 믿습니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관해서는 한국이 헤게모니(주도권)를 갖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듯. 아무래도 전세계가 부러워할 'K-바이오 시대'가 찬란하게 열리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