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에서 글이 짧아 그냥 여기 올려도 될 것 같다하셔서 여기로 바로 옮길께요. 뽐뿌에 글을 잘 안 써서 긴 글쓰기가 좀 익숙치 않긴 하네요^^

20대 중후반 첫 직장을 다녔을 때, 회사 사장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위해 여러 강사들을 회사로 초대하여 많은 강의를 하게 했습니다. 그 당시 기억나는 강의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자수성가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딱 3개 밖에 없습니다. 주식, 부동산, 유산. 끝!'

그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죠. 

 '나는 일단 받을 유산은 없는 것 같으니 패스, 부동산은 돈이 좀 많아야 하니 이것도 패스, 남은 건 주식 뿐인데...

 그럼 한 번 배워볼까?'

 그래서 책을 사서 주식을 하나씩 배우고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거래도 조금씩 늘려나갔습니다. 

 그러다 덜컥 1년만에 '이제는 전업을 해야겠다' 다짐하고 그냥 퇴사했습니다. 그 때가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난 2009년 3월경이었습니다.

무식하고 용감했습니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그냥 전업투자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침 6시경 일어나 준비하고 7시부터 모니터 앞에 앉아 관심종목에 있는 100여개종목의 차트를 돌려가며 봤습니다. 8시 반부터는 뉴스를 틀어놓기 시작했고 그렇게 9시 개장을 맞이했습니다. 당시는 오후 3시까지 거래했기 때문에 6시간을 정말 피곤하게 보냈죠. 3시에 장이 마감되면 그냥 침대에 누워 한 숨 자고, 또 다시 일어나 차트 100여개를 돌려봤습니다. 

 이 때 당시 무조건적인 기계적 손절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당시 키움증권 영웅문에는 스탑로스 기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3% 도달시 해당종목 전량 시장가 매도'를 세팅하고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정말 손절매 하나는 끝내주게 했습니다. 토 나올 정도로 말이죠~ㅎㅎ

  가망 없어 보이는 종목은 -3% 도달 전 -1.5%~2% 선에서 정리하는 경우도 많았죠. 반면  좀 떨어지는 듯 하다가 오를 것 같아서 그냥 놔두면 대량매물로 호가가 -3%를 잠깐잠깐 찍어버릴 때가 있는데... 그러면 내 종목은 자동으로 전량 매도되고... 잠시 후 주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쭉쭉 올라가고... 수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이미 떠난 버스였습니다. 그만큼 손절매만큼은 아주 기계적으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익보다 수수료와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금액이 점점 커져갔죠.  

  이 때 MB의 자원외교와 사대강 건설 관련 주와 녹색성장주등이 매우 잘 나갔습니다. 많이 거래했던 종목들이 기본적으로 삼성그룹 주식, lg전자, 서울반도체, 우리이티아이, 비트컴퓨터, 엔씨소프트 등이었고 나머지는 종목 검색식을 만들어놓고 실시간 검색에 뜨면 후다닥 들어가서 먹고 나오고, 손절하고 나오고 했습니다. 검색식을 알게 되면서 장 끝나면 나만의 검색식을 만드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씩 조합하며 돌려보곤 했었죠.

  기억에 남는 날이 하나 있는데 그 날이 여자친구 생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당 좀 벌고 일찍 마무리하고 나가자 생각했는데... 갑자기 어마어마한 속도로 가지고 있는 모든 주식이 땅이 꺼진 것 마냥 마구마구 무자비하게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하한가 제한폭이 -15%였는데 느낌상 한 1분만에 보유종목 전부가 모두 하한가 근방까지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무서운 공포감을 느끼며 부랴부랴 뉴스를 틀었더니 나오는 속보가 '북한 핵실험'ㅎㄷㄷㄷ (그 날이 북한의 2차 핵실험인 2009년 5월 25일이었죠)

  그래서 전종목매도 버튼 누르고 한참을 어안 벙벙히 앉아있었습니다. 그러고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요? 하한가갔던 종목들이 스르륵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난 이미 다 손절쳐서 보유주식 하나 없는데... 으아악~ 내 돈~!! 너무나 허무했습니다. 손절매치지 않고 버틴 사람은 손해를 보지 않았지만, 하한가 근방에서 손절매를 친 나는 이미 -10% 이상의 손해를 봤습니다. 여자친구와의 생일파티도 그렇게 쫑났습니다ㅋㅋㅋ

  (한 주 정도 지났을까요? 뒤늦게서야 북한 핵실험으로 주가가 그렇게 폭락하다가 갑작스런 V자 반등을 했던 이유가 선물의 라운드 피겨값에 큰 손이 세팅해놓은 트리거였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투비 컨티뉴.

11여년전 1년 정도 전업투자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나고 코스피가 박스피라 불리던 시기였고 Mb의 자원외교, 사대강, 녹색성장 테마주들이 앞다투어 올라가던 시기여서 지금과는 분위기가 너무 다른 때였죠.

최근의 주식 상승에 혹시라도 전업투자를 꿈꾸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그런 분들께 도움이 될런가 모르겠지만 제 썰을 한 번 풀어보려 합니다. 그냥 지나간 일을 최대한 덤덤히 써봤습니다.

그래서 그냥 덤덤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금씩 써나가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