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정말 사람을 홀리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익을 보든 손해를 보든 말이죠.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온 신경을 집중케 하고 거기서 수많은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해주죠. 그게 주식의 중독성인 것 같습니다. 한참을 매수하지 않고 며칠 혹은 몇 주 혹은 몇달을 보내면 주식에 대한 관심도 점점 멀어집니다. 그런데 한 주라도 매수하는 순간 온 신경이 하루종일 거기에만 집중되기 시작하죠. 제가 그랬습니다. 전업투자하던 때는 말할 것도 없었죠.

일단 저는 가치투자자와 기술적 투자자 중에서 택하라면 머뭇거리지 않고 단연 기술적 투자를 택할 겁니다. 일종의 차트쟁이인 셈이죠. 그것도 심각한 차트신봉주의자. 차트 안에 모든 것이 녹아져 있다고 믿으니까요. 심지어 수급과 앞으로 언론에 노출될 뉴스까지도 이미 다 차트에 녹아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같은 개미들이야 나는 언제쯤 차트에 내 흔적을 하나 남길 수 있나 생각하며 메이저를 부러워하지만 천문학적 자금을 굴리는 메이져들은 자신들의 흔적을 차트에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은밀히 움직이는게 목표라 그들은 도리어 우리같은 개미를 부러워할 겁니다. (저도 어느 날 차트에 제 흔적을 크게 하나 남긴 적이 있습니다. 그건 좀 나중 일이라 나중에 풀어보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거래가 마구잡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종목 보는 눈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보는게 과연 맞는지를 검증하고 싶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작은 수를 계산해도 그걸 다시 검산하는게 몸에 밴 탓이고 머뭇거릴바에는 일단 지르고 보자 했던 제 성격 탓에 검증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안전한 검증만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거래량의 마지막 안전장치라 생각했습니다(다른 영역에서 일종의 헷지 개념이었던거죠).

시간이 좀 지난 후 실시간 검색식을 알게 되면서 이걸 검증의 도구로 봤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생기게 된 종목에 대한 안목을 공식화해서 거꾸로 검색식에 녹여버렸죠. 그래서 정말 왠만한 보조지표들은 다 검색식 안에 넣고서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했던 것 같습니다. 장 마감하면 낮잠 한 번 때리고(이게 전업투자자의 최고 장점 중 하나죠~ㅋㅋ) 일어나서 몇 시간씩 검색식 공식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하나의 공식을 완성할 때마다 오호~ 조만간 떼부자 되겠네 하며 아주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게 잊혀지질 않네요~ㅋㅋㅋ

아무튼 그 중 기억에 남는 검색식 중 하나가 있는데 이건 기본적으로 볼린저 밴드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차트에 볼린저밴트를 추가하면 기본 세팅이 직전 봉 20개를 기준으로 차트 위에 선 3개가 그려지죠. 어차피 중심선은 20일선과 겹치기 때문에 지워버리고 상한선과 하한선만 남겨놓고 눈 뚫어지게 관찰했습니다. 상승하는 종목들에서 나오는 특징들을 찾아내기 위해서 말이죠. 그러다가 우연히 볼린저밴트 10일 기준을 하나 더 겹치게 하고서 하나의 차트에서 10일 기준 볼밴과 20일 기준 볼밴을 같이 놓고 봤습니다. 그랬더니 글쎄... 당시 상한가에 들어가는 종목들의 특징 중 하나가 전날 거래량의 최소 5배~10배 이상을 만들면서 볼린저밴드 10일선 상단을 30분 안에 돌파하고 1시간 내에 볼린저밴드 20일선 상단을 돌파한다... 이런 공식을 만들어냈어요. 물론 이걸 공식으로 해서 실시간 검색식에 넣으면 장 좋은 날은 1시간 만에 20~30개 종목이 나왔다 사라졌다 나왔다 사라졌다 합니다. 결국 그 놈들 중 제일 힘 좋은 놈 하나를 골라서 거래해야 하는 건 최종적으로 나의 몫이었죠. "유레카~~~"를 외치며 당시 활동하던 주식 카페에 이걸 그대로 올렸습니다.

'당일 거래량이 전일 거래량의 5~10배 이상을 만들면서 10일 볼밴 상단을 30분만에 돌파하고 20일 볼밴 상단을 1시간 내에 돌파하면 상한가를 갈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하며 검색식을 그냥 그대로 올려버렸죠.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쪽지 하나가 날라왔습니다. 제발 글을 지워달라고... 그러면서 저를 개인적으로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종로 어딘가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저는 20대 중후반이였고 그 분은 30대 중후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화 내용은 결론적으로 자기는 몇 년을 투자해서 겨우 찾아낸 매매법인데... 그걸 전업투자 몇 달 만에 찾아내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고, 또 카페에 있는 그대로 올리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황당하다... 였습니다.

카페 글은 고심 끝에 지우지 않았습니다만... 그 공식을 그대로 쓴다해도 실시간으로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종목들에서 결국 하나를 찾아 거래하는 건 개인 각자의 몫이었기에 제 검색식을 활용한 많은 분들이 '에잉~ 이게 뭐야, 별 거 없잖아'라는 반응이 대세를 이루며 자연스레 집중도가 떨어졌죠.

그 때 그 분은 이후로도 몇 번 더 만났는데 여기서라도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성투하고 계시죠?'

저는 그 후로 깡통 3번 찼어요~ㅋㅋㅋㅋ

투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