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이 모태사업인 애경산업 매각을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이 재무악화로 이어져 그룹 중추를 흔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시장 관심을 모을 ‘알짜매물’을 내놓았지만 매수자가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어 난제를 해결할 돌파구 마련에 그룹사 역량이 총동원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AK홀딩스는 애경산업·케미칼·항공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NH농협은행, KB증권 등 금융권에서 약 2870억원을 빌려왔다. AK홀딩스가 애경산업 주식 담보로 차입한 금액은 830억원, 애경케미칼의 경우 500억원, 제주항공은 1540억원 가량인데 대부분 변제기한이 1년 이내에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이다.

별도 사업활동을 영위하지 않는 순수 지주회사인 AK홀딩스는 금융권에서 조달한 금액 상당액을 계열사에 지원했다. 특히 백화정쇼핑몰 운영사 AK플라자가 수혜를 입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AK플라자에 1600억원을 웃도는 자금이 수혈됐다. 이를 기반으로 AK플라자는 채무를 상환하거나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다만 유통업 부진에 더해 항공 또한 주춤하자 그룹 자금줄이 말라갔다.

지난해 연말 무안공항 항공기 참사는 뼈아팠다.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던 제주항공 주가마저 하락하자, 자금을 순환시켜야했던 애경그룹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제주항공 주가가 교환사채(EB)의 교환가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며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청구(풋옵션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앞서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을 기초자산으로 EB를 발행한 바 있다. 지난해 연말 제주항공은 주당 7500원 내외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2022년 5년물로 발행된 EB 교환가(1만5050원)의 절반 수준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애경그룹 유동성 리스크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당사자는 부인했지만 제주항공 매물설이 돌기도 했다는 점은 그룹 위기를 방증했다”고 말했다.

악재가 겹친 사이 그룹 중추의 재무상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5년 전 200% 초반대에서 지난해 연말기준 300%를 훌쩍 넘겼다. 이에 애경그룹은 게열사 애경산업 및 경기도 광주시 소재 골프장 중부CC 매각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시총가(3800억원)를 웃도는 금액을 매각금액으로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의 경우 통상 시가총액을 매각가의 기준점으로 잡지만, 경영권이 수반되는 거래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한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몸값으로 6000억원 상당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