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두줄 나왔어  이거 맞나  임신인가'

어리둥절 하면서 화장실에서 나와 임테기를 보여주는 아내

희미하긴 하지만 두줄이다 얼른 임테기 설명서를 뒤져본다

'줄의 진하기는 상관없습니다' 라는 설명을 찾아 아내에게 보여준다 

나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  

정신이 없다 

좋아해야 하는데 정신이 없다 머릿속이 혼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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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의 둘째 백일 소식을 듣고 내 품에서 펑펑 우는 아내 

'미안해  축하해줘야 하는데 샘 나나봐'

유산후 10개월째   임신준비는 하고있지만 아직 소식이 없고 비슷한때 임신했던 시누는 아이를 낳고 100일

소식이 들려오니 더욱더 조급 해 진듯한 아내

시누 아이가 100일이 되도록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펑펑 우는 아내 

한참을 울다 잠긴 목소리로 

'나 이제 마음 놓을래  둘이 살면 돈도 많이 안 벌어도 되고 마음 안 졸여도 되고 둘이 살다 우연히 아이가 생기면 낳고  

하지만 따로 준비같은거 안 하고 살래

오빠도 둘이 사는거 괜찮아?'

그래  차라리 아내가 마음 놓고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 팔자에 자식은 없나보다

포기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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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음 정리한지  이틀째에 임테기가 두줄이 되니

나도 아내도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

하지만  한번 아픔을 겪었기에 마냥 좋아할수 없다

기쁜 마음보단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

아내가 잠들고  나는 깊숙히 숨겨두었던 박스를 꺼낸다

10개월 만에  꺼내는구나

먹다 말았던 임산부 영양제

첫째 초음파 사진 두장

임신 확인서

임산부 뱃지

산전검사지

구청에서 나누어준 임산부 용품 

소파술 동의서

첫째는 짧게 왔다  갔지만  그 과정이 이 박스에 다 있다

가슴이 너무 막막하다

그래도 티는 못 내겠다

내가 이정도면 아내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그래도 첫째가 왔다 간 흔적은 못 없애겠다

왔다간걸 부정하고  잊고싶진 않다

마음 추스르고 

먹다 말았던 임산부 영양제를 꺼내 식탁에 놓아두고 첫째가 왔다 간 흔적은 다시 깊숙히 숨겨둔다

10개월 뒤 무사히 볼수 있기늘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