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 7월 무덥던 여름날 설악에 처음 올라 공룡을 타면서, 설악의 짜릿한 첫맛을 느꼈었고..

다시 8월에 오색에서 남교리는 이어지는 서북능선을 걸으면서, 설악의 찐하디 찐한 맛을 느꼈었습니다.

서북능선이 안겨준, 장경인대염이라는 고통의 맛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설악의 여유를 느껴 보고자, 반년만에 다시 찾게 되었네요.

첫차로 강남터미널에 도착하여, 오색등산로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동서울로 이동합니다.

예매해 두었던 표를 끊고, 햄버거로 간단하게 요기를 합니다.

 

 

 

버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땃한 햇볕이 볼때기를 달궈 줍니다.

그 볕에 몸이 노근노근 해지니, 잠이 절로 오네요.

2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서, 오색등산로 입구에 도착을 합니다.

하늘은 덧없이 푸르고, 완연한 봄 날씨였습니다.

무박으로 올때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되던 입구가, 사람하나 없는 한적하고 평온한 모습입니다.

 

 

 

저와 같이 내리신 한분이 배낭 무게를 달기에, 저도 달아보니 15kg 조금 안되는군요.

왼쪽 옆구리에 100d와 오른쪽 옆구리에 이것저것 때려넣은 마카2를 더하니 17kg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한분이 먼저 올라가시고, 마지막으로 제가 남설악의 문을 통과하자 철커덩 소리를 내며 문이 닫힙니다.

마치 지옥같은 세상에서 벗어 나는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래봤자 내일이면,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서도.

 

 

 

예약해 둔 소청대피소까지는 약 6.5km..

급할거 하나 없으니, 세월아 네월아 쉴거 다 쉬면서 거북이처럼 천천히 오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캄캄한 새벽에 오르던 길이 이런 길이였구나 하고, 여기저기 둘러봅니다.

사실 볼것도 없습니다만

.

 

 

하늘은 푸르고, 바람도 없고, 마치 봄날에 대청봉을 오르는 느낌입니다.

들리는 건 잔잔한 물소리와 저의 발자국 소리뿐..

 

 

 

"잠깐 쉬었다 가지" 전망대?에서 담아본 어느 이름모를 바위..

 

 

 

오색에서 같이 내리셨던 분도 열심히 오르고 계시네요.

 

 

오색1쉼터에 도착을 하니, 바람이 제법 불기 시작합니다.

나무가지 뒤로 흘림골인지, 처음으로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귀하디 귀한 겨우살이인가 봅니다.

"나와라 가제트 팔"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눈으로만 담아갑니다

 

 

 

한시간 정도 오르니, 대청봉이 3.3km 지점에 도착합니다

 

 

 

이때부터 하얀 눈길이 나타나는데, 거의 다 얼어 있더군요

 

 

 

길 군데군데 빙판이 많아서, 우회를 합니다.

캄캄한 새벽에 무심코 지나다가는, 자칫 사고도 날 것 같더군요.

공룡쪽은 아마 저거보다 더하겠지요?.

 

 

 

대청봉이 점점 가까워 집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미끄러운 빙판길은 계속 나타납니다.

몇일전에 쇠줄로 빡빡 갈았었던, 아이젠 덕을 봅니다.

 

 

 

대청봉 1.5km정도 남은 지점부터 눈발이 날리더니 바람도 거세집니다.

입구에서 봤던 봄 날씨 같았던 파란 하늘은 사라지고, 차디찬 겨울이 다시 다가옵니다.

500 m남은 지점에서는 눈도 제법 쌓였더군요

 

 

 

대청봉 가기직전 조금 아래에서, 거센 칼바람 맞을 준비를 합니다.

 

 

 

사람 하나 없는 싸늘하고 적막한 대청봉에 도착합니다.

바람이 얼마나 쌔게 부는지, 몸을 지탱하기 조차 힘들었습니다

 

 

 

삼각대는 꺼낼 엄두조차 못내고, nx 미니로 첫 인증샷을 노려봅니다만..

사진이 찍히는 순간 엄청나게 휘몰아치는 칼바람에, 대청봉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맙니다.ㅜ.ㅠ

더 이상 있다가는 뭔 사단이 날 것 같아서, 중청대피소로 도망칩니다.

칼바람에 자꾸 몸이 한쪽으로 쏠려서 내려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중청대피소 가는길에 용기를 내어 폰으로 바람소리를 담아 봅니다.

바람소리 주의..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여, 칼바람에 놀랐던 마음도 진정시키고 몸도 좀 녹였습니다.

대피소에서 대청봉으로 오르시던 분들도 중간쯤에서 다시 내려오시더군요.

정말 대단한 바람이었습니다.

휴식을 끝내고, 소청 대피소로 향합니다

 

 

 

바람과 눈발이 갈수록 더 거세집니다.

빨리 소청 대피소로 가서 쉬고 싶음 마음뿐입니다.

 

 

소청으로 가는길이 눈으로 덮혀서, 경사진 길을 조심조심 걸어갑니다. 

 

 

 

중청 아래에 조망이 참 좋은 곳인데, 사방이 도화지색입니다.

내일 날이 좋으면, 다시 와보기로 합니다.

 

 

 

소청 가는길에 내려온 중청을 돌아봅니다.

칼바람에 거침없이 날리는 눈들이 무시무시합니다.

 

 

 

이제 거의 다왔군요

 

 

 

소청대피소에 도착하니, 날이 좀 개는가 싶었지만 다시 닫히고 맙니다.

내일은 날이 개기를 바라며, 그렇게 첫날을 마무리 합니다.

 

 

 

새벽에 화장실을 갈려고 나와보니, 바람은 여전했지만 하늘은 맑게 개었더군요.

기분좋게 볼일을 보고, 아침 먹고 대피소를 나섭니다.

대피소에서 보이는 용아장성과 멋진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뭐가 잘못 되었는지 사진이 죄다 망했네요.ㅜ.ㅠ

어제 다시 가기로 했었던, 중청 아래 전망대로 이동합니다.

밤새 내린 눈이 수북하게 쌓였네요.

 

 

 

일출은 이미 시작 되었고, 귀때기청이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위로는 동그란 달도 떠 있고,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멀리서 나마 용아장성을 담아봅니다

 

 

가리봉..주걱봉..귀때끼청이 아주 멋드러집니다.

귀때기청에서 흘러 내리는 능선길을 보니, 있는욕 없는욕 다하면서 서북능선을 걸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중청 아래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화채봉.칠성봉.권금성.신선대와 울산바위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저 멋진 봉우리들을 보려고, 설악에 열심히 오르는 것 같습니다

 

 

 

 

범봉,1275봉,마등령,황철봉,신성봉쪽도 조망해 봅니다.

정말이지 설악의 진수를 맛 볼수 있는곳인 것 같습니다.

아~~공룡 타고 싶어라~~

 

 

 

전망대에서 내려서면서, 한번 더 담아봅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뒤돌아 봐도, 또 아름답습니다

 

 

 

희운각대피소로 내려가는 길은 눈이 장난이 아니였습니다.

어제 바람에 날린 눈들이 여기에 다 쌓인 것 같더군요.

아주머니들은 내려 오지도 못하시고, 반대로 오르는 학생들을 보니 안스럽기까지 합니다

 

 

 

무릎까지 푹푹 잠깁니다

 

 

 

힘들게 눈길을 지나니, 공룡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7개월만에 다시 보니, 정말 멋집니다.

 

 

 

속살이 보고 싶어,한번 당겨 봅니다

 

 

 

매끈매끈한 범봉도.

 

 

 

희운각대피소 근처에서 담아본 대청과 중청의 모습입니다.

이상하게 멀리서 보면, 중청이 더 높게 보이는 것 같더군요.

 

 

 

신선대를 바라보며, 뒷태 인증을.

 

 

 

 

 

 

드디어, 공룡입구에 도착합니다.

이때가 시간이 9시쯤 되었을겁니다.

애초부터 공룡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었는데, 막상 입구에 도착하니 갈까말까 갈등이 되더군요.

허나, 앞뒤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한번 가보자라는 용기만으로는 될 문제가 아니였습니다.

곳곳에 있을 빙판길이나 칼바람도 걱정이 되긴 했구요.

같은 방향으로 하산하시는분들도 모두 천불동쪽으로 다 내려 가시더군요.

아쉽지만, 5월에 다시 보자 공룡아~~라는 인사를 건네고 발길을 돌립니다

 

 

 

하산길도 빙판이 많아서, 애좀 먹었네요

 

 

 

천불동으로 내려가는길은 정말 장관이더군요.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풍경들을 즐기며, 양폭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어제는 정말 설악의 위 아래가 봄과 겨울이 같이 공존하는듯 했습니다. 

 

 

 

 

 

양말도 갈아 신고, 달콤한 휴식을 취합니다

 

 

 

얼마나 단단하게 얼었는지, 아이젠이 먹질 않더군요.

조금 미끄러지긴 했는데, 아주 짧은 거리지만 위험했습니다.

 

 

 

 

어느새 비선대에 도착합니다

 

 

 

이제 산행을 마무리 할때가 되었을까요?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던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공룡을 안타서 그런가 시간도 많이 남고 체력도 괜찮은 것 같아서, 울산바위로 향합니다.

 

 

 

울산바위 오르는데 좀 뻘쭘 했습니다.

거의 캐쥬얼차림이었고, 산객들도 개나리 봇짐 이더군요.

1박이나 할만한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 올라가니 오버스럽게 보였는지, 이분저분 다 쳐다봅니다.^^;

어떤 남성분께서 한참 보시더니, "안 힘들어요?" 하시더군요.

어제 1박 했다고 하니, 입구에서 맡기고 오지 그랬냐고 하시는데 배낭 맡기는데가 따로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울산바위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멀리서 보는거랑은 엄청난 차이가 있더군요.

그 웅장함에 압도 딩헤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북주능선이라는 황철봉쪽을 담아봅니다.

꽃피는 봄에 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네요.

 

 

 

대청봉쪽도 바라봅니다

 

 

 

뭔놈의 계단이 그리 많은지, 지겨운 계단길을 지나 울산바위에 다다릅니다

 

 

 

조망이 끝내주더군요.

울산바위 안보고 갔으면, 후회할뻔 했습니다.ㅎㅎ

바람이 불긴 했는데, 대청봉에 바람에 비하면 봄바람 수준이었습니다

 

 

 

동해바다가 아주 시원하게 보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바위들이 하나하나 자리를 잡았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사이사이에 자리잡은 나무들도 신기하구요

 

 

 

내려오는 길에 멋져서 담아봤네요

 

 

 

올라갈때 지나쳤었던, 흔들바위도 다녀갑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와서 봤을때는 더 큰 것 같았는데 작아진 것 같네요

 

 

 

날머리 근처에 도착하니, 저울이 또 있더군요.

얼마나 줄었나 하고 달아보니, 어제보다 3kg정도 줄었네요

 

 

 

 

이제 진짜 산행을 마칠 시간입니다.

1박2일 동안 아주 잘 놀다 갑니다~~

설악산아 따뜻한 5월에 다시 보자~~

 

 

부족한 글과 사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