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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는 형님이 한분 있습니다.

인연을 맺은지는 근 20년 다 되었고 제가 산에 다니기 시작할 무렵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또 둘이서도 꽤 많이 다녔죠.

산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해서 인도, 네팔, 티벳, 일본, 중국, 러시아 등등... 꼬마시절? 저로서는 감히 시도조차 힘든 곳들을 몇 달씩 머물며 다니곤 했습니다.

그러다 산 좋아하는 형수님을 만나 결혼하고, 또 그 형수님 친구분을 제가 덥썩 물어서...ㅎㅎㅎ

그렇게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살아가면서 이 형님은 큰 아픔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조지아로 떠났습니다...

사전에 언질도 하나 없었는데 갑자기 며칠 전 전화통화중에 떠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한다며 동네 선술집에서 술한잔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여행의 목적이야 수만가지가 넘지만 이제와서야 자신은 자기를 찾아 떠나보려고 한다더군요.

타인-그게 가족이든, 친분있는 사람이든, 낯선 이든-의 눈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나 정의가 아닌 스스로의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취기가 적당히 올랐을때 잘 다녀오라는 말과 함께 과장된 몸짓으로 포옹도 하고 일부러 크게 웃음한번 지어보였습니다.

1년...혹은 2년...

그동안 원하던 답을 부디 찾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답을 가지고 돌아올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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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기를 적다보니 문득 친한 형님이 생각나서 끄적거립니다.

이번 제주여행때 비슷한 기간동안 이 형님도 제주에 머물렀었는데 1편에서도 아주 잠시 언급이 되었던...

이곳 포럼분들도 장기로 멀리 떠나셨거나, 떠나실 예정이신 분들이 몇분 계시던데...

몸 건강히 원하는 바를 다 이루고 오시기를...


그리고 이어서...

제주여행기 2편입니다.

1편은 여기...

http://m.ppomppu.co.kr/new/bbs_view...


앞글에도 있다시피 마눌과 찍은 스냅사진들이 대다수인데다 거창한 풍경사진 기대하시거나 긴글 읽기 싫으신 분들은 가벼이 패스하셔도 됩니다^^

기본적으로 모바일주의지만 전체용량을 70MB정도로 줄였으므로 모바일로 보셔도 큰 부담?은 아닐겁니다???

그럼...시이자악!


10월 5일

바로 비가 쏟아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만큼 잔뜩 흐린 하늘이지만...

나름 가을분위기도 나고 좋은데?

오늘은 원래 우도나 광치기해변에서 1박 했어야 할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1코스와 섭지코지나 다녀오자~

너 자세가 뻐덩뻐덩한게 로봇 닮았다?

흐린 날인데다 바람까지 꽤 불어서 파도가 화가 많이 났구나...

맑은날 파란 하늘과 바닷물, 검은 현무암의 해변과 일출봉...

참 멋진 곳인데 아쉽긴하네...

바람에 몸이 휘청이며 날아갈거 같다구?

에이 설마...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는 것에 내 전재산을 건다.

잠깐만 재산 명의 좀 돌리고...

이런날 흐린 하늘을 보며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참 좋을거야 그치?

편지지 사올까?

서로에게 편지 보내보는 건 어때?

명필은 붓을 안가리고...

마눌은 짝대기를 안가리는군...

해변에서 200mm캐논 대포로 열심히 사진 찍으시던 작가분이 거지룩과 줌마패션에 감탄하시며 제 카메라로 찍어주신 사진...

표선 근처에 사시는 작가님 감사드리옵니다!

이번 여행에서 반사경이 아닌 쌩으로 유일하게 둘이 찍은 사진!

참고로 다음에 제주 올때 꼭 들르시라고 하시면서 그분의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 원본을 주신다는군요...

예전에 왔을땐 이런거 없었는데...

뭔가 아스트랄한 건물인데?

착시 나무계단.

포토존에서 찰칵.

날이 흐린게 많이 아쉽네...

너 그러다 바다로 퐁당한다?

새배낭 사줄때까지 안구해줄거야!

파도도 점점 심해지고 하늘은 더 흐려지고...

이번 여행에서의 날씨운은 꽝이구나...

어휴.. 섭지코지에 파도 치는 거 봐...

파도소리에 귀가 먹먹해지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전망대엔 올라봐야겠지?

파도가 깍아먹은 해안침식의 결과물.

뭔가 좀 아쉬운 하늘빛이지만... 그래도 니가 곁에 있어 즐겁.... 진 않고 화가 몹시 나려고 하네...

살다보면 맨날 맑은 날만 있는 건 아니니...

노 프라블럼! 노 프라블럼!

이제 송혜교도 잊혀졌구나...

이상하고 기괴한 쵸콜릿박물관이 그 자리에...

삭막하게 지어놓은 아파트? 리조트? 이런건 또 언제 생긴거야...

제주 올때마다 풍경들이 너무 변해가는거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

이 바지 안챙겨오려다 가져왔던게 신의 한수구나!

시원하게 바람 솔솔 통하고 가볍고 너무 좋아!

거기다 이쁘기까지....

명품 올레바지 하나면 산, 들, 바다, 일상, 잠옷으로도 사용가능!

섭지코지 한바퀴 다 돌고 나왔더니 배고프네...

민트차로 배 좀 차긴하니?

근데 너무 비싸...

쉿! 가만히 귀 기울여봐...

무슨 소리 안들려?

아무소리 안들린다구?

니 발냄새에 아우성치는 새끼 게들의 울부짖음이 난 들리는데?

그렇지...

놀지만 말고 저녁으로 먹을 문어나 좀 잡아와...

올바른 마음가짐이다!

오늘도 역시나...

비가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하네...

그러거나 말거나 힙합끼 충만한 네 몸짓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즐거워지는 걸?

오...

가을바다 분위기 좀 나는데?

아참 머리에 꽃이 빠졌구나...

어제 따둔 꽃이 어디 있더라...

나랑 달리기 시합하자고?

나 한발이 니 두발인데 될까?

비가 점점 더 많이 와서 그냥 광치기해변만 돌고 일출봉 올라가는 건 포기...

일출봉은 예전에 많이 가서 뭐 안가도 그만이긴 하지...

너의 그 고양이같은 균형감각에 존경을 표해!

이제 전문절도단에 가입해볼까?

점심 걸렀더니 배가 너무고파...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만두가게를 니가...

그냥 지나칠리가 없지?

가격도 싸고 맛도 좋고...

게다가 메이드 바이 중국사람!

만두로는 배에 기별도 안가 편의점 털러 왔다가 즉석 떡볶이 너무 맛있어서 신세계를 경험할 줄이야...

우리는 편의점 세대가 아니라 들를때마다 참 놀라운 경험을 선사해주네...



10월 6일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기분도 축 쳐지고, 몸도 쳐지고...

샤워도 하고 싶고, 테레비도 보고싶고...

그치만 우린 관광 온게 아니라 여행 온 거니깐 참아야겠지?

오전에 비가 잠시 그치는 거 같아 사려니오 왔는데 한라산 자락이라 그런지 비가 오락가락하네...

그래도 운치있고 좋지?

자빠링의 흔적이 바지에 그대로 새겨졌네...

호작질 할땐 조심해야지...

궁디 마이 아프지?

괜찮아... 빨간약 바르면 금새 나을거야~

사려니는 이상하게 비오는 날에만 오는 거 같아.

아니 정확히는 비올때 시간때우기로만 오는 거 같아 좀 미안해지기도 해...

근데 왠지 이렇게 흐리고 비오는 날의 사려니가 더 이쁠거 같지않아?

오가는 사람도 많이 없어서 사진찍기도 좋구...

아까 자빠진 궁디부위 괜찮아?

빨간약 또 발라줄까?

덧칠할수록 효과는 배가 되거든...

나무를 타고 오르는 무수한 넝쿨들을 보니 새삼 갈등이란 단어가 생각나네...

칡나무와 등나무는 회전방향이 반대라서 절대 같이 자라질 못하지...

대신 이 두나무는 반대방향의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하늘을 향해 자라기도 하지...

강한 빛이 없는게 오히려 인물사진에 더 득이 되기도 하는데...

넌 어쩜 이렇게 사진빨이 좋으니?

물론 내가 잘 찍어서가 제일 큰 이유겠지만...

나무들이 물기를 머금으니 발색이 더 좋아져 채도가 확 올라가네...

우산 따윈 쓰지 않는 네 용기에 박수를 보내...

근데 난 써야겠어...

비 맞으니 너무 찝찝해...

거봐 내가 우산 쓰랬지?

어이 거기 줌마!

우산줍 함부로 하다가 점유물이탈횡령죄 걸린다?

뱀이 나온다는 글이 네겐 너무 큰 짐이구나...

근처에도 안가다니...

뱀 나오면...

우리 아빠 몸보신보다 내 몸보신을 우선 해야겠어...

길막하고 앞에 오는 아재랑 한판 뜨게?

네? 저요?

저 줌마... 모르는 사람이여요!

파시미나 숄 맘에 들어?

없는 여행자금 탈탈 틀어 산거야...

어휴.. 달밧이 몇끼분이야...

고맙게 잘 써~

자 이제 발만 떼면 넌 우산 타고 날아가는 거야~

항상 첫발이 제일 중요하지...

근데...

될거 같진 않어...

그러고보니 빨강 파랑 노랑 초랑이 다 모였네.

초랑은 초록과 엄연히 다른 색이야~

안개도 짙어지고,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고...

게다가 오가는 사람도 없고...

뭔가 드라마틱한 풍경들이군...

이래서 사려니숲은 흐리거나 비오는 날만 찾게 되는걸까?

맑은날 옅은 노랑 아침 빛에 휩싸인 사려니의 모습도 무척 궁금하긴 해...

살다보면 그런 날에, 이곳에 오게 되는 때도 있겠지?

이쁜 삼나무 숲길도 참 오랜만에 걸어보네...

작년에 왔을때보다 더 운치있고 좋은거 같아...

겨울에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을때도 참 좋을거 같은데?

다음에 겨울에 제주 들를 땐 꼭 다시 한번 오자고 약속~

어..

가만보니...

빨간망토 차차가 왜 생각나지?

이제 덤블링 할때도 되지 않았어?

일루와봐. 내가 가르쳐줄께!

독특하게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

어쩌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이렇게 숲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

저 숲 사이사이에 작은 오솔길들이 생겨나고 계단이 만들어지고 가이드가 쳐지고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지면...

예전엔 없었던 길 같은데 새로운 오솔길이 그 새 하나 생겼네?

다음에 올땐 꼭 맑은날 아침일찍 올께.

사려니 안녕~

비오는 저녁이 되니 으슬으슬 추워지네.

플리스 하나 가져오길 역시 잘했지?


내일은 일단 날이 맑다고 하니 예정과는 전혀 달라진 성판악 갈건데...

중도포기란 내 사전에 없으니 각오하도록!



10월 7일

아침에 버스타고 오는 내내 안개가 워낙 짙어 비가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성판악 도착하니 화창화창~

빨갛게 잘익은 주목나무 열매.

진달래대피소까지의 지루한 계단길이 끝나고 이제 사방이 확 트이네...

근데 더워도 너무 더워...

푹푹 찌는구나...

발치의 훨씬 아래에 구름들이 깔려있는 걸 보니...

바다로 둘러쌓인 섬이 아니라 구름으로 둘러쌓인 섬 속에 있다는 느낌마저 드네...

시계가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저멀리 사라오름도 훤히 보이니 이것만으로도 대만족!

군데군데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나무들도 잘 보이고...

정오에 다다른 시간이 아니라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였다면 더욱 더 저 운해가 극적으로 다가오겠지만...

성판악이 처음인 넌 충분히 좋은날 만난거야~

중간산 지대에 지금 서 있다면 옅은 안개에 휩쌓여 있거나 구름낀 날로 보이겠지?

여긴 이렇게 직사광이 내리쬐는 새파란 하늘아래인데...

구름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고 있지만...

여기까지는 절대 올라오지 않을거야...

내가 아까 전화해서 오지말라고 했거든.

관음사 넘어가는 방향으로 보면 그래도 구름너머 바다가 보이긴 하는군...

언젠가 백록담 둘레를 완전히 다 돌아볼수 있는 날이 올까?

정상석 인증사진을 위해 만들어진 줄...

만일 혼자 왔다면 인증사진 따위 필요도 없는데...

넌 성판악이 처음이니깐 그래도 한장 기념으로 찍자~

벌써 40분이 지나가고 있는데...

너 인내심 대단하다?

이젠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인증사진은 무조건 찍어야겠다!

정상에서 바글거리는 사람들이 뭘 하고 있든...

저만치 아래의 구름들은 옅은 바닷바람에 조금씩 흘러만 가는구나...

50분을 기다려 생각해낸 포즈가 딸랑 이거야?

털썩...

우리... 지금까지 뭘한거지?

관음사방향인데...

시간은 충분하지만 관음사 하산후에 텐트로 돌아가는게 너무 번거롭고 힘들거 같아...

그래도 갈래?

정상석 사진 줄 서서 기다리느라 진빠져서 포기라구?

사실 나도 줄서는게 너무 힘들었어...

다시는...

그런짓 하지말자...

관음사쪽 하산 방향엔 솜털같은 작은 구름뭉치들이 동실동실 떠다니네...

요며칠 비가 자주 와서인지 백록담에 물이 좀 찼군...

지금도 충분히 좋은 날이지만 이곳 풍경의 진미는 역시 겨울이지!

어휴...

사람들이...

바글바글...

우리도 그 중 두 명...

한라산에서 와.. 와이파니라니...

언제 생겼지?

내륙에서 보던 운해와는 또 다른 느낌이지?

만일 아침 일출전후였더라면... 정말 이쁠거 같아...

끼니를 빵으로 대충 때웠더니 뭔가 허기가 진다...

이제 얼른 내려가자...

성판악 쪽의 구름들은 이제 많이 물러나서 내려가는 내내 무척 더울거 같아...

이미 내 바지는 하얀 소금 덩어리들이 세계지도를 그리기 시작했어...

저기 산 중간중간의 회색빛은 전부 말라죽은 구상나무들이야...

구상나무는 겨울에 눈을 두텁게 맞아야 이게 보온재 역할을 해서 강한 바람과 추위를 견뎌낸다고 하던데 온난화 때문에 눈도 자주 안내리고 폭설로 한방에 내려도 또 금방 녹아버리니 겨울나기가 많이 힘들다고 해...

게다가 기온상승으로 환경도 많이 바뀌었고...

조금의 세월이 흐른 후엔 이제 더이상 한라산에서 구상나무를 볼수 없을지도 몰라...

하산하면서 저만치 아래의 사라오름 들렀다 갈거니깐 가네마네 실랑이 절대 금지야!

돈내코 방향으론 구름들이 몰려오네?

만일 오늘 영실~돈내코 코스로 갔더라면 좀 더 선선한 기온에 운해도 코앞에서 봤을듯 하지만...

영실~돈내코는 일정 마지막에 좋은날로 골라보자~

산아래는 연일 한여름 기온인데 해발이 있어서 그런지 저만치 붉은색으로 물든 나무들이 많이 보이는구나...

금오산은 단풍 아직이겠지?

뭐니뭐니해도 뒷산이 최곤데...

볕이... 너무 강하지?

허허허...근데 넌 아직도 플리스를 입고 있다니...

난 반팔로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새로운 계단공사가 한창...

이제는 시작할때부터 정상까지 오직 나무계단만 밟고 정상에 오르는 날이... 올것같아...

어째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과는 점점 멀어지는 거 같아 속상하네...

진달래대피소에선 올라갈때 먹지못한 라면 한그릇 마셔줘야 예의겠지?

평소엔 라면 한달에 한 두번 먹을까 하더니 산에서 먹어보니 꿀맛이지?

근데 딱 한개가 좋아...

배고프다고 두 개 이상 먹으면 이상하게 물리더라...

짝대기 쓸만하지?

한 10년 정도만 커플 짝대기로 잘 써보자꾸나~

얼굴보니 유언장이라도 써놔야 할거 같네...

성판악의 끝없는 계단 내리막길이 좋아?

아니면 돈내코의 끝없는 돌계단길이 좋아?

그래도 돈내코가 좀 더 낫지?

지루한 성판악 코스를 끝내고 올레시장 통닭사러 왔더니 단골점빵 전부 매진...



화가 몹시 나서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 떡볶이, 김밥, 만두 쓸어담고는 텐트안에서 배터지게 먹고 산책 좀 하니 9시...

내일은 일단 어디를 가든 저녁에는 모슬포로 이동 해야하니...

어디가 제일 적당할까?

널널하게 영실~어리목?

우도?

비바람에 걸었던 올레21코스 맑은날 다시걷기?

다랑쉬+아끈다랑쉬+비자림 또가기?

이제 웬만한 곳들은 대부분 한번 이상 가본 곳들인데다 동부권에서 가볼만한 곳이...

에잇 몰라...

낼 아침에 아무데나 하나 찍고 그냥 자자!

쿨쿨...


-2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