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글쓰기 포기했는데, 연결해서 쓸 일이 생기는 바람에 예전 기억 되살려 조금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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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하는 종주!! 나도 해보자 라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등포 게시판 정독도 하고, 장비도 추가하고, 드디어 11월초에 실행에 옮깁니다.

새벽에 블랙다이아몬드 뉴스톰 헤드렌턴 250루멘을 휘황찬란하게 비추며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당일 운행시간을 봐가면서 장터목-백무동 혹은 천왕봉찍고 백무동으로 하산할 계획이었습니다.

택시비가 많이 들어서 그렇지, 중간중간 탈출할 곳은 많은 지리산이니까요. 적어도 장터목까지는 늦게라도 갈줄 아는 크나큰 착각을 ㅠㅠ

그런데 새벽2시에 맞춰놓은 알람을 못듣고 눈떠보니 4시넘었... 어쩔..ㅠㅠ  그래도 준비했으니 가자!

천은사 산적들 회피기동하기 위해 함양을 거쳐 뒤쪽으로 공략합니다. 통행료 아꼈습니다.

 전체경로는 성삼재~벽소령~음정마을 하산입니다 (5:55~14:35, 8시간40분 소요)

지리산은 갈때마다 "반달곰"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면서 갑니다. 그래서 미리보고 갑니다.

노고단 근처까지 갑니다. 아직 노고단길을 열어주지 않아 산객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 바위위에 있는 저 손 펼치고 있는 동상은 요번에 새로 설치했다고 하는 데... 설마 믿으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그 많은 사람중에 천왕봉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저 혼자 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종주팀은 벌써 새벽에 지나가서 그렇겠죠.

가는중에 해뜨는거 보고갑니다. 혼자서 바삐 속보로 갑니다. 앞서 출발한 것으로 추측되는 여러팀들을 줄줄이 추월해나갑니다.. 아싸~~~

가면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쭉 펼쳐집니다. 아름다운 아침을 느끼며 계속 속보로 갑니다.

반야봉을 가려고 여러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시간대가 맞지 않았는데, 역시나 오늘도 지나칩니다.

벗어놓은 배낭들이 반야봉 올라간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삼도봉쯤 오니 산객들이 많이 보입니다.  

연하천 대피소 넘어가는 길에 상고대가 이쁘게 피어었습니다. 11월초인데 북사면이라 여기에만 있습니다. 지금은 눈밭이겠죠.

이쯤에서 심각한 위기상황이 발생... 지난번 가야산에 갔다가 남산제일봉까지 하루만에 다 돌아보겠다고 욕심을 내고 상왕봉에서 해인사까지 하산길을 뛰어서 내려갔더니 무릎이 살짝 아팠었는데,

올라갈때는 괜찮은 데, 내리막길은 한걸음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합니다. 평지나 오르막은 괜찮고요.

지도를 보니 연하천에서는 딱히 탈출할 루트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스틱에 의존해서 형제봉을 거쳐 벽소령까지 갑니다.

그 전까지는 성삼재가 워낙에 지대가 높은 데서 출발했고, 약간의 오르락 내리락을 하면서 왔기때문에 속도도 괜찮았고, 거리도 ktx급으로 줄어드는걸 느꼈는데, 지금부터는 거의 기어가는 수준입니다. 100미터 가는게 1키로 가는거 같은 느낌? 

쉬면서 뒤돌아 찍은 반야봉 같기도 하고,, 진행방향을 찍은건지 구분이 잘 안됩니다.

벽소령 대피소 까지는 왔는데, 사무실 가서 도와달라고 해야하나..( 뭘 어떻게 도와달라고 할지도 모르겠고), 

헬기를 불러달라고 해야하나... 30분을 앉아서 고민만 하다가..

의신마을 6.8키로를 내려갈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음정마을쪽으로 하산하면서 오늘밤까지 내려갈수 있으려나..걱정만 앞섭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한 2백미터 내려가니, 

계곡길도 아니고 너덜길도 아닌 비포장 길이 나옵니다. 거리는 꽤됩니다. 벽소령에서 음정마을까지가 6.7키로.

그렇지만 산길이 아닌 이런 트레킹 코스라면 헬기를 부르지 않아도, 119 부르지 않아도 혼자서 내려갈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민폐 끼치지 않는 진정한 혼등을 완성할 찬스입니다. 오후 1시이면,, 기어가도 시간이 충분하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심리적 압박감이 줄어듭니다.

여전히 무릎은 아프고 걸음걸음 통증이 오지만, 단풍은 예쁩니다 ㅠㅠ

오후 늦게 이 길을 오르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벽소령까지 편하게 올라갈수 있는 코스입니다.

우와 드디어, 택시를 부를수 있는 곳까지 도착합니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 찰나에.. 손님을 태운 택시가 올라오고, 제 뒤에 2분이 더 내려와,

성삼재까지 4만5천원인 택시비를 절반정도에 타고 되돌아갑니다. 

내려왔지만 곰은 무서운 존재이므로 한번 더 찍어 놓습니다 ^^

혼자 분석한 총평

-짐은 가볍게 해야하는데, 너무 많이 챙겨감.. 이건 예전에 고생한 기억때문에 필요없더라도 일단 넣고보자라는 강박관념때문에.

-멀리가려면 천천히 쉬어가야함.. 급하다고 뛰어 댕기면 안됨.

-한시간에 한번은 쉬면서 무릎, 다리 스트레칭 해줘야하는데.. 안쉬고 3시간도 걸어감 ㅠㅠ

-국공 권장시간을 가급적 준수하자. 빠르다고 다 좋은게 아니다.

-성삼재 종주는 할만하군...

-부상병은 벽소령으로 집결하여 음정마을으로 하산.

산은 어디 안가고 그자리에 있는데,, 왜그랬을까요 ㅎㅎ

하여간, 이렇게 준비 열심히 했는데,, 당분간 산은 못갈줄 알았습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