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9년 9월,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배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서 합숙을 하던 때

이상열(현 KB손해보험 감독) 당시 대표팀 코치는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박철우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코치께서 '네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손바닥과 주먹으로 몇 차례 얼굴을 때렸고 이후 발로 몇 차례 복부를 가격했다"면서 "뇌진탕 증세도 있고 귀가 울리는 이명 증상도 있다. 심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튿날 저녁 박철우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위 사진처럼 본인의 몸에 난 상처를 공개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고, 이상열 코치에게 사과를 받지 못해 괴롭다는 말도 함께 전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기자회견 자체도 열리지 못할 뻔했다는 사실. 다음은 박철우 선수의 아버지 박정선 씨가 한 말입니다.

"오늘 오전 대한배구협회 강화위원장 등 협회 관계자 2명과 만나 이 기자회견을 열어줄 것을 상의했다. 그러나 협회에서는 '언론에 알릴 일은 아니다'며 자체 해결을 원했다"

그렇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협회는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고, 사건의 진상이 언론에 새어나가는 것이 두려워 배구협회 출입 기자들에게까지 정보를 통제했습니다.

여기서 등장한 사람이 바로 김요한입니다.

김요한은 본인의 에이전트를 통해 박철우가 협회의 방해 없이 기자들 앞에서 폭로할 수 있도록 기자회견의 판을 깔아주었습니다. 기자회견 장소가 호텔이나 배구협회 건물이 아닌 압구정의 한 고깃집이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김요한도 당시 대표팀에 소집되었고 폭행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했지만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인터뷰를 보고 생각이 바뀌어 행동에 나서게 됩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피해자인 박철우의 평소 훈련 태도가 선수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한 매체에선 대표팀 선수들 3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철우가 종종 연습을 게을리 하고 이 코치한테 고분고분하지 않은 태도를 보여 이전부터 불화가 있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협회가 시켜서인지, 아니면 본인의 자발적인 참여였는지는 몰라도 박철우에 관한 왜곡된 인터뷰를 한 선배들을 보고 박철우와 동기였던 김요한은 더는 가만있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같은 85년생 동기들인 한선수와 임시형, 그리고 1년 후배 문성민까지 나서서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증언을 해 주었고, 자칫 피해자이면서도 명예가 실추될 뻔한 박철우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었습니다.

그리고 임시형은 2년 후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영구제명을 당하게 됩니다.

당시 사건의 전말이 상세히 적혀있는 기사. 지금 봐도 어질어질하네요...

선배들의 왜곡된 인터뷰를 보고 본인의 선수생명을 걸고(당시 20대 중반) 용기를 내서 판을 깔아주고 입을 연 김요한, 문성민, 한선수가 아니었으면 박철우는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사건의 여파로 박철우는 이듬해 김호철이 감독하던 현대캐피탈을 떠나 삼성화재로 FA 이적을 하게 되죠. 물론 신치용 감독의 딸인 신혜인 씨와 결혼하게 된 영향도 분명 있겠지만 말입니다. 

김요한은 이미 현역 은퇴를 했고, 나머지 세 선수도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배구계 선배들이 선수생활을 걸고 큰 용기를 내어 폭로한 배구계 폭력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미성년 시절의 학생 선수들까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씁쓸하네요. 아무쪼록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선수들에게 중징계를 때려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