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프섬의 원주민과 집값

남태평양에 야프(yap)라는 섬이 있다.

위치를 쉽게 설명하자면 여러분에게 관광지로 잘 알려진 섬 ’괼 옆에 있다.

이 섬에서는 ‘라이(Rai)’라고 불리는 큰 바퀴모양의 돌띠가 돈으로 사용된다.

이 야프섬에 1898년에 독일군이 오게 되었다.

독일군은 섬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내고 싶어했다.

그래서 야프섬의 원주민을 모아놓고 도로를 만들라고 했다.

그러자 원주민은 뱀처럼 꼬불꼬불하게 난 울퉁불퉁한 좁은 길을 가르키며

“ 우리에겐 이미 도로가 있다.”라고 대답했다.

독일군은 그건 길이지 도로가 아니다.

도로를 만들라고 다시 명령했다

그러자 원주민들은 “지금 길도 꽤 쓸만하다.”라고 응수했다.

이에 화가 난 독일군은 야프섬 원주민에게 ‘경제적 압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당신들이 도로를 완성하기 전에는 라이를 몰수 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자.

원주민은 퉁명스럽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해보시든지..맘대로 하슈~~“

원주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독일군이 이 큰 돌띠를 항구까지 옮겨갈 방법이 없다는 것과 또 배도 없다는 것을..

독일군은 몰수하겠다고 했지만 어찌해 볼 방법이 없었다.

이 큰 돌띠를 독일에 가지고 가봐야 아무 쓸모도 없고 수송비만 들고, 게다가 항구까지 가지고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독일군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었다.

독일군들이 야프섬 원주민들 집 마당에 널부러저 있는 ‘라이’에다 검은색 페인트로 십자가 모양의 문양을 칠했다.

이제 이 돌띠는 독일국가 소유라고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원주민이 난리가 났다.

원주민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파산했다“

야프섬 원주민들은 졸지에 파산하고 거지가 되었다고 믿었다.

‘라이’는 여전히 자기 집 마당에 어제와 똑같이 널부러져 있음에도 자신들이 거지가 되었다고 믿었다.

졸지에 불행해지고 가난해진 야프 섬 주민들은 자신의 돈을 되찾기 위해서 열심히 도로를 건설하였다.

도로가 다 완성되고 난 뒤에 독일군은 돌띠에 칠한 검은 십자가 문양을 지워 주었다

다시 돌띠를 찾아서 부자가 되고 행복해진 야프섬 주민들은 다시 띵까 띵까거리며 행복해했다고 한다.

좀 웃긴 이야기지 아니한가?

야프섬 원주민들의 행동을 보면 좀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현대인도 야프섬의 원주민과 똑같이 행동한다.

집을 보자.

야프섬의 원주민에게 돌띠(Rai)가 돈이 였다면,

현대인인 우리에겐 집이 돈과 같다.

집도 ‘라이’처럼 언제나 그냥 그 자리에서 그대로 가만히 있다.

그런 어느 날 독일군 대신에 미스터 마켓(MR.Market)이 찾아와서 당신의 집 가격이 얼마이며 올랐다고 말해준다.

그러면 마치 우리는 더 부자가 된 것처럼 씀씀이를 늘린다.

차도 새로사고 가전제품도 사고 소비를 늘린다.

집은 똘띠처럼 어제와 똑같이 그자리에 그대로 변한게 하나도 없는데...

또 어느 날 미스터 마켓(MR.Market)이 찾아와서 당신의 집값은 내렸다고 말해주면

우리는 갑자기 가난해진 것 같아서 씀씀이를 줄인다.

소비를 줄인다.

집은 똘띠처럼 어제와 똑같이 그자리에 그대로 변한게 하나도 없는데...

미국경제의 경우는 경제성장의 70%를 소비가 차지한다.

즉 소비를 늘려야 경제가 살아난다.

그래서 야프섬의 추장이 라이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라이를 통제했듯이

미국의 경제수장도 집값을 통제하려 한다.

어떤 식으로 통제하려 할까?

집값을 올려서 소비가 늘고 경기가 살아나게 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경제가 위기에 봉착하기만 하면 집값을 올리려고 했다.

어떻게?

돈을 프린팅해서 집값을 올린다.

그렇게해서 다시 소비가 늘고 경제는 살아 나는 것이다.

2000년 닷컴 버블로 주가가 폭락하고 경제가 침체되자

미 연준의장 그린스펀은 대 놓고 이렇게 말햇다.

” 주식 자산이 1달러 늘어나면 소비는 3~4센트 증가하는 반면 주택 자산의 소비 증대 효과는 10~15센트로, 주식에 비해 3배 이상이다.“

집값이 떨어질 경우 소비에 미치는 역자산 효과는 오를 때보다 더 크다.(집값이 내리면 진짜 큰일 나는 것이다.)"

착하고 순진한 무주택자들은 정부가 집값을 하락시켜 줄 것이라고 믿기 쉽다.

그러나 예전에 순진함을 버린 내가 볼땐,

정부가 무주택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그런 공약(公約)을 내 걸었다고 해도 그건 공약(空約)으로 끝날 가능성이 99.999999999%이다.

왜냐하면 집값이 하락하면 경제가 박살나기 때문이다.

경제가 박살나면 정권 유지도 끝장나기 때문이다.

오늘의 결론은

야프섬의 독일군은 돌(라이)에 십자가 문양을 그려서 몰수하여 원주민들을 일하게 만들었지만,

경제수장 그린스펀은 집에 가격이 오른 가격표를 붙여 줌으로써 집주인들이 소비를 더 늘리게 만든다.

야프섬의 원주민이나 오늘날 현대인이나 사고방식이 똑같다.

왜냐하면 같은 인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