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든 이후 자유민주주의 신념 확고히 가져,
‘의원 끌어내라’ 지시한 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해 “저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갖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잘 살펴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의 탄핵심판 3차 변론 시작과 함께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출석 확인을 끝내자 “양해해주시면”이라며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문 대행이 허가하자 윤 대통령은 “제가 오늘 처음 출석해서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겠다”며 “여러 헌법 소송으로 (헌법재판관들의) 업무가 과중한데 제 탄핵 사건으로 고생을 하시게 돼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철 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갖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우리 재판관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필요한 상황이 되거나 질문이 계시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 대행은 “말씀 잘 들었다”며 다음 절차를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로 당시 여건이 국가 위기 상황에 해당하는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포됐는지, 국민의 기본권 침해 내용이 담긴 포고령 작성을 누가 주도했는지, 국헌 문란에 해당하는 의회 기능 제한을 위해 윤 대통령이 군 고위 관계자들에게 강압적 행위를 지시한 게 맞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속 기소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은 계엄 당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계엄 선포 당일에 “비상입법기구(를 구성하라는) 쪽지를 준 적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인 차기환 변호사는 이날 변론에서 비상계엄 때 선포한 포고령은 형식적인 것으로 실제 집행할 의사가 없었고, 정치인 체포·사살 지시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포고령 1호는 외형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초안을 잡아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검토·수정한 것”이라며 “굳이 말하자면 포고령 1호는 국회의 불법적인 행동이 있으면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국회의 해산을 명하거나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국회에 군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서는 “망국적 행태를 국민에게 알리고 시민이 몰리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 당시 결코 법조인을 체포·구금하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며 “한동훈 여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바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법률상 위반을 했는지에 있어 포고령은 중요한 증거로 작용하고 있어, 누가 주도적으로 작성했는지 여부는 김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다음 변론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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