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前 대선 경선 첫 승 거둔 곳 찾아
“더 좋은 날에 대한 믿음 항상 유지를”
트럼프 비판 인사 사면… 보복 차단 나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5시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을 공언해온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깜짝 사면’을 단행하는 한편, 퇴임 연설에선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의 로열미셔너리 침례교회를 방문해 4년간의 재임 기간을 돌아보는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연설에 나섰다.

그는 “이 나라의 영혼을 되찾기 위한 투쟁은 힘들고, 현재 진행 중임을 우리는 안다”면서 “지금은 위험과 가능성의 경계에 있다.
그러나 믿음은 우리에게 우리가 꿈꾸는 미국은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고 밝혔다.
이어 “희망을 굳게 붙잡아야 한다.
다가올 더 좋은 날에 대한 믿음을 항상 유지하면서 계속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0년 민주당 경선에서 첫 승리를 거두며 초반 부진을 극복했던 정치적 의미가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선창가에 세워진 ‘국제 아프리카계 미국인 박물관’을 둘러보며 자신이 미국 역사상 첫 흑인 국방장관이었던 로이드 오스틴 장관과 첫 흑인 여성 대법관으로 기록된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을 임명한 사실을 거론한 뒤 자신이 행정부를 “미국답게” 만들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책기조를 상징하는 사면 5건과 감형 2건에 대한 조치도 취했다.
1940년 사망한 민권운동가 마커스 가비, 버지니아주 최초의 흑인 하원의장이었던 돈 스콧, 형사정의 옹호 운동가 켐바 프라디아, 총기폭력 예방 운동가 대릴 챔버스 등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희망”을 강조했지만 바이든과 트럼프의 신경전도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됐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이 발효됐다는 소식에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5월 내가 처음 제안했던 중동 관련 합의가 마침내 오늘 결실을 이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동안 내가 추진해온 노선을 포기했다면 휴전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의 공을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협정 타결 뒤 인터뷰에서 “우리(트럼프 인수팀)가 이 합의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합의는 결코 없었을 것”이라며 “바이든이 자기가 했다고 하는 건 불쾌하다”고 한 바 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퇴임 당일인 20일 오전 7시에 추가 사면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 즉시 보복하겠다고 위협해온 트럼프 비판 인사들인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리즈 체니 전 공화당의원, 의회난입폭도 특별조사위원회 소속 의원 10명, 의회난입사건 의회 조사때 증언에 나선 경찰관, 코로나19 특별자문역 안토니 파우치 전 감염병연구소장에 대해 ‘사전’ 사면을 행했다.
어떤 법적 보복도 불가능하게 하는 ‘선제적’ 사면의 보호벽을 쳐준 것이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차담을 나눈 뒤 같은 리무진을 타고 의회 의사당으로 향했다.
이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어온 관례에 따른 것이다.
4년 전 바이든 정부 출범땐 물러나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이같은 전통이 지켜지지 않았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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