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인질·수감자 맞교환
무용수·간호사 등 납치됐던 여성 3명
의료시설서 검사받고 가족들과 만나
‘팔’ 여성·10대 수감자 90명도 풀려나
‘인질 명단’ 신경전 등 휴전과정 ‘삐걱’
가자지구 하마스 건재 악영향 요소
향후 단계별 합의 전망 여전히 불투명

휴전이 예정보다 3시간쯤 지연 발효되고 나서 5시간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오후 5시쯤. 환호하는 군중들로 가득 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라야광장에 흰색 미니밴이 도착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만행으로 납치된 이스라엘 여성 로미 고넨(24)과 에밀리 다마리(28), 도론 스테인브레처(31)를 태운 차량이었다.
무장한 하마스 대원이 차에서 내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니 미리 와서 대기 중이던 국제적십자위원회 차량으로 인질들을 옮겼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있다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정 발효 첫날인 19일(현지시간) 풀려난 3명의 여성 중 한 명인 도론 스테인브레처(왼쪽 두 번째)가 이스라엘 라마트간의 한 병원에서 가족과 재회한 뒤 품에 안겨 흐느끼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언론실 제공

가자 국경으로 이동한 이들은 해가 진 뒤 레임 군사기지에서 이스라엘군에 인계됐다.
곧 각자의 모친과 재회한 이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텔아비브 근처 병원으로 이송돼 나머지 가족들을 만났다.
예비 의료 검사에서는 ‘양호한 상태’라는 판정이 나왔다.
텔아비브 ‘인질 광장’에 모여 마음을 졸이던 수백명의 이스라엘인들이 대형 TV화면으로 이 과정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눈물짓고 서로를 껴안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다마리의 모친 맨디는 “471일이 지나, 에밀리가 마침내 돌아왔다”고 했다.

이들의 정확한 부상, 트라우마 여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다마리와 가족 간 영상통화 장면에서 다마리는 왼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이스라엘인 부친과 영국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인 그는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국경에서 약 2㎞ 떨어진 크파르아자 키부츠(집단농장)의 집에서 납치될 당시 손과 다리를 다쳐 손가락 두 개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고넨은 하마스가 364명을 살해한 노바 음악축제장에서 납치됐다.
동물병원 간호사로 일하던 이스라엘·루마니아 이중국적자 스테인브레처는 다마리와 마찬가지로 크파르아자에서 하마스에 끌려갔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은 자정을 지나 이뤄졌다.
이스라엘 교정당국은 20일 오전 1시30분쯤 “요르단강 서안 오퍼 감옥과 예루살렘 구치소의 테러리스트들이 모두 석방됐다”고 밝혔다.
여성 69명과 미성년자 21명, 모두 90명이 이스라엘 인질들과 맞교환돼 풀려났다.

휴전 협정의 일환으로 20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감옥에서 석방된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가족과 포옹하고 있는 모습. 라말라=로이터연합뉴스

양측은 이날을 시작으로 42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인질과 수감자를 맞바꾸게 된다.
이날 석방된 이들을 포함해 인질 33명과 수감자 1890명을 교환하는 1단계 휴전과 후속 단계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하마스 억류 인질 64명이 추가로 석방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마스의 석방 인질 명단 제공 지체로 휴전 협정 발효가 지연되고 인질·수감자 맞교환도 덩달아 늦어지는 등 휴전 과정이 시작부터 삐걱댔기 때문이다.
무장한 하마스 대원들이 이날 가자지구 곳곳에 등장해 행진하고 주민들이 환호하는 등 건재를 과시한 것은 이스라엘, 특히 극우파에겐 눈엣가시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미 1단계 휴전이 “임시적”이라며 언제든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도 이날 CNN방송에 나와 “하마스가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도널드 트럼프 팀은 이스라엘 정부와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하마스도 이스라엘이 합의를 깨는 상황을 우려하기는 매한가지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의 아부 오바이다 대변인은 알자지라방송에서 “우리는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합의의 모든 단계가 성공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미국 등 협상 중재국들이 이스라엘의 협정 준수에도 신경 써 달라고 촉구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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